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최신형 미사일미 국방부 홈페이지
라포트는 특히 MD 구상의 일환으로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배치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전역고고도방공체제(THAAD), 항공기탑재레이저(ABL),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 등도 배치해 다층(multi-layered) MD 체제를 갖춰날 방침임을 밝혔다.
이처럼 미국이 주한미군의 정보력과 기동성,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면서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주한미군의 달라지고 있는 임무에 있다. 럼스펠드도 밝힌 것처럼 미국은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딴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
여기에는 역내 재난구호와 초국가적 범죄 퇴치와 같은 '저강도' 개입, 지역 테러지원국가 응징 및 대량살상무기 추진 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같은 '중강도' 개입, 그리고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시 군사적 조정 및 주변국내 분리·독립 운동시 간접적 지원, 그리고 북한에서 급변 사태 발생시 주변국간 분쟁 개입 등 '고강도' 개입이 포함되어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주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 측은 이와 같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꾀하면서,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도 바꿔 대북한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한 상황이고, 최근에는 북한에 이상징후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을 통해 북한의 붕괴를 추진하는 5029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방어와 억제에 중심을 둔 전략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개입 및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으로 초점을 바꾸면서 상대방의 보복 능력을 무력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용산 및 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유사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면, 미군의 피해를 크게 줄이면서 전쟁 수행이 가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을 최우선적인 MD 배치 지역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서남부, 대중국 군사작전의 전초기지화
미국이 한국의 서남부에 공군력을 집중시키면서 MD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산기지를 전투사령부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작년 말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에 있는 제35 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공군기지로 이전시켰다. 이는 오산이 동북아 MD 작전의 핵심 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은 제7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산공군기지를 공군력 투사의 근거지로 삼는 한편 2003년에 PAC-3 배치를 완료했다. 특히 이 기지에는 최근 F-15 전투기와 F-117A 스텔스전폭기 등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지형 숙지 훈련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를 확대해 용산과 2사단 기지를 통폐합해 동북아의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on base)로 삼을 예정이고, 수원과 광주도 유사시 미 공군력 전개의 주요 기지로 사용하게 된다. 미국 군사력이 한국의 서남부에 집중하면서 유사시 이들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PAC-3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의 서남부를 동북아 전초기지로 삼고 있는 배경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한미군의 투입 시나리오 가운데 '고강도'는 중국과의 군사 충돌을 염두에 두고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고강도 개입' 시나리오에는 중국-대만 사이의 갈등시 군사적 조정, 주변국내 분리·독립 운동시 간접적 지원, 그리고 북한에서 급변 사태 발생시 주변국간 분쟁 개입 등이 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서남부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지역이다. 더구나 중국의 동부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가 밀집되어 있어, 한국의 서남부에 미국 군사력이 집중되면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주한미군의 변형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미국이 한국 영토를 출격기지로 사용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9∼10월에 서해와 랴오둥 반도에서 사상 최초로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훈련이 육해공군이 모두 참가하는 종합훈련인 데다가, 한국 및 일본과 인접 지역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최근 재편되고 있는 한미·미일동맹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대응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MD를 두 축으로 하는 한미동맹관계의 재편은 "한국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과 군비증강이라는 군사논리를 뛰어 넘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까닭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어질 기사:[특별기획-MD와 동북아(하)] 동북아 균형자의 조건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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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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