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연 폭포에 매화꽃이 흐르는 이유는

제주 서귀포 천지연 폭포 상류의 정원 같이 아름다운 걸매생태공원

등록 2005.04.03 19:22수정 2005.04.04 21:28
0
원고료로 응원
풀빛이라도 제대로 볼 성싶어 계획도 없던 제주도 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 봄기운이 충분치 않아 생태공원의 봄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웠던 차에 제주도에 ‘걸매생태공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걸매생태공원까지 다녀오면 전국에 있는 생태공원을 다 다녀보기로 작정한 지 한 달만에 여섯 번째가 된다.

동네 공용 주차장 같은 걸매 생태공원 입구
동네 공용 주차장 같은 걸매 생태공원 입구김성원
서귀포 시 초입의 뉴경남 호텔 앞에 내려 길을 물어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도로 곳곳에 ‘이중섭 미술관’, ’외돌개’, ’천지연 폭포’, ’서귀포항’ 등 관광지를 알리는 이정표들이 눈에 띄었다.


아직 한산한 서귀포 시 외곽 방향의 솜반천 다리를 지나 우측의 흰 연무가 꾸물거리며 기어오르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10분 정도 걸어갔다. 지방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작은 하천과 조그만 다리, 이삼사 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들어선 평범한 동네가 보였다. 바로 이 동네가 서귀포 시 초입에 있는 서홍동 마을이다. 이 마을 옆으로는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솜반천이 흐르고 있다. 바로 이곳에 걸매생태공원이 있다.

걸매생태공원 옆을 흐르는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걸매생태공원 옆을 흐르는 천지연 폭포로 이어지는 계곡김성원
언뜻 보기에 열두 장 천지연 폭포로 떨어진다지만 솜반천은 사실 여느 하천과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동네 하천 옆에 들어선 주차장 같은 공원 입구에 들어설 때만 해도 실망이 앞섰다. 그러나 막상 계곡 밑으로 향하는 관람로를 따라가니 이내 오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봄날이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봄인데도 불구하고 난열대림 보호지역인 천지연 폭포 상류라 곳곳에 푸른 다양한 수목과 눈부실 정도로 하얗게 핀 조팝나무 꽃과 붉은 동백꽃이 피어 있었다. 작은 연못과 돌 개울엔 연두빛 물풀 위, 창포 노랑꽃에 한껏 봄물이 올라 있었다. 공원 옆 동네 하천만 같던 솜반천 계곡에는 한라산에서 흘러온 맑고 투명한 냇물이 흐르고, 흰뺨검둥오리 대여섯 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녹음이 짙은 천변 숲에는 왜가리일 듯한 하얀 새들이 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다.

마치 어느 부자의 정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길을 낸 목책 관람로와 관람데크, 나무마루 다리 옆으로 표백한 듯이 하얀 갈대와 갖가지 수목이 연못과 어울려 심겨져 있었다.

조경원 같은 이곳, 걸매공원에는 보호수인 담팔수,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피라칸사, 동백나무, 목서, 감탕나무, 녹나무, 무화과나무, 돈나무, 참빗살나무, 비파나무, 마가목, 산수국 등 갖가지 수목이 심겨져 있었다. 연못과 돌개울 옆에는 야생풀꽃인 털머위, 맥문동, 목수초, 양지꽃과 습지에서 자라는 풀들인 부들, 골풀, 노랑꽃창포 등 조경원인 양 심겨져 있다.


돌 개울로 이어지는 크고 작은 연못에는 인근 동네 노인들이 ‘민물장어를 양식하고 있어 함부로 잡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는데 이곳에는 잉어, 송어, 미꾸라지, 금붕어, 개구리가 살고 있다 하였다. 수초 사이로는 과연 팔뚝 크기의 알록달록한 잉어가 유유히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멀리 한라산 봉우리 한 오름이 이 연못에 비치는 듯하다.

목책 관람로 주위에 한껏 핀 조팝나무 꽃
목책 관람로 주위에 한껏 핀 조팝나무 꽃김성원

돌개울에 자라는 수초와 멀리 하얗게 보이는 갈대밭
돌개울에 자라는 수초와 멀리 하얗게 보이는 갈대밭김성원

수생식물원의 작은 연못과 나무마루 다리와 관람데크
수생식물원의 작은 연못과 나무마루 다리와 관람데크김성원

돌개울에 피어있는 노랑꽃 창포
돌개울에 피어있는 노랑꽃 창포김성원
구획구분으로는 ‘수생식물관찰원’, ‘습지생태계관찰원’, ‘매화 및 야생초화류관찰원’, ‘야생조류관찰원’, ‘목재산책로’로 나뉘어져 있지만 조그만 정원 같은 공원이라 매화원과 조류관찰원을 제외하고는 딱히 구분 없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천지연 폭포 방향 공원 끝 쪽 나무 오두막 학습장 옆에는 야생조류관찰원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 난 작은 관찰 창에서는 솜반천의 수심 깊은 여울 못이 보인다. 천지동과 서홍동 동네 아이들이 가까이서 언제나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하니 일상적인 생태학습의 공간인 셈이다.


