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 촬영한 화순항 모습. 화순해수욕장과 산방산이 보인다.오마이뉴스 윤성효
해군이 2002년 제주도 도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유보했던 제주 화순항에 해군기지 건설을 다시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방어사령부 측은 "동아시아의 해상 교통로 보호와 남방항로 확보를 위해 제주 기동함대 배치가 필요하며 미래 해군기지로는 화순항이 최적지"라고 기지 건설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도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규모 해군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으로서의 제주도의 위상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순항 건설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과 맞물려 있어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군당국에서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MD 참여를 요청 받은 바도 없고 참여할 계획도 없다"며 화순항 건설과 MD의 무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미국 MD의 전초기지화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미국 MD의 '전초기지'되고 있다
미국은 2003년 8월 말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을 추가로 배치한 것을 비롯해, 오산·수원·군산에 모두 48기(6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은 2004년 가을 들어 광주광역시에 PAC-3와 PAC-2로 구성된 16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켰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2005년 4월 현재 모두 64기(8개의 포대)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패트리어트를 배치하는 것과 함께,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고 불리는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이미 배치했다. 한미연합사에는 'CJTMOC'라는 기구를 만들어 MD 작전 교리를 개발해 오고 있으며, 을지포커스 렌즈 등 한미합동군사훈련에 MD 작전도 포함시켰다. 또한 2004년 9월에는 최첨단 전투체계 및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동해에 배치했고, 올해부터는 북한의 노동과 대포동 미사일을 겨냥해 SM-3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배치할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PAC-3가 배치된 기지가 중국과 인접한 남한의 서남부에 집중되어 있고, 그 기지는 미국 공군력이 주둔하고 있거나 유사시 공군력이 배치될 지역이라는 것이다. 수원, 오산, 군산은 미국 공군력의 동북아 전초기지이고 평택은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해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on base)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며, 광주 비행장에는 유사시 오키나와 등에 있는 미 공군력이 배치되는 곳이다.
미국이 남한의 서남부를 군사력 투사의 근거지로 삼으면서 유사시 이들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PAC-3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제주도에 화순항이 건설되면 한국은 지상 MD에 이어 해상 MD의 기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화순항 건설 문제를 '한국 해군의 역량 강화'라는 좁은 시야를 넘어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화순항에 해군 기지 건설되면, 해상 MD 기지화 불가피
동아시아 지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동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21세기 들어 점차 그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미일동맹과 중국 사이 중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 해협과는 불과 1000km 떨어진 지역이다. 만약 미국이 이 곳을 해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 해협과 가장 가까운 전초기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중국을 21세기의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이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적인 군사전략으로 삼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재편하면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고 MD 능력을 배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을 대중국 봉쇄의 기축(基軸)으로 삼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독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미일 안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 문제를 처음으로 '공동 전략목표'에 포함시켰다. 이는 중국이 대만에 무력 사용을 할 경우 군사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