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간 '윤밴', 가능성을 보다

[현지보고] 충분한 실력 입증... 조만간 영국서 싱글 앨범 발매

등록 2005.04.21 00:58수정 2005.04.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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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월 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에 걸린 윤도현밴드 공연 간판

3월 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에 걸린 윤도현밴드 공연 간판 ⓒ 박하얀

4월 12일 런던 북부 캠든 타운의 유서 깊은 공연장 코코 클럽. 낮 시간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이 곳은 과거에 '캠든 팰리스'로 불렸던 곳으로, 찰리 채플린이 무대에 올랐던 역사적인 극장이며 런던을 흔들었던 마돈나의 공연이 펼쳐진 음악 명소이기도 하다. 이날의 주인공은 3월 27일, 29일 이틀간의 영국 공연에 이어 유럽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윤도현 밴드. 이 곳이 그들의 마지막 공식일정이다.


윤밴, 찰리 채플린과 마돈나가 올랐던 무대에 서다

a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 박성진

막이 오르고 영국 록 밴드 '스테랑코(Steranko)'의 열정적인 무대에 이어 윤밴이 등장했다. 꽉 들어찬 관객들로 한껏 고무된 그들, 국경을 넘나드는 투어에서 쌓였을 피로는 찾아볼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환호는 끊이지 않았고,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스테랑코와 함께 <커츠 더 시티(Cuts the City)>를 신명나게 연주한 뒤에야 그들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투어 주관사인 영국 시크리션 뮤직 측은 윤밴의 투어대장정에 대해 "유럽 무대 진출 제1라운드였음에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시크리션 뮤직 대표 그레이엄 에슨은 이번 투어를 지켜본 후 윤밴에 대해 "경험이 풍부한 록 밴드답게 탄탄한 팀워크가 있고, 어느 무대에서나 최고의 실력을 끌어 낼 수 있는 프로페셔널한 밴드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a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 박성진

에슨은 "총 관객 수가 100명밖에 안 돼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독일 베를린 공연, 리허설 없이 곧바로 무대에 올랐던 이태리 밀란 공연에서도 실수 없이 오히려 다른 공연보다 탁월한 연주를 보였다"며 "상황의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그 상황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프로' 밴드로서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시장에 서야 할 밴드로서의 기본적 자질에 있어서는 완벽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공연 관계자들이 이번 투어를 통해 음악적인 측면 이외에 윤밴을 높이 샀던 부분은 바로 투어 버스 안에서 보여준 즐거운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윤밴의 박태희(베이스)씨는 "투어 버스 안에서 윤밴과 스테랑코 두 밴드가 형제처럼 지냈다"며 "내가 먼저 솔직하게 '발가벗고' 다가서기 시작하자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아무것도 아닌 듯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스테랑코의 리 엘비도 "이번 유럽 투어는 즐거움 그 자체였다"며 "내 삶과 음악, 밴드 모두 사랑한다, 누구보다 행복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스테랑코와 윤밴은 투어 버스 안에서 음악적 에너지를 공유하며 7개 곡을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열광한 관객들 "해외에서 한국 록 공연을 보다니...!"

a 3월 29일 런던 공연 - 앵콜곡 'Cuts the City'를 스테랑코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3월 29일 런던 공연 - 앵콜곡 'Cuts the City'를 스테랑코와 함께 연주하고 있다. ⓒ Zen Dai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태리 4개국에서 윤밴의 공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대부분 공연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윤밴 홈페이지 등 여러 웹 사이트를 통해 올라 온 공연 후기에는 "환상적이었다" "끝내줬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계속 친구들과 공연 이야기를 했다" 등 호평이 줄을 이었다.

특히 한국 록밴드의 공연을 해외에서 볼 수 있었던 유학생 및 이민자들은 더욱 열광했다. 네덜란드 헬몬드 공연을 관람했다며 윤밴 홈페이지에 공연 후기를 올린 네티즌 'yjsung0910'는 "네덜란드에서 윤밴의 공연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놀랍다고 썼으며, 런던에서 공연을 관람한 다음 카페 네티즌 'snow312'는 "외국 생활을 하며 힘든 문제들을 윤밴을 보며 풀었다"라고, 네티즌 '삼나'는 "록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서 윤밴이 공연을 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카페 '‘영국사랑'(café.daum.net/uk)의 공연후기 이벤트에 응모한 'Kewpie74'는 "세계적인 밴드를 자랑하는 영국에서 윤밴이 설 자리는 넓지 않겠지만…그들의 음악성과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유럽 무대에 설 이유가 있다"고 평했다.

a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이번 투어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모였다.

