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주체 논란, 2% 아쉬운 독립기념관

[2만 원으로 떠나는 천안 당일여행 4]

등록 2005.04.15 16:20수정 2005.04.15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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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육중한 겨레의 탑

육중한 겨레의 탑 ⓒ 김정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립기념관

3월 16일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조례 공포로 뒤숭숭하던 이때 독립기념관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못했다. 독립기념관의 탄생 계기도 알고 보면 1982년 당시 일어난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때문이 아니었던가?


물론 해방 이후부터 독립기념관 설립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건립 필요성에 대해 열정적일 정도로 전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일본 중등 사회교과서 왜곡 사건 덕분(?)이었다.

a 겨레의 집과  태극기

겨레의 집과 태극기 ⓒ 김정은

전국민이 모두 참여했다고 할 정도로 정성을 모아 천안시 목천면 120만평의 대지에 독립기념관이 웅장하게 세워진 지 근 20여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역사왜곡에 대한 이웃 나라의 집념은 날이 갈수록 집요하고 그 왜곡 정도 또한 점점 심해지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뿐이다.

우리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때가 지나면 어느덧 잊어버렸지만 그네들은 우리의 반응 따위는 무시한 채 집요하다 싶을 만큼 천천히, 조금씩 부끄러워해야 할 그들의 제국주의 역사를 오히려 자랑스런 선조들의 역사로 분칠하고 포장하고 있었다.

썩은 냄새 나는 역사를 요란하게 분칠한다고 해서 그 냄새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건만, 자꾸만 포장하느라 정신 없는 그들의 헛된 욕망에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정중앙에 까마득히 보이는 겨레의 집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독립기념관은 그날의 분노를 잊지 말자며 여전히 이 자리에 서 있지만 일본이 여전히 우리의 반응에 '저러다 말겠지'하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사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분노할 줄만 알았지 별다른 대응 없이 어느 순간 잊어버리는 우리의 태도가 그들에게 강한 면역주사를 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문화관광부, 국가보훈처의 운영주체 논란


a 불굴의 한국인상 흰바탕에 구석구석 낀 검은 때가 민망스럽게 느껴진다.

불굴의 한국인상 흰바탕에 구석구석 낀 검은 때가 민망스럽게 느껴진다. ⓒ 김정은

사정이 이런데도 정작 독립기념관은 현재 운영주체의 당위성을 놓고 논란 중이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1월 28일 새해 업무보고시 독립기념관과 전쟁기념관 소관부처를 국가보훈처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독립운동사는 국가가 합목적적으로 관리하는 역사라는 측면에서 보훈처로의 이관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


이에 따라 정부는 독립기념관의 소관부처를 문화관광부에서 보훈처로 이관하는 내용의 독립기념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지난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열린우리당과의 이견으로 독립기념관법이 개정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문화관광부 소속인 독립기념관 입장에서는 만약 독립기념관법이 개정되어 운영 주체가 바뀐다면 계약직의 비중이 큰 이곳의 구조상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보훈처로의 이관을 적극 반대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건물 곳곳마다 어울리지 않게 매달려 있는 현수막에 쓰여진 "독립기념관을 국가보훈처로 이전 결사반대!" 문구를 보며 마음이 편치 못했다.

아무래도 운영주체 이전의 문제는 일선 직원들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므로 서둘러 이전을 추진하기보다는 보다 신중을 기하되 운영주체 변경으로 발생될 효과 및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조사한 다음 이전을 차근 차근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 보훈처 이관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독립기념관 구석구석 매달려 있었다.

보훈처 이관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 독립기념관 구석구석 매달려 있었다. ⓒ 김정은

2% 부족한 7개의 대규모 전시관과 원형극장

민족전통관, 근대민족운동관, 일제침략관, 3·1운동관, 독립전쟁관, 사회문화운동관, 대한민국임시정부관 총 7개 전시관과 원형극장을 자세히 둘러보려면 그 또한 하루가 족히 걸릴 정도로 큰 규모지만, 각 전시관을 둘러볼 때마다 꼭 몇 % 빠진 것 같은 아쉬움이 들곤 했다.

특히 안타까운 전시관이 바로 민족 전통관이다. 이곳이 박물관이 아니라 대부분 복제품으로 전시한다고 해도, 박물관을 가지 않고 이곳을 들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역사를 충분히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도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보다 축소한 유물 모형의 경우 관람객이 실제 유물의 규모를 추측할 수 있도록 축소비율을 적어놓는 곳이 좋은데 실제 이곳에서는 축소비율을 명기한 곳도 있고 빠진 곳도 있어서 그 규모에 관하여 매우 헷갈리기 쉬웠다.

이를테면 지금은 볼 수 없는 황룡사와 황룡사 치미의 경우, 축척을 표시해서 그 규모를 이해하기 쉬웠는데 실제 존재하고 있는 무용총의 자그마한 축소판은 축소비율이 명기되지 않다 보니 도대체 실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모형 광개토왕비 또한 실물 크기인지 축소된 것인지 설명이 전혀 없다보니 그 규모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어와 영어로 축척을 빠지지 않고 명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일까? 전시 내용 자체보다는 이런 사소한 문제가 전시 내용의 이해도를 떨어트리는 것 같아 아쉬웠다.

