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인 진달래 군락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를 보고온 하루

등록 2005.04.24 23:03수정 2005.04.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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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김포시 대곶면과 강화도 사이엔 다리가 하나 있다. 대곶면과 강화도를 잇는 초지대교가 생긴 이후에는 강화도까지 10여분이면 갈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강화도를 자주 찾지 못했다.

머리를 식힐 겸. 가끔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부터 초지대교까지 바람을 쐬고 오는 게 다였고 마음이 편안하지 못할 때 전등사를 오르는 게 고작이었다.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를 한참 바라보다 내려오는 게 강화도 나들이의 전부였다.


그러던 중 고려산 진달래 축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올해도 작년처럼 내내 벼르기만 하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 구경도 놓쳐 버렸던지라 나는 이번 기회에 고려산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산악회 회원이기도 했던 남편은 산에 오르는 일만큼은 언제나 신나 하는 사람이라 나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산행을 하기로 한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을 열었다. 전날 잠들기 전 오후 늦게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던지라 행여 날씨가 흐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침 날씨는 바람도 없고 무척 쾌청했다.

나는 작년 8월 결혼기념일에 팔공산을 오른 후로 산행이 처음이다 보니 마음이 설레었다.

집을 나서 강화대교로 향했다. 48번 국도엔 이미 차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20여분이면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을 거리를 2시간여 만에 도착을 했다.


고인돌광장에서부터 백련사 입구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지만 나는 굳이 셔틀버스를 마다하고 걸어 올라가기로 작정하고 고려산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고려산의 원래 이름은 오련산이었는데 고려가 강화로 천도하면서 송도의 고려산 이름을 따서 현재까지 고려산으로 불려지고 있다. 고려산은 해발 436m로 정상에 오르면 북한의 송악산, 연백, 예성강, 일산신도시, 마니산 참성단, 동.서만도까지 병풍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또 천년의 전설과 구전으로 내려오는 고려산의 오련지와 오련사, 연개소문과 집터,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1100m의 고려 산성, 고려 산맥을 중심으로 발달된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군 등도 볼 수 있다.


도로에서부터 백련사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었다. 왠지 걸어 오르는 사람들에겐 그 포장된 길이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산행이니만큼 푹신푹신한 흙길을 밟고 싶었던 건 나만의 욕심이었을까. 하지만 군데군데 무더기로 피어 있는 진달래며 개나리가 보기 좋았고 청명한 새소리를 들으니 더욱더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 새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참을 이 나무 저 나무 올려다보았지만 결국 새는 찾지를 못했다.

백련사를 지나서부터는 바야흐로 고려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산길이 시작되었다. 푹신푹신한 발밑의 감촉, 싱그러운 나무 냄새들, 상쾌한 봄바람, 그리고 정상을 향한 기대감….

드디어 고려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진달래의 정체가 서서히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하여 나는 그 아름다움을 부지런히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이 봄. 바쁜 일상에 쫓기어 아직 진달래의 그 아름다움을 접해보지 못한 많은 독자들에게 부족하나마 나름대로 열심히 담은 이 사진 몇 장으로 무르익은 봄을 선물하고 싶다.

a 고려산 정상으로부터 서서히 분홍물을 들이고 있는 진달래.

고려산 정상으로부터 서서히 분홍물을 들이고 있는 진달래. ⓒ 김정혜


a 초록색과 분홍색 물감을 뒤섞어 한 편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고려산.

초록색과 분홍색 물감을 뒤섞어 한 편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는 고려산. ⓒ 김정혜


a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들의 깨알과도 같은 모습조차도 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는 고려산.

등산로를 오르는 사람들의 깨알과도 같은 모습조차도 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는 고려산. ⓒ 김정혜


a 수줍은 모습으로 봄을 향해 살포시 미소짓고 있는 진달래.

수줍은 모습으로 봄을 향해 살포시 미소짓고 있는 진달래. ⓒ 김정혜


a 파란 하늘과 맞닿아 그 분홍색이 더 고운 진달래.

파란 하늘과 맞닿아 그 분홍색이 더 고운 진달래. ⓒ 김정혜


a 바다를 이룬 진달래 군락은 봄 바람에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바다를 이룬 진달래 군락은 봄 바람에 파도를 만들고 있었다. ⓒ 김정혜


a 진달래가 뒤덮인 고려산은 자연의 축복. 바로 그것이었다.

진달래가 뒤덮인 고려산은 자연의 축복. 바로 그것이었다. ⓒ 김정혜


a 고려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도 전경. 바다건너 저 멀리 북한 땅이 보인다.

고려산 정상에서 바라본 강화도 전경. 바다건너 저 멀리 북한 땅이 보인다. ⓒ 김정혜


a 고려산엔 진달래뿐 아니라 할미꽃도 허리를 구부린 채 곱게 피어 있었다.

고려산엔 진달래뿐 아니라 할미꽃도 허리를 구부린 채 곱게 피어 있었다. ⓒ 김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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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자회원이 되고 싶은가? ..내 나이 마흔하고도 둘. 이젠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하루종일 뱅뱅거리는 나의 집밖의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곱게 접어 감추어 두었던 나의 날개를 꺼집어 내어 나의 겨드랑이에 다시금 달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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