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빠랑 잘게" 딸아이의 인심 알고보니...

아빠랑 자면 ‘요요’ 사준다는 엄마 말듣고 '연기'

등록 2005.04.14 11:46수정 2005.04.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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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을 키우다 보면 모두 다 겪는 평범한 일을 이렇게 계속 글을 쓰는 것이 혹시나 오마이뉴스나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를 멈췄다. 아무리 '사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개인사인 것 같아서….


하지만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오마이뉴스와 나'라는 주제로 기사 공모를 했을 때 '결심'한 것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글을 쓰기로 했다.

그 때의 결심이란 우리 딸과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오마이뉴스에 기록해 나중에 내 딸과 아들에게 꼭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글이 그냥 생나무에 머물기를 간절히 바란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혹시나 이런 글쓰기가 오마이뉴스나 오마이뉴스 독자분들에게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치게 될까하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넋두리가 길었나 보다.

a 제 딸 '세린'이랍니다. 요즘 유치원 다니는 재미가 좋은지, 아무튼 아빠한테는 관심이 없답니다.

제 딸 '세린'이랍니다. 요즘 유치원 다니는 재미가 좋은지, 아무튼 아빠한테는 관심이 없답니다. ⓒ 장희용

예전에는 딸 아이와 물놀이도 하고, 색칠도 하고, 퍼즐도 하고, 블록놀이도 했다. 또 엄마 몰래 슈퍼 가서 먹으면 안 된다는 소위 불량식품도 사주고, 싱싱카도 밀어주고, 세발 자전거 뒤에 딸아이 태우고 낑낑대며 아파트 복도에서 왔다갔다 하고, 베란다에서 둘이만 고기 구워먹기도 했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보니 우리 딸과 참 좋은 추억이 있었구나!
추억이라…. 거 참 기분이 이상하네. 그럼 이제부터는 추억을 먹고 살아야 된다는 뜻인가? 신세 처량한 아빠가 돼 버렸다.

하지만 우리 딸, 이런 아빠와의 즐거운 기억들은 깡그리 어디다 묻어 두었는지, "예전에는 아빠랑 재밌게 놀았잖아! 아빠랑 놀자?"고 해도 그저 "싫어"만 외쳐댄다. '싫어 싫어 싫어….'이젠 무슨 말만 했다 하면 '싫어'다.

며칠 전에는 하도 '싫어' 그러기에 얄미워서 꿀밤 한대를 살짝 먹였다. 아! 지금은 후회 막급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이젠 '싫어'가 한 단계 더 진전해 '미워'가 돼버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딸 아이가 아빠를 진짜로 미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장난으로 그러는 것 같지도 않고…. 딸한테 물어보면 그냥 아무 소리 않는다.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 눈치인데…. 원인을 알아야 대처를 하지.

그런데 어젯밤에 우리 딸이 베개 안고 오더니 "오늘은 아빠랑 잘게"한다. 왜 그렇게 이쁘던지. 갑자기 아빠하고 자겠다는 딸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림책 무려 여섯권 읽어주고 은근슬쩍 물어봤다.

"세린! 이제 아빠 예뻐?"

딸을 꼭 안으며 온갖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물어봤건만, 우리 딸 아 한마디 하고 멍멍이 베개 끌어안고 휙 뒤돌아 눈 감아 버린다.

"내일부터는 엄마랑 잘 거야!"

알고 보니 엄마가 유치원 갔다 온 딸을 붙잡고 온갖 협박과 회유책을 써서 억지로 나랑 자게 한 것이었다. 무슨 이면합의를 봤냐고 물었지만 아내는 말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난 오늘 아침에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딸 아이가 예전부터 갖고 싶다고 조르던 '요요'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닌가! 딸한테 "재밌냐? 좋냐?"고 묻자 내가 묻는 말의 뜻을 모르는 딸, "응, 좋아"하고 말한다.

아, 아빠를 요요 하나 하고 맞바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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