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 협박'에 맞장구치는 언론들

[주장]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작전계획에도 '한미동맹' 부르짖어

등록 2005.04.21 14:01수정 2005.04.21 17:02
0
원고료로 응원
한반도 평화 뒤흔드는 미국의 행보

지난 17일 미 7함대 사령관 그리너트 중장이 <성조지> 인터뷰를 통해 북 정권이 붕괴하거나 안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7함대를 투입시키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회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러한 모습은 북에 대한 노골적인 협박으로, 우리 민족의 의사와 상관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장난하겠다는 위험한 태도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 오히려 한미관계 불안을 내세우며 더욱 한·미동맹만을 종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전계획 5029의 위험성-미국의 자의적 군사행동개시

한·미는 최근 북한 내 급변 사태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9-05' 작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전쟁이 아닌 북한 급변 사태시 전시 작전권을 가진 미군이 상황 주도권을 잡는 것이 '주권 침해'라고 한국 정부가 이의를 제기해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7함대 사령관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이러한 제동에 대한 반발로 나왔다면 정말 큰 문제다. 방위비 갈등과는 차원이 다른 한·미동맹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는 갈등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 내 위기상황을 상정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대한 과제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 한·미간의 공조 또한 기본이다.


- <중앙일보> 4월 20일자 [사설] '북한 급변사태시 한·미 공조는 기본' 중에서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작전계획 5029의 위험성은 도외시한 채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것만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작전계획 5029는 북에 위기 조짐만 보여도 군사행동을 개시할 수 있는 위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군통수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라는 판단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여기에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우리 민족의 뜻과는 달리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북 베트남을 폭격한 경우처럼, 미군이 특수부대 등을 통해 북한 내 혼란상황을 조성하고 이를 계기로 군사작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7함대 사령관의 발언은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이처럼 위험한 작전계획을 놓고도 오직 한·미동맹만을 부르짖는 것은, 우리 민족의 이익은 아랑곳없이 미국의 위험한 행보에 앞장서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다.

한·미동맹으로 눈을 가리는 언론들

北붕괴나 사회 불안정 경우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그리너트 美 7함대 사령관
北붕괴나 사회 불안정 경우 전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그리너트 美 7함대 사령관미7함대사령부
'작전계획 5029'와 함께 미국이 강대국이니 일개 함대 사령관이 제 맘대로 남의 땅에 군대를 끌고 가겠다는 7함대 사령관의 발언 또한 최근 미국의 대북 압박이 위험 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함께 사설을 통해 이러한 미국의 모습이 한·미동맹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간 군사대화 채널에 이상(異狀) 징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듯해 국민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이상이 없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과거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우려하는 것이다. 북핵은 물론 우리 안보 환경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정말로 한미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먼저 이를 흔드는 것처럼 행동할 이유가 없다.

- <동아일보> 4월 15일자 [사설] '한미 '對北 작전 충돌'의 뿌리를 걱정한다' 중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발언과 작전계획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미국을 따르라는 것은 이들 언론이 주장하는 한·미동맹은 자발적 친선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라 '종맹' 혹은 '주종관계'가 아닌가 싶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통일 시민연대, 통일연대, 전국민중연대 등 네 단체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정문 앞에서 작전계획 5029-05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통일 시민연대, 통일연대, 전국민중연대 등 네 단체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전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정문 앞에서 작전계획 5029-05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오마이뉴스 김덕련
우리 국민은 물론이요,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사태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지는 못할망정 맹목적 한·미동맹을 외치는 것은 이들 언론이 스스로 숭미(崇美)적 언론임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미동맹 강화는 전쟁광 부시를 따르는 것일 뿐

부시 정부는 2기에 들어서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등을 통해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전쟁의 광풍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부시정부를 따라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한반도 평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미 동맹 강화는 결국 북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말려들어 미국과 함께 동족인 북한에 총구를 겨누는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한·미 동맹에 목을 매는 언론들은 미국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하고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사라 기자는 언론비평웹진 필화(http://pilhwa.com)의 기자로 활동중이며 본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송고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사라 기자는 언론비평웹진 필화(http://pilhwa.com)의 기자로 활동중이며 본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송고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