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모를 쓴 우유 당번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우유를 나누어주고 있다.장영미
급식 당번은 두 조로 나뉘어 10여명의 아이들이 일주일마다 번갈아가며 맡는다(일본도 '저출생'으로 해마다 학생수가 줄어서 폐교하거나 통폐합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우리 아이의 학교에는 1학년에 25명 내외의 세 학급이 있는데 인근 학교 가운데에선 학급수가 많은 편에 든다. 2004년도 신입생부터 '30명 학급'으로 바뀌었고, 2003년도 입학생까지는 '40명 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급식 당번표를 보니 쟁반 당번(2), 그릇 당번(2), 주식 당번(2), 부식 당번(5), 우유 당번(2)으로 나뉘어있다. 주식은 밥 메뉴가 주 3회, 빵 메뉴가 주 2회이고, 국이나 스프는 빠지지않고 나온다(지난해에도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올해 한 끼 급식단가를 보니 227엔, 우리 돈으로 약 2200원 정도다).
그날 메뉴는 볶은 콩가루와 설탕을 살짝 뿌려 구운 식빵과 야채 스프, 미역과 캔에 든 참치와 스위트 콘을 볶은 것, 우유 150ml, 마른 멸치와 땅콩을 볶은 후식이었다.
아이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급식을 받는 동안, 칫솔 나누어주기 당번인 우리 아이가 보건실 소독기에서 꺼내온 칫솔이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교실을 돌며 일일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여러 가지 학급일과 관련된 당번일 중에 우리 아이는 보건 당번을 맡았다고 했는데 급식시간에 칫솔을 나누어주는 일이라는 걸 알고 나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이 음식을 받으시고,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선생님이 '더 먹을 사람이나 덜고 싶은 사람은 앞에 나와서 하라'고 하셨다. 몇몇 아이들이 앞으로 나갔다 왔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잘 먹겠다는 합창이 우렁차게 이어지고 난 후 드디어 시끌벅적한 식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뒤로 하고 학부모들은 미리 마련된 다른 교실로 가서 지금까지 아이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식사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고학년들이 먹는 양으로 시식했다.
이 학교 급식이 맛있다는 얘기도 꽤 들었고, 우리 아이에게서도 급식이 너무 맛있다는 얘기를 매일 듣다시피 해서 기대가 컸는데 사실 내겐 좀 별로였다. 다른 것은 괜찮았는데 미역과 참치, 콘을 볶은 것은 비릿한 것이 좀 역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역시 너무 맛있었다고 하니 다행이지 않은가.
시식이 끝난 후엔 다함께 치우고, 이번엔 가사실습실로 갔다. 급식주임 선생님과 영양사 선생님께서 학교급식에 관한 여러 가지 설명을 하셨고,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진 후 시식회는 끝났다.
시행착오 겪더라도 아이들에게 맡겨야
급식이 시작된 후 2개월도 채 안된 사이에 제법 일사분란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참으로 장해 보였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이고, 특히 서투른 아이들 때문에 선생님께서 애를 많이 쓰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