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닮은 음식 '세비체' 맛 보실래요?

[페루 음식문화기행 ①] '새콤 매콤' 매력에 빠지다

등록 2005.04.03 11:25수정 2005.04.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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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지구 반대편 이국 땅 페루에 와서, 우리나라의 고급요리 회와 비슷한 맛깔 나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오늘은 페루의 명물, 세비체(Ceviche)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세비체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대중음식이자, "세비체와 잉카콜라를 빼고는 페루의 식도락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페루 사람들에게 매우 특별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 또한 이 특별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오늘 오전, 쿠스코에서도 꽤 유명하다는 세비체리아(세비체가게)에 갔었습니다.

쿠스코 근교에 있는 세비체리아의 외부 전경
쿠스코 근교에 있는 세비체리아의 외부 전경배한수
간판에 "생선과 해물" 이라고 써있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오전 11시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세비체를 즐기려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아침부터는 회 요리를 먹지 않는데, 이른 시각 식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보니 다소 의아하면서도 각 나라마다의 음식문화가 이렇게 틀리구나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시간에도 불구하고 세비체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이른시간에도 불구하고 세비체를 즐기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배한수
메뉴를 보니 세비체의 종류는 정말 놀랄 만큼 많았습니다. 사용하는 생선의 종류와 들어가는 야채, 소스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따라서 생선의 종류는 무엇인지, 어떤 소스를 사용하는지를 꼼꼼히 따져가며 함께한 일행은 잠시 동안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만 했습니다.

결국 민물회로 만든 세비체, 바다회로 만든 세비체, 여러 가지 해물이 혼합된 세비체, 해물볶음밥 이렇게 네 종류를 시키기로 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세비체는 잉카시대부터 몇 백 년을 전해져 내려온 이곳의 전통음식 입니다. 과거엔 각 지역마다 재배되는 과일과 야채, 향신료로 맛을 냈다고 하는데, 현재는 리몬(Limon, 우리나라의 "라임"이라는 과일입니다)과 고추, 각종 향신료를 섞어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 맛을 낸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세비체는 우선 싱싱한 생선을 잘개 썰어 리몬즙에 30분여 숙성시킨 뒤, 약간의 야채즙과 고추, 양파, 꿀란뜨로(우리나라의 "고수"라는 야채입니다), 소금 등을 섞어 내어놓게 되는데, 즙이 풍부한 이곳의 상큼한 리몬과 고추의 매콤함, 담백한 생선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라고 하는군요.

본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나온 생선 스프
본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나온 생선 스프배한수
주문한 세비체를 기다리는 동안, 생선으로 만든 스프가 나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본 요리가 나오기에 앞서 항상 스프가 나오는데, 뜨거운 스프는 본 요리를 즐기기 전 미각을 돋우고 찬요리만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 페루 사람들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스프에 곁들여 먹는 리몬, 마이스, 로꼬또 (왼쪽부터)
스프에 곁들여 먹는 리몬, 마이스, 로꼬또 (왼쪽부터)배한수
스프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매운탕의 맛과 흡사했습니다. 현지인들은 이 스프에 리몬즙과 로꼬또라 불리는 고추, 마이스(옥수수 튀김)을 넣어 먹는다고 해서 저 또한 똑같이 따라해 보았는데, 매콤한 맛과 새콤한 맛이 어우러져 더욱 맛깔 나는 스프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후, 기다리던 네 종류의 음식이 나왔는데 정말 놀란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풍성한 해물로 단장한 세비체는 입안을 군침으로 가득 차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여러가지 해물의 총 집합, 세비체 믹스또(Ceviche mixto)
여러가지 해물의 총 집합, 세비체 믹스또(Ceviche mixto)배한수
보기만 해도 행복한 이 요리는 쎄비체 믹스또(Ceviche mixto)입니다. 커다란 크랩 한 마리와 생선, 소라, 오징어, 조갯살 등이 주재료로 쓰인 보기만 해도 풍성한 해물혼합 세비체지요. 여러 가지 해물이 가진 고유의 맛을 단 한 접시로 모두 느낄 수 있고, 사용된 소스 또한 한국인인 저에게 부담 없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바다생선 꼬르비나(Corvina)로 만든 세비체
바다생선 꼬르비나(Corvina)로 만든 세비체배한수
이것은 꼬르비나(Corvina, 대구류에 속하는 물고기)로 만든 세비체 입니다. 세비체 믹스또에 비하면 볼품없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저것 섞이지 않아 생선 고유의 맛이 느낄 수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먹는 바다 회 같이 깔끔한 맛이 돋보였습니다.

