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장미빛 미래인가 환상인가

[논쟁] "30년뒤 발전소 없어진다" - "여전히 화석연료 투입 불가피"

등록 2005.04.04 22:01수정 2005.04.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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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10월 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투싼 연료전지차. 이모델은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10월 1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투싼 연료전지차. 이모델은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도록 설계됐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수소경제는 거품 낀 환상인가 장미빛 미래인가.

수소경제(The Hydrogen Economy)의 도래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가 미래 전략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같은 논쟁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환경운동가들을 위시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소의 친환경성에 주목하며 에너지 혁명의 도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수소경제'는 허상에 불과하며 기존 화석연료 패러다임의 연장일 뿐이라고 깎아 내리고 있다. 자원빈국 한국의 생명수로 급부상하고 있는 수소. 과연 수소경제의 도래가 현실이 될지 환상이 될지 아직 확신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 수소경제 환상론 : 당분간 수소 뽑아내기 위해 화석연료 활용 불가피

수소라는 에너지자원이 장미빛 수소경제의 필연적 도래와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수소경제 '환상론'을 역설하는 쪽의 주장이다. 이필렬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이자, 대안에너지센터 대표가 그 선두에 서 있다.

제레미 리프킨을 통해 알려진 수소경제

수소경제란 수소가 화석연료인 석유를 대체하고 주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은 경제를 뜻한다.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의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2002년 저서 <수소경제>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리프킨은 이 책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인 수소가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경제와 권력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종말론'의 대가답게 그는 '석유의 종말'을 예고하며 '포스트 석유'는 곧 수소라고 단언한다. 심지어 수소를 향해 '민주적 에너지'라는 의미도 부여한다.

수소의 가장 큰 장점은 무한성에 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자 물의 구성원소가 바로 수소다. 그만큼 무궁무진한 자원이라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 등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연료전지차의 등장이 이를 대변한다. 물(H₂O)을 전기분해해 수소(H)를 추출한 뒤 이를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차량이 바로 연료전지차다.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풍부하게 공급되고 있는 태양에너지의 중요한 저장 수단이라는 점도 수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이 교수는 수소경제의 도래를 확언하는 정부 관료나 학자들을 '수소경제 찬양론자'로 폄하한다. 이미 <한겨레>의 지면을 빌어 한차례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당시 <한겨레>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찬양론자의 논리를 공박했다.

"수소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천연가스의 분해를 통해 생산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햇빛 발전기나 풍력 발전기의 전기를 이용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이때도 생산되는 전기가 모두 수소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수소를 만들어 쓰는 것보다는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전기가 남아도는 경우에만 수소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수소경제' 찬양자들이 이야기하듯 수소가 중심 연료가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수소 생산 위해 제4세대 원자로 개발...새로운 건 없다"


그는 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러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수소경제는 새로운 '느낌'일 뿐이지 패러다임의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변치 않는 그의 지론이다. 그의 주장은 여전히 '수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모아져 있다. 그는 천연가스나 물에서 수소를 뽑아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화석연료의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지만 제4세대 원자력으로 수소를 생산한다고 하지 않나. 제4세대 원자력은 원자력을 가지고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기존 시스템을 계속 써먹겠다는 것이다."


이런 근거를 들어 이 교수는 그들만의 수소경제는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태양경제의 도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가 주축이 아니라 바람, 햇빛 등 다양하고 풍부한 친환경적 자원이 활용되는 '태양경제'가 대안 에너지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수소경제'라는 표현이 미국으로부터 건너왔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미 부통령인 딕 체니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 이를 토대로 부시 대통령이 공포한 수소경제론의 이면에는 또다른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고 말했다.

a 풍력발전이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수소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4일 오후 열린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 준공식.

풍력발전이 석유를 대체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수소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4일 오후 열린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 준공식. ⓒ 산업자원부 제공


#. 수소경제 예찬론 : 모든 발전소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로 대체된다

이 교수의 반대쪽에는 '수소경제는 패러다임의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수소예찬론자가 버티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이 대표적 조직이다.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은 정부쪽의 지원을 받아 수소 연료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홍성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수소를 생산하는 네가지 방법론을 장단점을 일일이 열거하며 이 교수의 논리를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것처럼 수소생산기술이 그렇게 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 첫째는 광촉매를 이용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이다. 아직 효율이 떨어져 산업화하기에는 당분간 무리라고 했다. 두번째로는 신재생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 다음, 이 전기를 통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경우 전기값이 비싸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셋째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기술적으로 비싼 점이 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넷째 제4세대 원자로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현재의 원자로로는 물 분해에 필요한 높은 온도(950°)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제4세대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거둬지지 않고 있어 정치적 난제로 남아있다.

풍력·태양발전 해 봐야 송전 어려워...결국 연료전지에 저장 불가피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가 도래할 수밖에 없을까. 이에 대한 의문에 대해 홍 단장은 '연료전지'(Fuel Cell)의 상용화를 전제로 사고해야 한다고 답변한다. 연료전지란 연료의 산화에 의해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전지를 말한다. 일종의 발전장치인 셈.

이필렬 교수의 주장처럼 풍력이나 태양광이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추측'에 홍 단장은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들 신재생에너지 경우 송전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연료전지의 형태로 저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 했다. 따라서 20∼30년 뒤에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뽑아쓰는 방식보다 연료전지에 저장하는 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것이 곧 '수소경제'의 요체라는 의미다.

홍 단장은 "연료전지라는 것이 곧 수소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30년 뒤에는 발전소라는 개념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 자리를 연료전지가 대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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