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헌 앞뜰의 자산홍안병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고 가수는 노래하고 저는 그 말을 아무런 이의 없이 수긍했습니다만, 그러나 이 봄 송용억가 쪽마루에 앉아서 알알이 피어난 자산홍 꽃망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런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생명의 등가성을 무시한 인간본위의 오만함에 지나지 않을 거라는 새삼스런 뉘우침이 돋아나는 겁니다.
큰 사랑채인 소대헌의 한낮은 활짝 눈부시기만 합니다. 꽃이 눈부시고, 봄날의 고운 햇빛이 눈부십니다. 방금까지 마당에 머물고 있던 고요는 꽃 몇 송이를 토해놓더니 슬그머니 방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지나가는 바람이, 팔랑거리는 나비가, 혹은 무심한 듯 흘러가는 구름이 마음놓고 꽃의 아름다움에 다가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