▲지구를 둘러싼 판 구조도김훈욱
3월 29일 나는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15층 콘도에 있었다. 일행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스포츠채널을 통해 유럽 축구를 보다 잠자리에 든 것은 현지 시간으로 자정이 약간 넘어서였다.
어렴풋이 잠이 들려는 순간 침대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처음에는 침대의 스프링에 문제가 있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흔들림이 계속되는 느낌이 들어 일어났더니 천장에 매달려 있는 전등이 좌우로 크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그게 떨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되어 전등을 잡고 있으려니 아까 보다는 더 큰 진동이 전해졌다.
순간 이게 지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다 건물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대피를 하려고 옷을 입는 사이 계속 진동을 느끼자 구토 증세가 나기도 했다.
급하게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데 미국의 9.11사태 즉 뉴욕의 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릴 때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피해가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 계단으로 엉금엉금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계속 머리 위에서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한 발걸음을 옮겨 내려가야만 했다.
내려가 보니 공터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서양사람 들이었는데, 그 사람들은 진동을 느끼자마자 바로 대피한 것 같았다. 조금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몇 사람 모여들었다.
그렇게 조금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 모여 질서 정연하게 차례로 내려왔다. 그리고 복장도 긴 소매 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챙겨 신고 있었다. 아마 지진에 대비한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모여 있는 동안 진동은 없어졌지만 이제 다시 올라가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지진은 여진이 더 무섭다고 들었고 2차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 일없었던 것처럼 올라 갈 수도 없었다.
제일 먼저 움직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는데, 말도 없이 슬그머니 한 사람씩 빠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일본 사람들은 전화로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에게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사실 건물안이 더 안전 할 수도 있으니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다시 돌아왔지만 잠이 오지 않아 밖에 모인 사람들을 살피며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새벽 3시까지 밖에 대피하여 있었다.
생각해 보니 지진에 대한 교육은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일본의 나고야 근교에 있을 때였는데 그 곳의 초등학생들은 등교할 때 항상 흰옷에 흰색의 헬멧을 쓰고 다니고 있어 이유를 물었더니 지진에 대비한 복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