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들꽃을 좋아하세요?

[꽃구경1] 나들이 떠나고픈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

등록 2005.04.05 22:14수정 2005.04.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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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 본관 건물.

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 본관 건물. ⓒ 김은주

이 나라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사실에 특별히 감사하게 되는 때가 바로 계절이 바뀔 때인가 봅니다. 힘들게 기다리지 않아도 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은 오고, 봄이 가면 그늘 아래 한 줄기 바람이 간절한 여름이 왔다가 또 가고, 만물이 영글고 익어가는 가을이 가고 나면 조용한 명상의 시간 겨울이 오지요.

사람 사이의 약속은 덧없이 사위어지기도 합니다만, 자연이 우리에게 약속한 계절은 어김없이 되풀이됩니다. 봄이 올 것이란 믿음이 없었다면, 이 계절이 다시 찾아올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면, 그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인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봄은 어김없이 이렇게 우리 곁에 다시 왔습니다.


서울 사람들의 새로운 숨통, 남산 야생화 공원

a 남산 야생화 공원에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났다

남산 야생화 공원에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났다 ⓒ 김은주

남산 야생화 공원은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결 편하게 여겨지는 곳입니다. 1994년에 철거한 외인아파트 3천평 부지에 조성한 공원인데, 2002년 5월 21일에 개장했습니다. 아직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인데 남산에 막상 가도 식물원이나 남산타워 정도밖에 볼 것이 없다 생각했던 이들이라면 꼭 한 번 가 보실 것을 권합니다.

a 봄을 부르는 남산의 제비꽃

봄을 부르는 남산의 제비꽃 ⓒ 김은주

올 봄에 저는 벌써 2번이나 다녀왔습니다. 3월 중순에 갔을 때는 누구보다 먼저 초록을 밀어올린 양지뜸 쑥더미가 감탄하게 하더니, 섭씨 20도를 넘나들던 오늘, 4월 5일은 온통 노란빛으로 환하게 넘치고 있어서 맘껏 봄을 누리게 해 주었습니다. 히어리나무가 꽃초롱을 가득 매달고 있는가 하면, 막 피어나는 개나리들은 앙증맞기 짝이 없는 꽃이파리들로 눈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길섶의 민들레는 또 어떻구요. 햇볕 잘 드는 양지를 골라 노랗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녀석들이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요. 구례 산동마을에 산수유가 노랗게 꽃구름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하냥 부러워하고 있었더니 남산에도 산수유는 가득 피어나 오가는 이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a 히어리꽃. 노란 초롱 같은 꽃을 환하게 매달고 있다.

히어리꽃. 노란 초롱 같은 꽃을 환하게 매달고 있다. ⓒ 김은주

진달래도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고, 제비꽃들도 한껏 기지개를 켜는 중입니다. 하얗게 솟아오른 냉이꽃이며, 별꽃들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걸어 봅니다. 남산의 들꽃들은 인라인을 신고 나온 어린아이들이나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나, 아기를 안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에게나 넉넉하게 제 품을 열어 보이고 있습니다.



7천 종의 식물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곳, 한택식물원


a 한택식물원에사 만난 은방울꽃

한택식물원에사 만난 은방울꽃 ⓒ 김은주

식물원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흔히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아침고요수목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정작 그 역사가 훨씬 오래고 식물 종도 풍부한 한택식물원은 내실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두 식물원을 단순 비교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접근성이나 규모면에서 한택식물원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a 식물원 온실에는 식충식물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사진은 파리지옥.

식물원 온실에는 식충식물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사진은 파리지옥. ⓒ 김은주

용인에 있는 한택식물원은 2003년 5월에야 일반인에게 개방하기는 했으나, 1979년에 처음 문을 연 이후로 꾸준히 식물군을 확장해 온 곳이라 외래종과 토종 식물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제가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모란작약원, 아이리스원, 잔디화단, 자연생태원, 암석원처럼 각기 특성을 묶어 식물원을 찾는 이들이 다채롭게 식물을 만날 수 있도록 동선을 짜 놓았다는 점이었습니다.

2주쯤 전에 다녀왔을 때는 운 좋게도 능선에 노랗게 피어난 복수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복수초는 얼음을 뚫고 피어나 누구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으로 사랑받고 있는 꽃이지요. 복수초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여리고 고운 꽃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직접 만나게 된 것이 감격스러웠으나 차마 카메라를 가까이 가져다 대지는 못했습니다. 얼었다 녹은 봄흙들이 푸스스 무너져내리는 통에 아깝게 피어난 복수초들이 설 땅을 잃을까 저어되어 접사렌즈로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해야 했지요.

호주 식물관에서 만난 바오밥나무는 그저 그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저를 '어린 왕자'의 세계로 끌어들였습니다. 가지를 잘라 주지 않으면 어린 왕자가 살고 있는 별이 온통 바오밥나무 천지가 되어 버릴 것이라서 어린 왕자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터라,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는 바오밥나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태위태 걱정스러워졌지요. 아직 어린 왕자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꼬맹이들은 동그랗게 솟아오른 바오밥나무의 배를 껴안고 간지러운 웃음을 온실 가득 퍼뜨리고 있었습니다. 갖가지 허브들과 식충 식물을 한데 모아 놓은 온실이나 열대 식물들을 모아 놓은 식물원도 볼만했습니다.

a 어린 왕자 덕분에 우리에게 유명해진 바오밥나무.

