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부침개와 막걸리의 절묘한 만남김정혜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비 오는 오후를 정답게 즐기고 계시는 모습에 ‘김치부침개에 막걸리가 뭐 그리 대단한 음식이라고 저리들 흥겨우실까’ 싶었습니다. 별 거 아닌 일에 흡족해 하시는 두 분의 모습에 제 가슴도 어느새 따뜻해져 왔습니다.
어느새 아버지의 입에선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 비 내리는 이 밤도 애절구려….’
어머니는 박수를 치시고 아버지는 손바닥으로 무릎 장단을 맞추시고…. 두 분의 흥겨운 모습에 넋을 놓고 있던 저는 부랴부랴 집으로 와서 김치부침개를 마저 부쳤습니다.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상을 차리는 그 순간에 남편이 코를 '킁킁' 거리며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와! 이거 무슨 냄새야? 김치부침개 했어? 역시 이심전심이군. 안 그래도 비가 내리길래 김치부침개 생각이 절실했는데…"
남편도 아버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뽀얗게 뒤집어쓰고 온 먼지를 털어낼 생각도 없이 연신 젓가락이 김치부침개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막걸리도 한 사발 들이킵니다. 그러더니 '꺼억' 하고 거한 트림을 토해냈습니다.
저는 안 되겠다 싶어 남편의 등을 두들겨 욕실로 들여보내고, 아예 친정에다 술상을 차렸습니다. 술상이라 해봤자 김치부침개에 막걸리가 전부인 참으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는 술상이었지만, 아버지도 어머니도 남편도 최고의 술상이라며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다시며 매우 흡족해 하셨습니다.
그 칭찬에 탄력이 붙어 저는 연신 부침개를 부쳐 내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미 막걸리 두 통이 동이 나고, 남편이 달려가서 막걸리 한통을 더 사다 나르고….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어머니께서는 남편에게 막걸리를 부어주시며,
"요즘 힘들지. 그래도 힘내서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있을 걸세. 나는 자네가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고마운지 모른다네. 정말 고맙네."
무엇이 그리도 고마운지 어머니는 남편의 두 손을 꼬옥 붙잡고는 연신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편은 비운 막걸리 잔에 다시 막걸리를 가득 부어 어머니께 드리면서, “장모님. 아닙니다. 제가 부족해서 좋은 음식 한 번, 좋은 옷 한 벌 해드리지 못하고, 늘 걱정만 끼쳐 드립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이 사위가 효도 한 번 하겠습니다. 부디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합니다.
부침개를 서로 입에다 넣어 주면서 사위와 장모는 참으로 정겨운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에 저는 내내 웃음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니 김치부침개와 막걸리 한 사발이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킬 줄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네.’
비 오는 오후. 우리 집엔 김치부침개와 막걸리 한사발로 고소한 가족사랑이 솔솔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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