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섬김은 삶의 청량제

12가지 복합장애 겪는 희찬이에게 사랑의 손길 이어져

등록 2005.04.04 09:49수정 2005.04.0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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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내립니다. 척박한 이땅에 아름다움의 자태를 뽐내며 천사처럼 살랑살랑 떨어집니다. '국화꽃 옆에선 누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일상은 아름답습니다. 장애로 인해 피눈물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푸른하늘을 보며 티없이 맑은 웃음꽃을 피우고 살아갑니다.

장애우들의 '희망꽃밭' 이요 '희망발전소'인 자애원에 있는 희찬이를 기억합니다. 몇 해 전. 사랑하는아내와 듬직한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자애원에서 우리는 해맑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누추한 곳인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을 닮은 희찬이는 저희들에게 경건함과 섬겨야 하는 이유를 소리없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a 12가지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이희찬.

12가지복합장애를 앓고 있는 이희찬. ⓒ 정종인

'희망발전소'에서 만난 희찬이의 웃음은 여전히 천사의 모습이었습니다. 팔불출 같지만 재주 많고 잘 생긴 저희 둘째 아들 이름이 공교롭게도 '희찬이'입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을 통해 다시 만난 희찬이에게 이 녀석은 요즘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희찬이가 소개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출력하고 교차로 신문을 한 뭉큼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

희찬이도 자애원 희찬이처럼 자전거 타기를 누구보다 좋아합니다.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 녀석은 자애원에서 희찬이와 축구시합을 한번 하는 게 큰 소망입니다. 다음 달에는 꼭 데리고 가 소원을 풀어줄 생각입니다.


칼바람 불던 지난 2002년 겨울이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제가 사외이사로 있던 중소기업 직원들과 함께 자애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희찬이 녀석은 인터넷에서 주문한 산타 복장(­저금한 통장에서 거금(?)을 인출해 스스로 구입한 것입니다)을 입고 '타고난 끼'를 발휘하기도 했지요. 기회를 만들어 서로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을 나눌수 있도록 '협력자 조인식'이라도 맺어줄 생각입니다.


a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 희찬이가 자애원 희찬이에게 축구를 전수시켜준다고 자랑이 한창이다. (왼쪽은 사촌형 석주, 오른쪽이 동명이인인 저의 아들 희찬이)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 희찬이가 자애원 희찬이에게 축구를 전수시켜준다고 자랑이 한창이다. (왼쪽은 사촌형 석주, 오른쪽이 동명이인인 저의 아들 희찬이) ⓒ 정종인

지난 주 한 통의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희찬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간 후 몇 통의 전화가 이어졌지만 한 할아버님의 전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할아버님의 목소리로 판단하건대 많은 신체적 고통을 갖고 계시는 듯 했습니다. 끝내 자신의 신상에 관해서는 함구하신 이 할아버님에게 삶의 또다른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희찬이는 신장 기형, 육손(여섯 손가락), 잠복 고환, 척추 기형, 늑골 기형, 흉추 기형 등의 복합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입니다. 특수교사가 있는 정읍시 고부면 고부 초등학교에 지난 해 입학해 2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희찬이를 위한 1000원 사랑릴레이가 훈훈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희찬이는 장애가 워낙 심하다보니 학교 등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특수교사가 자애원을 방문해 수업한다고 합니다. 지난 2002년 겨울, 매우 위급한 손가락 절단(육손)과 고환 보건수술을 많은 후원자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치렀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곳도 수두룩합니다.
척추, 늑골, 흉추 기형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두 가지 장애도 아닌 복합장애를 겪고 있지만 희찬군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자전거를 타며 내일을 향해 희망의 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봄향기가 그윽한 요즈음. 수많은 신체장애를 겪으면서도 재활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희찬이는 이런 아픔 속에서 사랑을 받을 줄도 표현할 줄도 아는 자애원의 재롱둥이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추억속의 아지랑이처럼.

정상인도 살아가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너무 힘든 복합장애를 겪고 있는 희찬이의 '희망노래'가 가뜩이나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태동을 준비중인 '(사)행복한재단'에서도 제1호로 자매결연을 맺도록 해 적극적인 후원을 펼 청사진도 갖고 있습니다. 내일을 향해 희찬이는 오늘도 힘찬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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