어린 왕자 덕분에 우리에게 유명해진 바오밥나무. ⓒ 김은주

봄이 무르익지 않은 때에 다녀와서 제대로 봄꽃들을 누리지는 못했으나, 한껏 봄물을 올리고 있는 나무들과 넉넉하게 뿌려 놓은 거름 덕분에 봄날의 환한 꽃잔치를 잔뜩 기대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목련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가 봐야 하는 곳, 천리포 수목원

a 천리포 수목원에서 목련 종류만 해도 4백 종이 넘는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목련 종류만 해도 4백 종이 넘는다. ⓒ 김은주

우리 집 골목 끝에 있는 목련나무가 소리도 없이 환하게 꽃등을 밝혀 놓았습니다. 가로등보다 더 밝고 환하게 벙그러진 목련꽃을 볼 때마다 저는 천리포 수목원에서 만났던 목련나무들을 떠올립니다. 목련의 종류만도 400가지가 넘는다는 것을 처음 안 것도 그곳에서였지요.

자목련, 백목련 밖에 모르다가 제 머리 만한 목련꽃 송이를 만났을 때는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습니다. 본관 건물 앞 연못 건너편에 가득 피어난 수선화 군락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요. 무덤가에서 쉬 만나던 할미꽃이 얼마나 다양한 종을 지니고 있는지 처음 알게 된 것도 여기서였습니다.

a 천리포 수목원에 수선화가 멋드러지게 피어 있다.

천리포 수목원에 수선화가 멋드러지게 피어 있다. ⓒ 김은주

지금은 돌아가신 민병갈 님이 1973년에 처음 시작한 이 천리포 수목원에는 60만 평이 넘는 부지에 67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미국인이면서도 이 땅을, 이 땅의 생명들을 각별히 아껴 귀화했던 한 사람의 힘으로 이 정도 규모의 수목원이 생겨났다는 것은 참 굉장한 일입니다.

아름다운 태안반도의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조화롭게 식물원을 구획하고 관리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이 한껏 느껴지는 곳입니다. 천리포 수목원은 7개 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데, 동백이나 목련, 외래 식물들과 우리 야생화들을 구획별로 정돈하고 보존하는 데 애쓰고 있습니다.

외래종이 많은데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도 이분들의 특별한 노력 덕분이겠지요. 수목원 숲에서 만났던 호랑가시나무들이며, 커다란 배롱나무가 호위하듯 지키고 서 있던 감탕나무집이며, 멀리 닭섬이 바라보이던 언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귀농한 임천규님 덕분에 저는 운 좋게 수목원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는데, 나무들 사이로 하얗게 쏟아지던 별들과 달콤한 봄밤의 향기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봄에도 천리포에는 수많은 목련나무들이 환하게 꽃등을 밝히고 서 있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마냥 뛰어가고 싶어지는데요….

a 양지바른 무덤가에 고개 숙이고 피어나는 할미꽃.

양지바른 무덤가에 고개 숙이고 피어나는 할미꽃. ⓒ 김은주

덧붙이는 글 | *사족입니다만, 우리 꽃, 우리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는, 단연 광릉수목원을 첫손에 꼽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홍릉수목원 또한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지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두 곳은 다른 곳들과 묶어 쓰기에는 넘치게 멋진 곳이어서 넣지 못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남산 야생화 공원 가는 길
4호선 서울역 4번 출구로 나와서 83번, 83-1번, 79-1번을 타고 하얏트호텔에 내려서 길을 건너가거나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서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으로 공원 입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한택식물원 가는 길
자가용이 없다면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한계라고 여겨집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죽산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가서 죽산에서 택시(요금 5천원)를 타면 식물원까지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이 길이 가장 빠르고 쉽게 여겨집니다. 돌아올 때는 10-4번을 타고 용인터미널까지 와서 다시 동서울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왔는데, 갈 때보다 버스를 타는 시간이 두 배쯤 더 걸렸습니다. 홈페이지 www.hantaek.com에 가시면 좀더 자세한 시간표와 방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입장료는 평일엔 7천원(어른 기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8,500원입니다.
 
*천리포 수목원 가는 길 
수목원 홈페이지 www.chollipo.org를 참고하시면 되는데, 식물 자원 보호를 위해서 식물원은 회원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입장이 다소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으니, 이용안내를 꼼꼼하게 읽고 가셔야 합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고, 회원으로 등록한 이라 하더라도 동반자의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사족입니다만, 우리 꽃, 우리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으로는, 단연 광릉수목원을 첫손에 꼽아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홍릉수목원 또한 못지않게 아름다운 곳이지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이 두 곳은 다른 곳들과 묶어 쓰기에는 넘치게 멋진 곳이어서 넣지 못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남산 야생화 공원 가는 길
4호선 서울역 4번 출구로 나와서 83번, 83-1번, 79-1번을 타고 하얏트호텔에 내려서 길을 건너가거나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서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으로 공원 입구까지 갈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없습니다. 

*한택식물원 가는 길
자가용이 없다면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한계라고 여겨집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죽산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가서 죽산에서 택시(요금 5천원)를 타면 식물원까지는 10여분밖에 걸리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이 길이 가장 빠르고 쉽게 여겨집니다. 돌아올 때는 10-4번을 타고 용인터미널까지 와서 다시 동서울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왔는데, 갈 때보다 버스를 타는 시간이 두 배쯤 더 걸렸습니다. 홈페이지 www.hantaek.com에 가시면 좀더 자세한 시간표와 방법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입장료는 평일엔 7천원(어른 기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8,500원입니다.
 
*천리포 수목원 가는 길 
수목원 홈페이지 www.chollipo.org를 참고하시면 되는데, 식물 자원 보호를 위해서 식물원은 회원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입장이 다소 까다롭게 여겨질 수 있으니, 이용안내를 꼼꼼하게 읽고 가셔야 합니다.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고, 회원으로 등록한 이라 하더라도 동반자의 입장료는 따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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