4월 12일 런던 코코 클럽 공연 모습. 이번 투어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모였다. ⓒ 박성진

한편 아쉬움과 실망을 표한 관객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너를 보내고> <사랑2>같은 알려진 곡들이 공식 세트리스트(연주목록)에 오르지 않았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영어로 개사된 곡들과 신곡들의 경우, 익숙지 않은 곡 분위기 때문에 실망스러웠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하지만 <담배 가게 아가씨>를 영어로 개사한 <시가레트 걸(Cigarette Girl)>과 스테랑코와 공동작업한 <플래시 앤드 본즈(Flesh & Bones)>, <커츠 더 시티(Cuts the City)>에 대한 호응도는 매우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도현씨는 "해외 시장인 만큼 한국과는 다른 무대를 기획했다"며 항상 모든 팬을 만족시키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윤밴이 국제적 밴드가 되려면...

a 3월 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 공연 - 관객과 인사를 나누는 윤밴멤버들

3월 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 공연 - 관객과 인사를 나누는 윤밴멤버들 ⓒ Zen Dai

한편, 윤밴을 지켜본 영국의 주요 음악 관계자들은 윤밴이 국제적인 밴드가 되기 위해서는 음악이나 매니지먼트 모두 국제 비즈니스라는 생각을 갖고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록 그룹 씬 리지(Thin Lizzy), 유에프오(UFO) 등의 프로듀서를 지낸 유명 인사 닉 토버는 "윤밴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록 밴드라고 해도 유럽 시장에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며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먹고 있어야 할 것"고 조언했다. 그는 "씬 리지가 전 영국을 석권하고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전석 매진 공연을 했지만, 처음으로 미국 공연에 나섰을 때는 초심을 되찾아야 했고 공연 수익이 많지 않아 작은 호텔방 하나에서 멤버 모두 새우잠을 자야 했다"고 술회했다.

윤밴의 유럽 진출을 주도하며 이번 유럽 투어를 기획 및 주관했던 시크리션 뮤직(프루트 파이 레코드) 측과 윤밴 소속사측 사이에는 향후 앨범발매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시크리션 뮤직의 대표 에슨은 "윤밴이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그런 환경 속에 처하면) 윤밴이 충분히 실력을 가진 밴드인 만큼 빠른 시간 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 3월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 공연 -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두 밴드 멤버들

3월29일 런던 아스토리아 극장 공연 - 공연 후 관객에게 인사하는 두 밴드 멤버들 ⓒ Zen Dai

앨범은 싱글을 우선 발매한 뒤 정식앨범을 발매하는 전형적인 서구 음악시장의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 첫 시작으로 오는 5월 30일 발매될 스테랑코의 싱글 앨범에 윤밴이 함께 연주한 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특히 이 앨범은 비틀즈의 전설이 숨쉬는 세계적인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최종 마스터링 작업을 거쳤다.

두 밴드 주변 음악 관계자들은 이번 투어를 통해 윤밴과 스테랑코 두 밴드가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데 힘을 얻고 있으며 이를 통해 두 밴드 모두에게 생기게 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투어로 자신감 얻었다"
[인터뷰] 유럽투어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윤도현

런던 코코 클럽 공연을 끝으로 유럽 투어 공식 일정을 마친 윤도현 밴드와 스테랑코는 런던 내 윤밴 숙소였던 모 호텔에서 조촐한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윤밴의 리더 윤도현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이번 투어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아마도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소득인 것 같다. 처음에 투어 결정이 났을 때 무척 기뻤지만, 한편 막막했던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투어가 이어질수록 무대도 편안하게 느껴졌고, 앞으로의 활동에 자신감도 생겼다.”

- 이번 투어에 멤버 모두 만족하나? 그리고 앞으로 유럽 활동에 대한 밴드 입장은 무엇인가.
“모두 너무 좋아한다. 네 명 모두 유럽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나 영국은 록의 본고장이지 않은가.”

- 같이 투어에 올랐던 스테랑코에 대해 말한다면?
“투어 버스에서 곡도 같이 만들며 잘 지냈다. 이제는 거의 형제나 다름없다. 이번에 나온 데뷔 앨범이 영국 음악 언론에서 거의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대단한 팀이다.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밴드라고 본다.”

- 이번 유럽 투어 중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독일 베를린 공연이다. 투어 중 가장 적은 관객이었지만 가장 흡족한 연주를 했던 것 같다. 관객이 없는 썰렁한 상황에서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이러면 어떤가 싶은 생각으로 여유있고 더 힘있게 공연을 마쳤던 것 같다.”

- 해외 활동으로 음악적인 변화도 생길 것이고, 팬층도 변할 텐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과 영국 각 상황에 맞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방식으로 통합되겠지만. 그리고 음악이 변하고 팬이 바뀌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연을 할 때 확인해 보면 그날 공연에 처음 오는 관객들이 대부분인 경우도 많았다. 또 언제나 모든 팬을 만족시킬 수도 없지 않은가.”

- 앞으로 구체적인 유럽 활동 계획은 어떤가. 영국 시크리션 뮤직과는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게 있는지.
“5월 말 우리가 참여한 싱글 앨범이 나올 거다. 그 이후 밴드 대표로 내가 영국에 와서 초기 활동을 시작할 생각이고 이후 나머지 멤버들이 합류하는 식이 될 것 같다. 아직 영국 음반사와 구체적인 내용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다.” /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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