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만들기 만만치 않네"

[인터뷰] 자동차와 사랑에 빠진 영남대 천마DM

등록 2005.04.18 00:47수정 2005.04.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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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3년 SAE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Z-4 자동차

2003년 SAE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Z-4 자동차 ⓒ 인재제일 양영석

꿈을 묻는 질문에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고 답하는 꼬마들이 있었다. 그 꼬마들 중 대부분은 그 꿈을 잊은 지 오래고, 여기 몇몇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5월에 있을 Formula SAE 대회 준비를 위해 여념이 없는 영남대 기계공학과 천마DM(Dream Maker)을 지난 15일 만나 보았다.

세계를 향해 달린다


천마DM(Dream Maker)은 1994년 학술 동아리 '창공'에서 시작된 동아리로 1996년 비행기 연구에 자동차 분야를 포함하면서, 영남대를 상징하는 천마와 꿈을 만드는 모임이란 뜻을 담은 'Dream Maker'를 합쳐 천마DM으로 거듭나게 됐다. 자동차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자동차 팀과 글라이더, 유선조종 비행기(U/C), 무선조종 비행기(R/C) 등을 연구, 제작하는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a 천마DM 회장 이희원씨

천마DM 회장 이희원씨 ⓒ 인재제일 양영석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이희원(기계공학과 2학년)씨는 "자동차 파트는 국내외 대회를 준비하며 지금까지 14대의 자동차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모형 파트에서는 글라이더와 조종용 비행기 모형을 만들고 있지요. 마음 같아선 실제 비행기도 척척 만들어 보고 싶지만 그건 잠시 미뤄야겠지요"라고 말했다.

현재 그들의 목표는 5월에 있을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경진대회에 출전해 기량을 시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SAE 포뮬러 대회는 미국 자동차 공학회(SAE)의 주관으로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동차의 디자인 및 비용, 내구력과 주행 능력 등을 평가하는 자리다. 1981년에 시작된 이 대회에서는 610cc 미만의 모터사이클용 엔진을 이용한 포뮬러를 제작해 겨루게 된다. 세계 자동차 공학도들의 잔치인 만큼 미국의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일본의 도요타가 공동으로 후원하고 있다.

천마 DM은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에 출전한 실력파다. 물론 첫 대회 참가에서는 125개 대학 중에서 99위를 차지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권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50위를 차지했다. 순위보다는 각 평가 영역에서 고루 성적을 얻었다는 점이 의의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영역에서 모두 성적을 얻은 팀은 20여개의 대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시의 Z-4호 자동차는 시속 100km 속도를 내는 데 단 3초가 걸릴 정도로 순간 가속력이 뛰어나고, 최고 속도도 160km까지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희원씨는 "올해 대회에서는 종합 성적 20위권 안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동아리 10주년 행사도 했는데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죠"라며 밝게 웃는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그동안 그들이 보여준 열정과 실력은 대단했다. 2004년 일본에서 열린 'F-SAE JAPAN에도 출전하는 등 5년 연속 국제대회에서 이름을 알린 그들은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자동차 동아리다. 동아리방을 가득 채운 트로피와 상장에서 그들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엿볼 수 있었다.


천마DM을 힘들게 하는 것들

a 작업실에서 자동차 제작하는 중

작업실에서 자동차 제작하는 중 ⓒ 인재제일 양영석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 오프로드용 차량을 제작한 뒤 실시한 테스트에서는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바퀴가 왼쪽으로 돌기도 했다. 또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가드레일을 받은 경우도, 엔진이 폭발해 피스톤이 박살나기도 한 적도 있었단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관심이 많다고 해서 제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신입부원이 들어오면 10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기초지식을 전수해 주고, 모형을 통해 실제 제작 준비를 해 나간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역시나 금전적인 부분이다. 보통 F-SAE 대회에 한번 참가하는 데는 5000만원 가량이 든다. 학교에서 지원을 해 주고, 팀원이 회비를 모으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끌어 모은다. 지난 겨울에는 부품박람회에서 차량과 사진 등을 전시하기도 했다. 또한 기업체에게 스폰서를 받기 위해 대회 출전을 위한 기획서를 들고 국내에서 가보지 않은 없다고 한다. 다행히 차량 제작에 필요한 부품을 지원해 주는 자동차 관련 기업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 비용 마련이 대학생으로서는 힘들다.

천마DM 팀원들은 미국 팀의 제작 환경을 부러워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자동차 제작 실력과 더불어 주행 연습을 여러 번 해서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동네마다 경주용 도로가 있어 제작한 차량을 시험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연습 한 번 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해서 미개통 도로를 찾아다니는 등의 수고를 해야 한다.

a 천마DM과 동고동락하는 이동주 지도교수

천마DM과 동고동락하는 이동주 지도교수 ⓒ 인재제일 양영석

천마DM을 지도하고 있는 이동주 교수는 "천마 DM 학생들의 열정은 미국보다 못하지 않고 기술도 뒤처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미국에 비해서 30% 정도 밖에는 되지 않지요.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만큼 뒷받침 못해 주는 여건이 아쉽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를 처음 도입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대회 참가가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자동차 스페셜리스트를 위해

자동차를 완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매년 10월쯤 팀을 결성하고 학기 중에 설계를 해서 겨울방학 때 차량 제작에 나선다. 방학 기간에는 동력 전달 부분 등 6개 분야로 팀을 나눠 회의와 제작을 거듭한다. 뿐만 아니라 스폰서를 구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요즘은 차량 제작이 마지막 단계에 돌입해서 주행 테스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F-SAE 대회에서 테스트 보고서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추운 겨울에도 천막으로 된 작업장에서 난로 하나를 둘러싸고 수많은 회의와 밤샘 작업을 한다. 기름이 없을 때에는 장작을 패오는 것이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 2년 전에는 팀원 중 한명이 과로로 쓰러진 적도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팀원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자동차 분야에만큼은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노력이 값져 보였다.

개인 시간을 모두 자동차에 쏟는다 해도 좋을 만큼 자동차를 사랑하기에 진로도 자동차 관련 분야로 가고 싶다는 천마DM 팀원들. 물론 졸업생의 절반 정도는 관련 업계로 진출하지만 자동차를 제작해 본 경험도 획일화된 채용 기준 앞에서는 큰 무기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아쉽다. 미국의 자동차회사는 F-SAE 대회를 지원하면서, 참여한 대학생들의 이력서를 받아 그 자리에서 인턴으로 채용하기도 한단다. 우리 나라에서도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천마 DM 팀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뜨거운 열기, 꿈을 만들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어려움과 마주치겠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열정이 있다면 문제없어 보인다. 팀원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니 올해 자동차대회에서는 더욱 기쁜 소식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Dream maker들은 오늘도 작업장에 출근을 한다. 어릴 적 꾸던 꿈을 좇은 그들의 질주가 순탄하기를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재제일(www.injaejeil.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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