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같던 벅스의 사장 될줄 꿈에도 몰라"

[인터뷰] 김경남 사장... "음반업계 부활 전초기지로 삼겠다"

등록 2005.04.06 15:17수정 2005.04.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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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남 벅스뮤직 신임대표
김경남 벅스뮤직 신임대표오마이뉴스 이승훈
지난 4일 찾아간 김경남(58) 벅스뮤직 대표의 방에는 각종 서류가 여기저기에 쌓여있었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음악 사이트의 대표를 새로 맡게 된 터라 김 사장은 서류 뭉치와 씨름하며 온라인 음악업계에 대해서 공부하는데 열중이었다.

젊었을 땐 직접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고 이후 음반 제작자로 또 음원제작자협회 상임고문을 맡아 활동하는 등 음반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지만 온라인 음악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나 포부는 당당했다. 그는 "온라인 업체의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내 전공인 음악 분야를 잘 살려보고 싶다"며 "지금의 벅스를 만든 직원들과 힘을 합쳐 예전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여러 서류 뭉치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백장에 이르는 음원 저작권자 목록. 유료화를 앞둔 벅스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풍부한 음원확보다. 그동안 음반업계와 소송에 직면하게 되면서 신규 음원 공급에 차질은 물론 기존 음원마저 가처분 신청을 당해 제대로된 서비스 제공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김 대표는 "빠르면 4월 중순 늦어도 4월 말 경에는 음원 확보 작업이 끝날 것"이라며 "음원 문제만 해결되면 벅스는 예전의 폭발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수처럼 여겼던 벅스의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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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훈
김 대표는 몇 개월 전만해도 음반업계의 '공공의 적'이자 원수처럼 여겼던 벅스의 사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벅스를 죽이기 위해 온 힘을 쏟았지만, 벅스의 사장을 맡게 된 이상 이제는 벅스의 성공을 위해 뛰어야하는 입장이 됐다"며 "세상살이는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이어 "음반을 제작해도 채무만 쌓이고 직원들 월급을 못주게 되면서 벅스에 대한 근거없는 원망이 매우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원망이 기대로 바뀌었고 온라인 음악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접한 뒤로는 흥분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벅스에 오게 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음악 시장을 바라볼 때 음반 업계의 권리뿐만 아니라 이용자들과 온라인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하고 고려하게 됐다는 것. 때문에 유료화 정책도 유저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미리 말하면 김이 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면서 "기존 사이트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수준(한곡 다운로드 500원 월정액 3000원)을 기준으로 하되 사용자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장치도 사용자들 입장을 고려해 개방형을 채택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의 '멜론' 등 일부 사이트는 내려받은 곡을 지정된 기기를 통해서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벅스는 내려받은 곡을 MP3플레이어나 MP3폰 등으로 옮길 수 있는 횟수에만 제한을 둘 방침이다.

"벅스, 직접 디지털 음원 제작 사업도 벌일 것"

끝으로 김 대표는 벅스를 붕괴되다시피 한 국내 음반 시장 부활의 전초 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또 "벅스가 지금까지 음원을 공급받아 서비스하는 것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직접 디지털 음원을 제작하는 사업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예전처럼 음반하나에 열곡 이상을 넣는 제작방식이 아니라 음반을 기획하고 녹음을 진행하면서 완성된 곡은 바로 벅스를 통해 공개 서비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검증된 곡은 따로 모아서 오프라인 음반 형태로 발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침체된 음악 제작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벅스를 통해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제작자들이 비용부담 없이 좋은 곡을 만들고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체 음악 시장이 활기를 띠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문일답] "음원문제만 해결되면 예전의 폭발력 보여줄것"

- 음반 업계에만 있다가 온라인 음악 업체의 대표를 맡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인터넷 쪽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음반 업계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더라도 내 전공을 잘 살려보려고 한다. 음반 업계의 선후배들이 믿고 맡겨 준만큼 부담도 크다."

