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권으로 35장이나 되는 상품권.김정혜
아저씨는,
"이게 뭐예요. 돈은 아닌 것 같고 관광 상품권, 이거 어디다 쓰는 거예요?"
"이거요? 이 걸로 놀이동산도 갈 수 있고,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가서 물건도 살 수 있고, 음식점에 가서 외식도 할 수 있고, 미장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럼 돈이나 마찬가지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그거 주는 건데요."
"시청자퀴즈에 응모하면 추첨해서 주는 거예요. 그런데 당첨되기가 아주 힘들어요. 작년에도 한 번 당첨 되었는데 그때도 응모한 지 7개월만에 당첨이 되었고, 이번엔 거의 1년만에 이렇게 당첨이 된 거예요. 끈질기게 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당첨도 되니까 아저씨도 한번 해보세요."
아저씨는 빳빳한 35장의 상품권을 몇 번이나 만져보더니 못내 아쉬운 듯 미련어린 눈길을 제게 남겨두곤 오토바이를 타고 뿌연 황사 속으로 휑하니 사라졌습니다.
만 원 권으로 서른다섯 장이나 되는 관광 상품권! 그건 KBS '도전지구탐험대'라는 프로의 시청자퀴즈에 응모를 했다가 운 좋게도 당첨이 되어서 그 선물로 제게 온 것이었습니다.
작년 4월경에도 한번 받았으니, 꼭 일 년만에 다시 당첨이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그 상품권을 받아들었을 때, 아니 TV화면 당첨자 명단에서 제 아이디를 확인하는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그 달콤한 늦잠도 마다하고 TV 앞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을 했습니다. 그리곤 맨 마지막에 나오는 퀴즈에 응모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응모만 계속될 뿐 당첨의 기회는 7개월이 다 되 가도록 제게 찾아오지 않더군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한번 시작을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끈질기게 응모를 하였습니다. 결국 퀴즈에 응모한 지 장장 7개월만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만 원권으로 30장의 관광 상품권이 우송되어 왔더군요.
그 상품권을 처음 손에 받아 들었을 땐 단순히 관광하는 데만 사용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용처를…. 작년 8월. 부산 사는 동생네가 쌍둥이 조카들을 데리고 여름휴가를 왔을 때 저는 누나로서 또 고모로서 아주 의기양양하게 한턱 크게 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상품권으로 용인 에버랜드를 갔었습니다. 입장료에서부터 안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놀이기구 타는 것까지 또 맛있는 간식까지. 그날 두 쌍둥이들과 제 딸아이는 더운 줄도 모르고 아주 신나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