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4월 18일 1면매일신문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간 지 나흘 뒤인 4월 18일 같은 사안을 두고 너무나 다른 내용의 기사가 1면 머리로 보도됐다. <매일신문>은 '이렇게 많은 대형 국채사업 대구ㆍ경북은 모두 피해갔네'란 기사에서 불과 나흘 전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대형 국책사업이 왜 대구ㆍ경북을 피해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없이 그저 중앙정부가 대구ㆍ경북을 소외시킨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자칫 지역차별을 조장해 지역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스럽기까지 했다.
이 기사에서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에서 대구ㆍ경북 소외현상이 심하다. 전국 지자체들이…10년 후를 내다본 사업들을 중앙정부의 힘을 얻어 추진하고 있지만 대구ㆍ경북에는 그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사실상 전무"하다며 마치 중앙정부 때문에 대구ㆍ경북이 소외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이는 나흘 전 "중앙 정부가 지원을 외면한다는 핑계도 지겹다"고 한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또 이날 기사에는 "다른 지자체처럼 독자적인 개발프로젝트와 비전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나마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이전에 모든 것을 기대고 있는 형국"이라는 대구시ㆍ경북도 관계자의 소극적이고 처량한 푸념조의 말을 비판 없이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나흘 전 "모두가 대구시의 정보 부재, 정책 판단 실수, 사업 추진력 미흡 때문이다"며 대구시를 강하게 질타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기사에서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대구ㆍ경북을 홀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이유로 관심을 적게 기울인 것은 사실"이라는 국회의원들의 말도 인용해 보도했다. 은연 중에 중앙정부가 대구ㆍ경북 지역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식이다. 하지만 나흘 전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내놓고 주도면밀하게 추진했다면 어느 중앙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한 것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뢰의 소'라도 보여줬으면
<맹자>의 곡속장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선왕이 어느 날 흔종
(鄧鐘)을 하기 위해 제물로 끌려가는 소를 목격하고는 '벌벌 떨면서 죄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소가 애처로워' 소를 양으로 바꾸라고 하였다. 이는 보지 못한 양은 참을 수 있으나 왕의 눈으로 직접 본 소는 불쌍해서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맹자는 이를 두고 제선왕의 측은지심을 높이 샀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고사에서 우리는 보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된다. 그 차이는 실로 삶과 죽음만큼이나 큰 것이다. 눈에 뜨인 소는 살았고 똑같이 불쌍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양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신문의 행위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삶과 죽음을 가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는 신문에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기사를 보도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살릴 것을 죽이고 죽일 것을 살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신문의 날을 맞아 새로운 각오들을 다졌을 것이다. 하지만 등불이니 거울이니 하는 지키기 힘든 큰 맹세보다는 '태뢰의 소'라도 보여주는 자세를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안태준 기자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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