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함께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함께 우리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골라 다루고 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어떤 세계든지 이끌어 나갈 주체로서의 우리 몸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첫장에서 다루어진다.
두 번째 장에서는 지구 파멸까지 초래할 수 있는 핵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세 번째, 네 번째 장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 강대국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네트워크와 관련된 삶과 결코 나몰라라 할 수 없는 환경문제를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에서 다룬다.
생물학과 관련한 눈부신 과학의 발전이 우리 몸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대한 가상의 첫 장. 자식을 주문하고, 그 주문된 자식을 받은 뒤 놀라는 부모들의 이야기부터 우선 솔깃하게 들어왔다.
"부모들은 자식들의 신체적, 지적, 심지어 감성적 특성까지도 설계하려고 들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들의 자식이 제조되어 나오자 부모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몇 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애덤을 생각하였다. 몰리를 위하여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지금을 살아가는 애덤과 질소 속에서 보관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다른 애덤들. 그리고 불치병을 치료할 신약을 기다리며 냉동인간을 자처한 많은 사람들.
몰리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그 용도로 인간에 의하여 애덤이 만들어졌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찬반의 의견으로 맞섰다. 애덤을 만들어 낸 인간들이 그 인간제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식을 주문하고 과학자들은 주문받은 자식을 생산해낸다.
교통사고로 팔다리를 잃어도, 혹은 장기가 손상되어도 인간들은 척척 만들어서 붙여주고 몸안에 장기를 넣어 준다. 그렇게 보내온 21세기의 한때를 2112년 지금 되돌아 본다. 22세기를 살고서도 23세기를 이어 살 만큼 인간의 수명도 얼마든지 연장되어져 있다. 제목처럼 가상에 불과한가.
두 번째로, 그리 멀지않은 2036년에 전세계에 생중계 되는 방송프로그램이다. 이 생중계 방송에서 일본 총리는 과거사 관련하여 침통한 어조로 연설의 첫 말을 한다.
"99년 전 우리 국민이 저지른 수치스러운 행위를 일본 국민을 대신해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30년 후인 2036년 12월 13일은 난징 대학살 99주년 그 가상의 날이다. 일본 총리가 난징대학살 추모 기념관 개관식에 초대되어 침통한 어조와 모습으로 연설을 하는 것.
지금 기고 만장한 일본이 어찌하여 중국에 사죄하는가. 자발적으로?천만에 그건 아니다. 2030년대에 중국은 세계의 강자가 된다. 이제 일본은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중국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중국에서 일본에게 그 동맹의 조건으로 내세운 조건은 2차 대전 중에 일본이 저지른 극악 범죄행위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다.
그 사과의 조건으로 중국내에 난징을 비롯한 5곳에 해당하는 전쟁기념관을 지으라는 것이다. 일본은 마지막까지 버텨 보지만, 결국은 살아 남는 어쩔 수 없는 방법으로 중국의 조건에 굴복한다.
일본이 중국에 사죄할 수밖에 없는 설정, 가상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기에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다가도 쓸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을 기획한 사람들이 보는 구미적인 시각에서 우리 한반도는 결코 중요할 수 없는 그런 변방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지금부터 2112년까지의 픽션일 뿐이다. 그렇지만 모든 픽션은 논픽션을 가능성으로 하고 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각도의 모티브에 의하여 이 책은 씌어졌다.이 책이 그려내는 가상의 순간들은 지금의 벌어지고 있는 순간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전개된다.
조지오웰의 1984년 이후 인간 미래의 삶을 가장 잘 예측하고 묘사한 책이라든가? 과학문명의 눈부신 발전과 인간 복제 등 놀라운 과학적인 성과에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회의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하여 어쩔 수 없이 품게 되는 불안과 회의를 다시 바라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예측하는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다면 또한 이 가상역사 21세기를 펼쳐보라.
536페이지라는 분량에 결코 기죽지 말자. 덤벼 펼쳐보면 결코 지루하지 않을 만큼 생생한 긴장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가상의 세계에 자주 혼동할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가 과연 어느 지점인지. 제일 뒷장에 실어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몇 페이지를 읽었다.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는 시점의 글인줄 알았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읽다보니 아뿔싸 2112년에 씌어지고 있는 글이었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순간 착각을 되풀이 하며 읽은 책이다.
<가상역사 21세기>가 포함하고 있는 요소들은 다분히 매력적이다. 과학적인 무한한 호기심과 한편으로는 다소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생생한 설정이 매력적이다. 어쨌거나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그래도 행복한 시대라는 것이다.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한통속이다. 미래는 일부러 설정된 따로의 세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후는 모두 미래고 가상세계로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그 출발점에 있다. 조금 전 호흡한 순간들은 지금 현재, 미래를 넘어가는 한 호흡이다. 결국 이 책이 담고 있는 것은 아름다운 21세기다.
다만 아쉽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책을 기꺼이 집어들고 충분히 읽어 낼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그런 책이다. 우리 세대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하는 것들을 그들은 충분히 발견해내고 훨씬 더 매력있는 미래 설계를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가상역사 21세기>는 책과 함께에서 펴냈으며 책값은 1만 4900원이다. 마이클 화이트, 젠트리 리 지음 , 이순호 옮김이다
가상역사 21세기
마이클 화이트.젠트리 리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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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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