빛깔이 아름다운 민물생선 뜨루챠(Trucha)로 만든 세비체
빛깔이 아름다운 민물생선 뜨루챠(Trucha)로 만든 세비체배한수
선홍빛이 아름다운 이 요리는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민물고기 뜨루챠(Trucha, 송어)로 만든 세비체 입니다. 빛깔이 정말 아름답죠?

민물생선이라 비린내가 날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채를 썰어 함께 버무려 놓은 양파가 비린내를 없애주는데다, 리몬의 향이 가미되어 이 역시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해물 볶음밥 아로스꼰 마리스꼬스(Arroz con mariscos)
해물 볶음밥 아로스꼰 마리스꼬스(Arroz con mariscos)배한수
이 요리는 이날 주문한 음식 중에 유일하게 회 요리가 아닌 외톨이, 아로스꼰 마리스꼬스(Arroz con mariscos)인데요, 회와 해산물로만 배를 채워 뭔가 허전한 일행에게 든든한 마무리를 해준 음식이었습니다. 생김새가 우리나라의 해물볶음밥과 많이 닮았죠? 맛또한 아주 흡사합니다. 회 요리가 부담되시는 분이라면 대신 담백하고 풍성한 이 요리를 권해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이렇게 맛깔나 보이는 해물요리들을 항상 맛볼 수는 없답니다. 페루 사람들은 세비체를 아침 혹은 점심때만 즐기기 때문에 해가지고 나서 레스토랑을 방문했다가는 그냥 돌아오는 비운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회 요리를 이른 시각에 즐겨 먹는 이유는, 매콤새콤한 세비체 요리가 숙취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페루 사람들의 생각 때문입니다. 따라서 페루 남성들은 이 매콤 새콤한 세비체를 우리나라에서 과음한 다음날 콩나물국이나 해장국을 먹는 것과 같이 해장 요리로 즐겨먹는다고 하는군요.

회로 해장을 한다, 조금 이색적이죠? 이 비밀의 열쇠는 바로 리몬에 있습니다.

숙취의 열쇠, 리몬
숙취의 열쇠, 리몬배한수
리몬은 숙취해소에 효과가 크고,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페루 사람들은 숙취해소에 주로 리몬을 이용합니다. 이 지역에서 사용되는 리몬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노란 리몬과 달리 이 지역의 리몬은 푸른빛을 띠며 크기가 골프공만하고, 즙이 풍부합니다. 아쉽게도 껍질이 얇아 저장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까지 수입을 할 수는 없다고 하네요.

이렇게 오늘은 다양한 세비체를 맛볼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페루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꼭 빠뜨리지 말고 세비체를 맛보고 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분명히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름다운 빛깔로 식욕을 돋구는 페루의 명물 세비체
아름다운 빛깔로 식욕을 돋구는 페루의 명물 세비체배한수

덧붙이는 글 | 세비체의 가격은 1솔에서부터 30솔까지 천차만별 입니다(1솔=한화 약320원).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생선만 요리되어 나오는 세비체는 7~15솔, 여러가지 해물과 함께 나오는 Ceviche Mixto는 10~20솔 정도입니다.
조금 더 저렴하게 세비체를 즐기시려면 전통시장을 찾으시면 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세비체의 가격은 1솔에서부터 30솔까지 천차만별 입니다(1솔=한화 약320원).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에서 생선만 요리되어 나오는 세비체는 7~15솔, 여러가지 해물과 함께 나오는 Ceviche Mixto는 10~20솔 정도입니다.
조금 더 저렴하게 세비체를 즐기시려면 전통시장을 찾으시면 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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