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 된장속에도 꽃이 피었다.김정혜
그 맛이란…. 뭔가 쌉싸름한 것도 같고 달짝지근한 것도 같고 하여간 그 맛이 기가 막혔습니다. 더욱이 꽃을 먹는다는 그 경이로움에 저는 그 맛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정신이 없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한참을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어느새 우렁 된장도 동이 나고 꽃들도 동이 나고 다만 허기졌던 배만 아주 포화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포만감이란 그 어떤 말로도 표현되지 않더군요. 단순히 한 끼 식사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먼, 뭔가 아름답고 예술적인 그 어떤 것으로 제 육신의 허기를 채웠다는 그런 신비스러움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리부부가 식사를 다 끝낸 것을 확인한 주인아저씨는 이번엔 허브차를 한잔 가지고 오셨습니다. 꽃 쌈으로 한껏 배불린 다음에 마시는 허브차라서 그런지 허브 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향기로운 것 같았습니다.
식당을 나와 다시 차에 오른 남편은 제게 그러더군요.
“어제 오늘 참 기분 좋다. 어제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뭔가를 해주어서 기분이 좋고, 오늘은 생전 처음으로 꽃으로 배를 불리니 기분이 좋고 매일매일 이렇게 기분이 좋으면 좋겠다.”
저는 남편의 그런 기분 좋은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참 웃을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이 줄어들어 늘 걱정인 남편. 가장의 그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지 요즘 부쩍 어깨가 처질 대로 처져 있어 한없이 가여워 보이던 남편.
노심초사 연로하신 부모님 걱정에, 늘 어려운 동생들 걱정에, 남들처럼 제대로 잘해주지도 못한다며 항상 못난 아빠 못난 남편이라며 자책하던 남편. 그런 남편의 핼쑥한 얼굴에 오랜만에 환하고 밝은 웃음꽃이 피는 걸 보는 제 가슴은 왠지 자꾸만 아리고 쓰려 왔습니다. 그런 제 마음속으로 조용한 다짐 한 가지가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부부일심동체, 그렇습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앞으로는 남편의 얼굴에 언제나 웃음이 사라지지 않도록 항상 애쓰고 노력하리라 스스로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비 개인 봄날 오후. 우리부부는 아름다운 꽃으로 배를 불리고 참으로 오랜만에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잡아도, 잡아도 잡히지 않는 봄날 아지랑이 같은 행복이란 걸 마음껏 잡아 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동생에게 해줄게 있어서 참 다행이야' 에 이어진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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