- 벅스가 가장 어려울 때 대표를 맡게 됐는데.
"벅스가 2년 전부터 음반업계와 소송에 휘말리면서 예전의 힘을 많이 잃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반업계가 직접 경영을 맡게 됐고 곧 음원 확보 문제도 해결될 것이기 때문에 예전의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음반업계가 다른 온라인 사이트도 많은데 벅스를 선택한 이유는.
"음반사들도 자체적으로 온라인 사이트가 있었는데 잘 안됐다. 그리고 벅스는 국내 최대 음악 사이트이고 여러해 동안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도 크다. 그런데 음반업계와 갈등 때문에 벅스가 주저앉게 되면 음반업계와 벅스 모두 얻는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음원 확보는 언제쯤 가능해지나.
"4월 15일이 원래 계획인데 늦어도 4월 31일이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음반사들이 직접 주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음원 확보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각 음원에 대한 권리 확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

- 음원 권리자 확인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어떤 음원은 음반사에 권리가 있고 또 어떤 것은 가수에게 있기도 하고 직배사에 있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통일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없다. 벅스를 살려놓은 다음에 음반업계 차원에서 이런 데이터베이스 통합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음원 확보 능력도 경쟁력, 똑같이 장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 음반사들이 벅스를 인수하면서 신규 음원을 벅스에만 독점 공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음원확보 능력도 경쟁력 중 하나다. 일부 음원들은 벅스를 통해 먼저 서비스 되는 경우가 분명 생길 것이다. 모든 사이트에서 똑같이 장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구조상 독점은 안될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음원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각 사이트별로 가지고 있는 음원이 모두 다르다면 결국 여러 개의 사이트에 가입해서 돈을 내야만 듣고 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유료화의 성공적인 정착과는 거리가 먼 것 아닌가.
"맞는 지적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음원의 독점 공급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사이트보다 먼저 서비스하는 것일 뿐이다. 각 음반사들도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벅스에만 음원을 줄 수도 없을 것이다. 또 각 사이트들이 손쉽게 음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통합된 음원 데이터베이스도 만들어 가겠다. 지금까지는 음원 권리자와 온라인 업체가 상극관계였는데 내가 벅스에 들어온 만큼 중계자 역할을 해보려고 한다."

- 유료화 방식은 정해 졌나. 너무 부담이 크면 유료화가 성공하지 못할텐데.
"아직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다만 이용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또 돈을 내도 아깝지 않는 질 높은 서비스를 통해 유료화 때문에 벅스를 떠난 고객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온라인 음악시장의 수익성이 기대되면서 자본력을 앞세운 거대 이통사들도 온라인 음악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우리의 장점은 많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음원뿐 아니라 가수, 개그맨 등은 모두 우리 식구다. 때문에 다른 사이트에서 보여줄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와 콘텐츠 확보가 용이하다. 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음원 확보도 상대보다 더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무기다."

"10년 전 제작한 '발걸음', 아직도 수익이 꾸준"

- 음악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음악 제작 방식도 많이 변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서 벅스가 디지털 음원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음악를 공급받아 서비스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에도 참여할 것이다. 예전에는 10곡 이상을 담아 음반을 만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제작비도 많이 들었다. 그래도 소비자들에게는 들을 곡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온라인에서는 좋은 곡 한 두곡을 만들어 서비스 할 수 있다. 또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곡들은 따로 모아 음반으로 발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직접 제작사를 두겠다는 것인가.
"직접 제작할 수도 있고 기존 제작사에게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다. 또 사정이 어려운 제작사들은 벅스를 통해 만든 곡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해서 침체된 음반업계를 다시 되살려보고 싶다."

- 음반 제작자로 활동 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김현정 1,2집은 가장 많이 팔려서 기억에 남는다. 또 10년 전에 제작한 애메랄드캐슬의 '발걸음'이라는 앨범이 있는데 당시엔 한 20만장 정도 팔렸다. 그런데 발걸음이라는 곡은 지금까지도 다운로드라든지 모바일에서 나오는 수익이 꾸준하다. 놀랐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정말 좋은 음반을 만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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