여울 못 위로 높낮이가 다른 하천 턱과 하천바닥에 조그만 마루처럼 넓은 바위들이 그늘진 숲 아래로 맑은 물길을 막아서며 어우러져 있다. 왜 이곳을 ‘물도랑이 자주 막혀 메워지는 곳’이란 뜻의 걸매로 부르는지 알 듯하다. 한라산의 백설이 녹는 듯 어는 듯 이곳 솜반천에 흐르는 물도 막히는 듯 쏟아지는 듯 머뭇거려 천지연 낙화수가 되었을 것이다.

천지연 방향 여울 못에 날아드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조류관찰원
천지연 방향 여울 못에 날아드는 새들을 볼 수 있는 조류관찰원김성원
맑은 연못, 연두빛 봄물 오른 수초, 하얀 조팝꽃 밝음에 취해 거닐다 보면 어느새 붉게 피워 오른 홍매화가 발길을 이끈다. 공원의 남서쪽 위 둔덕에는 걸매 잔디구장이 있다. 그 아래 안쪽으로 들어간 사오백 평 매화원에 매화나무 백육십여 그루가 연분홍으로 화사하다. 한쪽은 둔덕이 이룬 병풍 언덕으로 숲이 무성하고 홍매화 아래로 유채꽃 같아 보이는 노란 들풀도 한창이다.

초봄 계곡에 날이 저물며 이제 갓 피어난 매화꽃잎 한두 점이 바람에 날린다. 아마도 천지연 폭포에 매화 꽃잎이 흐르는 까닭은 폭포 상류의 이곳 매화원이 있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좀더 찾아오면 나비며, 딱정벌레며 수많은 풀벌레들도 이처럼 꽃 빛에 취해 날아올 것이다.

매화원에 갓 피기 시작한 홍매화
매화원에 갓 피기 시작한 홍매화김성원

공원의 나무 마루 주변에 눈부시게 피어있는 조팝꽃
공원의 나무 마루 주변에 눈부시게 피어있는 조팝꽃김성원

공원 내 동네마을 사람들을 위한 자갈 지압로
공원 내 동네마을 사람들을 위한 자갈 지압로김성원
걸매생태공원은 1968년부터 1975년까지 ‘선일포도당공장’이 있었다 한동안은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던 곳. 1999년부터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또한 2004년 환경부의 ‘생태조경’ 우수상을 수상한 곳이기도 하다. 서홍동, 천지동 주민들의 공동의 정원이자 가까이서 자연을 관찰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삶의 주변에 있는 생태공원’이다. 서울의 도심 생태공원들의 대부분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 반해 이곳은 마을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에 공원의 방문객은 대부분 마을 사람들.

2005년에는 생태문화정보센터, 생태문화 이벤트존, 자연생태복원존, 경관 전망대가 추가로 이곳에 들어선다고 한다. 제주도 서귀포를 찾아갈 요량이라면 천지연 폭포 기슭 마을의 정원 같은 걸매생태공원에 한번 찾아보라. 오뉴월을 지나 그때쯤이면 풀벌레 소리, 새소리 백록담 녹아 흐른 솜반천 개울과 함께 한껏 노래하고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064-735-3512)
http://cyber.jeju.go.kr

이용시간 : 24시간 자유이용
입장료 무료

교통 편
제주공항-600번 공항리무진-서귀포시 뉴경남호텔 하차, 도보로 10분 걸매축구장 옆
제주공항-서귀포행 버스-서귀포시 시외 버스터미날 하차-도보로 10분 걸매축구장 옆

덧붙이는 글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064-735-3512)
http://cyber.jeju.go.kr

이용시간 : 24시간 자유이용
입장료 무료

교통 편
제주공항-600번 공항리무진-서귀포시 뉴경남호텔 하차, 도보로 10분 걸매축구장 옆
제주공항-서귀포행 버스-서귀포시 시외 버스터미날 하차-도보로 10분 걸매축구장 옆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