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가 굉음을 내면서 눈 깜짝할 새 산골 배추밭을 갈아엎었다박도
욕심을 줄이다
정말 눈 깜짝할 새 트랙터는 그 넓은 밭을 다 갈고 두둑까지 만들었다. 이참에 내 집 텃밭도 갈아줘야겠다. 노씨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내 집 텃밭을 갈아주겠다고 하여, 이미 부탁을 드린 바 있었다.
올해 나는 텃밭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뒷산 주인이 바뀔 때 측량한 결과, 내 집 텃밭 절반 이상이 뒷산 주인 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해는 얼치기 농사꾼이 200여 평의 텃밭을 가꾼다고 혼났다. 올해는 다리마저 시원치 않아서 애초부터 조금만 지을 작정이었다. 트랙터가 두어 번 지나자 두둑까지 만들어졌다. 10분도 채 안 걸렸다. 내가 괭이질로 갈아엎는다면 한 이틀은 걸렸을 테고, 그런 뒤 몸살로 하루는 앓았을 것이다.
지난날에는 모를 내거나 추수할 때는 온 들판이 사람들로 붐볐는데 지금은 모내기철에는 이앙기 몇 대가 들판을 누비고, 추수 때는 콤바인이 황금 들판을 누빌 뿐이다.
그동안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는 거의 대부분 기계가 다 하고 있으니, 사람이 필요 없거나 값이 떨어지고 일자리마저 기계에 밀려나고 있다. 어디 그렇지 않은 곳이 없다. 얼마 전까지는 마땅한 일거리가 없으면 시골 가서 땅이나 파먹는다고 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땅 파는 일마저 기계에게 빼앗겨 버렸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사람은 일자리를 빼앗기며 더 불행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