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호박방을 아십니까?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황금빛 보석방.

등록 2005.04.05 05:29수정 2005.04.0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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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방, 혹시 착각 하시지는 마세요, 여기의 호박은 다른 호박이니까요.

호박 (琥珀, amber)


호박은 1천만 내지 1억년전에 살았던 고대 침엽수의 수지가 화석화된 것이다. 호박은 물에 녹지 않지만 불에는 약해 저온에서 타며, 350개의 다양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색과 노란색의 중간 빛을 띠고 있어 꿀색 또는 오렌지색으로도 불린다. 호박은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지 않아 크기와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호박은 영국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15,25kg의 호박이다. 러시아 민화에는 호박이 병을 치료하고 장수할 수 있는 신비의 돌로 불렸다고 한다. 호박의 역사는 멀리 중세시대로 올라가는데, 호박을 이용한 최고의 공예예술을 선보였던 동프라시아는 호박예술의 중심지였다. 당대 최고로 평가받았던 동프러시아 호박공예 전문가들은 체스, 화병, 그림의 액자, 거울 틀, 보석함은 물론 책상까지 호박을 이용하여 각종 예술품들을 제작하였다.

a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의 예카테리나 궁전과 프랑스 양식의 아름다운 정원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의 예카테리나 궁전과 프랑스 양식의 아름다운 정원 ⓒ 정인고

길이 300여 미터 55개의 방, 웅장하고 화려한 예카테리나 궁전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서쪽 교외에는 러시아 국민시인의 이름을 딴 '푸시킨'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이곳에는 길이 300여 미터, 55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바로크 양식의 예카테리나 궁전이 있다. 궁전의 중간쯤, 궁전견학을 위한 입구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가이드들로 늘 붐빈다. 이들은 곧 보게 될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방에 대한 기대감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지루함도 모르고 있다.

호박방 입구를 들어서면 관광객들의 감탄사와 탄성이 쏟아진다. 다양한 색채의 호박과 화려한 불빛으로 장식된 높이 8m의 방안은 그야말로 황금빛 보석 방을 연출해 낸다. 관람객들은 잠시 넋을 잃은 채 고개를 천장과 벽면으로 이리저리 돌린 채 화려함의 극치를 만끽한다.


a 100㎡ 크기 벽면 전체과 다양한 색체의 호박 조각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100㎡ 크기 벽면 전체과 다양한 색체의 호박 조각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 정인고

전설 속으로 사라진 '호박방'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나치 독일은 이 궁전을 점령하고 호박방의 호박을 부분부분 잘라 모두 약탈해 갔었다. 전쟁 후 사라진 호박과 보석들을 찾기 위해 러시아 정부(당시 소련)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각종 소문과 미스터리만 남긴 채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러시아 정부는 호박의 실체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79년부터 99년까지 약 7백 75만달러를 투자하여 복원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1kg에서 150g만의 복원용 최상품 호박을 얻을 수가 있는 어려운 작업환경과 10톤의 어마어마한 양의 호박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자 러시아 정부는 재정 문제로 난관에 부딪힌다.


a 화려한 전등 불빛이 거울과 호박을 통해 반사되는 황금빛 보석방

화려한 전등 불빛이 거울과 호박을 통해 반사되는 황금빛 보석방 ⓒ 정인고

24년간 50명의 복원 전문가…2003년, 62년 만에 복원공개

이때 러시아산 가스 최대 수입사인 독일 기업 '루르가스’ 복원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자금 350만 달러를 기부한다. 독일과 러시아에서 새로 파견된 10명의 호박 복원 공예사가 공동 작업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5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24년간의 복원작업은 완료되고 200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창건 300주년을 맞이하여 호박방은 62년 만에 다시 공개되었다. 그 자리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슈뢰더 독일 총리가 함께하였다.

이외에도 예카테리나 궁전 옆에는 러시아 황국에서 가장 유명한 엘리트 학교였던 차르스코예 셀로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 러시아 국민시인 '푸시킨'은 유년시절(1811년 입학)을 보냈고, 문학계에 첫 걸음을 내딛게 해준 운문편지 '나의 친구, 시인에게'(1814년 재학 중)를 집필한 곳이다.

a 한폭의 그림같은 정원 뒤로 호수와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한폭의 그림같은 정원 뒤로 호수와 울창한 숲이 펼쳐진다. ⓒ 정인고

"푸시킨' 마을은 웅장한 궁전,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 울창한 숲, 다양한 조각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달게 해주는 곳이다. 자연에 동화되어 잠시 벤치에 기대어 앉아 삶의 휴식을 느껴 보는 것, 행복한 여행자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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