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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는 제 아빠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아이는 한바탕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유치원을 가지 않는 토요일. 아이는 제 아빠도 집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 하나 봅니다.
“아빠! 그럼 복희는 언제 아빠하고 놀아. 다른 날은 복희가 유치원 가니까 안 되고, 오늘은 아빠가 일하러 가야니까 안 되고….”
남편은 그런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한참을 품에 안고 다독거립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아닌 남편은 언제고 일이 있으면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일터로 가야 하기에, 아이의 그런 애타는 마음을 너무도 잘 알지만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저 떼를 쓰는 아이가 안쓰러워 그렇게 한참을 품에서 떼어 놓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나간 후. 아이는 있는 대로 풀이 죽어 그저 멍하니 제 아빠가 사라져간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난데없이 아이의 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 밤에 눈이 왔나봐. 저 나무에 하얗게 눈꽃이 피었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어 아이의 아침을 챙기던 저는 가까이 가서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우리 집 건너 영미네 집 앞에 벚꽃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벚꽃이 아주 탐스럽게 피어 있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활짝 만개하지 않았었건만 밤사이 아이의 말처럼 나무에 눈이 내린 것처럼 어찌나 소복하고 탐스럽게 꽃송이들이 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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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꽃처럼 탐스럽게 피어 있는 벚꽃 ⓒ 김정혜
지난해 겨울, 눈이 내렸을 때는 그 나무에 탐스러운 눈꽃이 피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한참 눈꽃구경을 하였던지라 멀리서 바라본 그 탐스러운 벚꽃송이들이 아이 눈에는 마치 눈꽃송이처럼 보였나봅니다. 좀 전까지도 잔뜩 풀이 죽어 있던 아이의 얼굴엔 어느새 하얀 웃음이 번져나고 있었습니다.
“엄마! 우리 구경하러 가자. 그리고 나. 사진 찍어주세요.”
워낙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사진 찍을 생각에 제 아빠와의 슬픈 헤어짐은 벌써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니 역시 '아이는 아이구나' 싶었습니다.
안 그래도 우울한 아이의 기분을 어떻게 달래주나 내내 고민이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어 얼른 아침을 먹여 아이를 데리고 벚꽃구경을 나갔습니다. 정말 벚꽃이 탐스럽게도 송이송이 달려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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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에 탐스럽게 수 놓아진 벚꽃송이 ⓒ 김정혜
누군가 벚꽃이 팝콘을 닮았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기도 하고 하얀 솜뭉치를 얹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이 입에서나 제 입에서나 연신 "와 예쁘다" 하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그 벚꽃나무 아래를 뱅뱅 돌아다니던 아이는, “엄마. 나 집에 가서 곰돌이 데리고 올래. 곰돌이에게도 꽃구경 시켜 줘야지” 합니다.
아이는 넘어질세라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제 몸집 만한 곰돌이를 안고 나왔습니다. 아이는 곰돌이를 안고 예쁘게 포즈를 취했습니다. 하얀 벚꽃나무 아래에선 딸아이와 곰돌이는 눈이 부시도록 예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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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돌이를 안고 예쁘게 포즈를 취한 딸아이.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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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돌이를 안고 마냥 신이 난 딸아이.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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