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위원장오마이뉴스 권우성
강만길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이 어제(1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강 위원장은 한 기자가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운동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제시대 운동은 어디까지나 독립운동이다. (김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운동도 독립운동으로 봐야한다"며 "(김 전 주석이) 항일운동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독립운동은 그 자체로서 독립운동으로 봐야하고, 사회주의 등을 따지는 것은 그 이후의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어제 오후 2시33분에 관련기사를 첫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연합> 기사를 오후 내내 머릿기사로 내걸었고 다른 몇몇 매체들도 인터넷판에서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평소 대북문제나 김일성 등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조선, 동아는 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특별히 비판을 가하지는 않았다. 두 신문 모두 옛날 같으면 사설로도 세게 치고 나올 법도 한 데 의외로 조용했다.
논란은 의외로 정치권에서 불거졌다. 오늘 오전 9시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강 위원장의 어제 발언을 거론하며 "어제 강만길 위원장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말을 했다"면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는데 충분히 논의가 필요한 것을 미리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점잖게 지적했다.
정치권에서 터져나온 '김일성의 항일운동' 논란
강도가 높아진 건 뒤이어 나온 논평에서였다. 한나라당은 구상찬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김일성이 항일운동가라면 국립묘지에라도 모실 것인가"라고 지적하고는 "김일성을 항일운동가로 인정하는 강만길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 겸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장의 발언은 공인으로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발언"이라며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역사학자인 강 위원장이 역사적 근거를 토대로 김일성 전 주석이 일제 때 항일운동을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나라당이 국립묘지 안장 운운하면서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주장한 것은 과도하다. 한 마디로 말해 정치공세에 다름 아니다.
김 전 주석의 항일운동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관련 연구성과도 적지 않다. 여기서 그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거니와 필요도 없다고 본다. 다만 공문서와 일제당시 신문기사 등 두 가지 사료만을 근거로 들어보겠다.
일제 때 총독부 군수·경시 등을 거쳐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에서 항일운동가들의 귀순공작 및 토벌 책임자를 지낸 김창영(金昌永·1890∼?)이란 친일파가 있었다. 친일파 연구자들에게도 생소한 이 이름은 지난 93년 도서출판 다락방에서 <반민특위 재판기록>을 영인본으로 출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반민특위가 본격 친일파 검거에 나선지 3개월 만인 1949년 4월 반민특위에 체포돼 재판을 받은 김창영은 그 달 16일 반민특위 충청북도 조사부에서 제2차 피의자신문 때 신정호 조사관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신 조사관 : 귀순공작의 계획, 내용을 말하라.
김창영 : 길림성 돈화현 진한장(양정우 부하, 제5사단장) 귀순공작의 실패를 거울삼아 김일성 귀순공작은 특히 신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종락, 박차석으로 하여금 김일성 부대가 잠복할만한 신간 촌락 일원을 순회하며 두 사람의 서신과 사진을 살포하여 김일성과의 연락을 취하였던 바, 약 3개월 후 몽강현 두도화원이라는 촌락에 거주하는 농부를 이용하여 김일성 부대로부터 반신(返信)이 왔었습니다.
신 조사관 : 전술한 김일성이라는 자는 어디에 있는가?
김창영 : 현재 평양에 있는 김일성으로 인정합니다.
반민특위 재판정에서 나온 '김일성의 항일운동'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