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내장이 먹음직스럽습니다박희우
점심은 풍성했습니다. 온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았습니다. 돼지내장이 여간 먹음직스런 게 아닙니다. 장모님이 소주를 내오셨습니다. 소주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한잔 두잔. 어느새 취기가 오릅니다. 저는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옆방으로 갔습니다. 방바닥이 절절 끓고 있습니다. 이 방만은 온돌입니다. 장모님께서 아궁이에 장작을 많이 집어넣었나 봅니다.
슬금슬금 눈이 감깁니다. 저는 방바닥에 누웠습니다. 도란도란 옆방에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미숙아, 고생 많제. 어무이(어머니)가 돼가꼬 느그한테 도움도 몬 준다."
"그런 말 마이소. 우리는 잘 살고 있십니더. 어무이만 건강하모 아무 걱정 없십니더."
장모님과 아내의 얘기는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얘기 모두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모녀간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제 마음이 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 바로 그것 때문에 저는 지레 잠을 청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꿈속에서도 이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장모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됩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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