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매생태공원 옆을 흐르는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계곡김성원
언뜻 보기에 열두 장 천지연 폭포로 떨어진다지만 솜반천은 사실 여느 하천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동네 하천 옆에 들어선 주차장 같은 공원 입구에 들어설 때만 해도 실망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계곡 밑으로 향하는 관람로를 따라가니 이내 오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봄날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봄인데도 불구하고 난열대림 보호지역인 천지연 폭포 상류라 곳곳에 푸른 다양한 수목과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핀 조팝나무 꽃과 붉은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작은 연못과 돌 개울엔 연두빛 물풀 위, 창포 노랑꽃에 한껏 봄물이 올라 있었다. 공원 옆 동네 하천만 같던 솜반천 계곡에는 한라산에서 흘러온 맑고 투명한 냇물이 흐르고, 흰뺨검둥오리 대여섯 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녹음이 짙은 천변 숲에는 왜가리일 듯한 하얀 새들이 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다.
마치 어느 부자의 정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길을 낸 목책 관람로와 관람데크, 나무마루 다리 옆으로 표백한 듯이 하얀 갈대와 갖가지 수목이 연못과 어울려 심겨져 있었다.
조경원 같은 이곳, 걸매공원에는 보호수인 담팔수,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피라칸사, 동백나무, 목서, 감탕나무, 녹나무, 무화과나무, 돈나무, 참빗살나무, 비파나무, 마가목, 산수국 등 갖가지 수목이 심겨져 있었다. 연못과 돌개울 옆에는 야생풀꽃인 털머위, 맥문동, 목수초, 양지꽃과 습지에서 자라는 풀들인 부들, 골풀, 노랑꽃창포 등 조경원인 양 심겨져 있다.
돌 개울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연못에는 인근 동네 노인들이 ‘민물장어를 양식하고 있어 함부로 잡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이곳에는 잉어, 송어, 미꾸라지, 금붕어, 개구리가 살고 있다 하였다. 수초 사이로는 과연 팔뚝 크기의 알록달록한 잉어가 유유히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멀리 한라산 봉우리 한 오름이 이 연못에 비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