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는 물을 담아둔 항아리김훈욱
그래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저쪽 탁자 위에 화려하게 생긴 물병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등장하는 요술램프처럼 생긴 큰 병이었는데 물병이라고 불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저 아름다운 물병에는 얼마나 시원한 물을 담아 두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물을 컵에 따른 다음 제자리로 돌아와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생각과는 달리 물맛이 좋지도 않았고 그리 시원하지도 않은 그냥 미지근한 물이었습니다.
이렇게 물을 마시고 있는데 신랑이 손짓으로 물을 마시지 말라는 듯한 신호를 열심히 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물은 종교지도자들이나 어른들이 먹는 물이라 아무나 마시면 안되나 보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보였지만 이왕 따른 물이니 마시자는 생각으로 찔끔찔끔 마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계속 마시는 것을 본 신랑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는지 저에게로 왔습니다.
"물을 마시지 말라는데 왜 자꾸 마셔요?"
이 말을 들은 저는 좀 불쾌했습니다. 설사 어른들이 마시는 물이라고 해도 이왕 따른 것 버릴 수도 없는 일이라 마시는데 그걸 가지고 일부러 주의까지 주고있으니 말입니다.
"이왕 따른 것이라 마십니다."
그래서 저도 불쾌하여 좀 퉁명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신랑이 저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참을 웃더니 의외의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이 물은 마시는 물이 아니라 손 씻으려고 담아 둔 물입니다."
그리고 보니 음식을 손으로 먹은 사람들이 손은 어떻게 씻었을까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손수건 하나를 다 버리며 닦았는데 말입니다.
이 말은 들으니 갑자기 카레로 양념한 닭고기를 먹은 탓인지 조금씩 거북했던 속이 갑자기 거품이 부글거리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