이러한 자세한 설명에 대한 아쉬움은 여러 전시관을 지날수록 점점 커졌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설명판은 개괄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고, 한국어 투성이인 사진 자료 전시물의 경우는 외국인들이 설명 없이 보기엔 너무나 단순하고 지루해 보였다.

a 구석 구석을 봐도 외국어 표기가 보이지 않는 독도 설명

구석 구석을 봐도 외국어 표기가 보이지 않는 독도 설명 ⓒ 김정은

특히 최근 민감해진 독도에 관한 전시물의 경우, 한국어로만 독도가 우리 영토로 표기된 지도를 설명하고 있을 뿐 어느 곳에도 외국어로 독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는 표찰은 없었다. 그렇다 보니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라면 그저 옛날 지도구나 하고 별 생각없이 지나치기 쉬울 것 같았다.

그 옆 종군위안부에 대한 외국어 설명은 간단하게나마 붙어 있는데 왜 독도에 관한 내용은 외국어 설명이 없는 것일까? 혹 민감한 사안이라서 외국어 설명을 의도적으로 안 붙인 것은 아닐까?

최근 보도를 보니 독립기념관 측에서 독도 특별전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보도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내외 정세가 시끄러울 때 그 분위기에 편승한 기획특별전보다는 평상시 독도가 그려진 옛날 지도에 대한 자세한 외국어 설명 표찰 하나를 부착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하는….

이제 서울에서 쉽게 전철로 천안까지 갈 수 있게 된 지금, 서울을 여행하는 외국인 여행객들도 마음만 먹으면 보다 쉽게 독립기념관을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여행을 하러 오는 외국인에게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자랑스럽게 독립기념관을 추천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아닌 제 3자의 시선으로도 그동안 우리 나라의 독립을 위해 지녀온 열정과 노력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도록 보다 사소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하리라 본다.

a 전두환씨가 기념식수했다는 내용의 안내석이 세워진 나무

전두환씨가 기념식수했다는 내용의 안내석이 세워진 나무 ⓒ 김정은

어느덧 제 7전시관을 지나 원형극장의 회전영화를 관람한 후 밖으로 나왔다. 슬슬 돌아가려고 하다보니 유독 내 시선을 끄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는 다른 게 아니라 당시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가 독립기념관 건립 당시 기념식수를 한 나무였다. 특별 관리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기념식수라….

2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그 꼬리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무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나무도 옆에 있는 수많은 나무처럼 이름없는 평범한 일생을 살면 좋으련만, 20년이 지나도록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한 굴레를 쓰고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만 그 굴레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얼굴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노력 필요

이런저런 아쉬움이 느껴지는 독립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나가려다 껌 한 통을 사기 위해 가까운 간이매점을 들렀더니 직원이 휴가 중이란 푯말만 덩그러니 붙여진 채 매점은 문이 꽁꽁 닫혀 있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또 다른 매점에 들러 그곳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저 연못 쪽에 있는 매점이 문을 닫았던데요?"
"아 예, 지금 그곳 직원이 휴가를 냈거든요."

매점 운영에서도 역시 방문객들의 편의를 고려해야 하는 관리자들의 배려가 아쉬웠다.

버스에 몸을 싣고 천안역으로 가는 시간 동안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 남았던 독립기념관에 관한 잔상이 머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실한 외국어 설명과 지나친 나열식의 사진자료들, 그리고 전두환 기념식수에 대한 잔상이 전투적이기까지 한 보훈처 이전 결사반대 플래카드와 함께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듯 보인다.

알차고 내용 있는 전시관을 꾸미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전시관 운영에 돈이 필수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알차고 내용 있는 전시관을 꾸미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그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놓으려는 정성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공무원 사회도 이제 혁신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불어 스스로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부디 운영주체가 누가 되었든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대표적 얼굴로 적극 추천할 마음이 생길만큼 보다 짜임새 있는 운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덧 버스는 천안 삼거리를 지나 천안역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할 온양온천을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매우 조급했다.

덧붙이는 글 | 2만원으로 떠나는 천안 당일 나들이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독립기념관 이용시간은 09:30~17:00(하절기기준, 동절기 폐장시간은 16:00)이고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군경 700원, 65세 이상 경로는 무료입니다. 30인 이상 단체요금은  성인/청소년/어린이,군경 순으로 각각1500원/700원/500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2만원으로 떠나는 천안 당일 나들이 네번째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독립기념관 이용시간은 09:30~17:00(하절기기준, 동절기 폐장시간은 16:00)이고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100원, 어린이, 군경 700원, 65세 이상 경로는 무료입니다. 30인 이상 단체요금은  성인/청소년/어린이,군경 순으로 각각1500원/700원/5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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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을 그만두고 10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파주에서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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