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토람이'와 '눈을 떠요'가 가져온 변화

늘어난 장애인 소재 방송 프로그램, 사회 인식까지 선도

등록 2005.04.16 09:30수정 2005.04.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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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우리 사회 내에서 아직까지 소수계층에 속해 있지만 여론 형성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방송매체가 어느 만큼 노력해 주느냐에 따라서 TV 속의 장애인이 더 이상 소외 받는 집단으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방송의 역할은 매우 크며 그 파급 효과와 힘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최근 장애인을 주인공이나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 드라마나 영화가 속속 대중과 만나면서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늘어난 장애인 소재 방송 프로그램, 장애인 인식개선까지 선도

최근 장애인이 등장하는 TV 드라마만을 살펴보면 MBC 수목드라마 <슬픈연가>, KBS 일일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 주말드라마 <부모님 전상서>, SBS 주말 드라마 <토지>, <봄날> 등 많은 작품이 있다.

SBS 신년특집극 <내사랑 토람이>는 우리 나라의 첫 여성 맹인안내견 사용자인 전숙연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탤런트 하희라가 맡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제공: SBS <내사랑 토람이>)
SBS 신년특집극 <내사랑 토람이>는 우리 나라의 첫 여성 맹인안내견 사용자인 전숙연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탤런트 하희라가 맡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제공: SBS <내사랑 토람이>)
SBS 신년특집극 <내사랑 토람이>는 우리 나라의 첫 여성 맹인안내견 사용자인 전숙연씨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탤런트 하희라가 출연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드라마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시각장애인이 되어 겪게 되는 어려운 상황들과 특수교육 전문 교사로서 당당하게 일어서기까지의 과정 등 여성 시각장애인이 경험하게 되는 사회의 편견과 냉대, 안내견과의 만남과 이별 등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20%를 넘어서는 쾌거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방송'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을 동시에 실시하여 장애인들에게도 호응을 받았다.


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이 확충되고 있다. 특히 MBC (연출 김영희)의 '눈을 떠요' 코너가 가장 눈길과 마음을 끌고 있다. 그 훈훈한 감동이 실천으로 이어져, 대의에 동참하고 싶다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눈을 떠요'는 장애인들이 각막을 기증 받아 수술, 회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장애인들이 시력을 회복하는 장면.

프로그램 MC 김제동, god가 이미 사후 각막 기증 서약서에 서명했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의 대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방영을 시작한 지난해 12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온라인으로 장기기증을 서약한 사람은 1935명. 이는 11월 317명, 10월 343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또 지난 3월 4일에는 각막기증 인구를 늘리기 위해 문화방송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대한안과학회는 '각막기증의 해 선포식'을 가졌다.


아직 2%부족한 방송 현실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최근 들어 증가 추세에 있지만 대부분이 장애인의 본질이나 생활의 진솔한 측면이 아닌 극적 긴장을 유발시키는 소품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발간한 <장애인 대상방송 TV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관련 뉴스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40.8%가 미담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장애인 관련 뉴스가 아직까지도 장애인을 시혜적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인간승리'류의 영웅담으로 미화하는 등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BS의 <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들을 가난과 불행에 찌든 동정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방송진흥원 박웅진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평상시의 정기 편성에는 TV, 라디오를 막론하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도, 장애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도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나 장애인의 날 등 계기 편성에는 수많은 장애인관련 프로그램이 이벤트 성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장애인 대상의 프로그램은 명분과 형식으로 '생색내기'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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