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손수 만든 음식이 더 맛있어요

꾸러기공부방의 요리교실

등록 2005.04.26 19:39수정 2005.04.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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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양파를 다듬는 진욱

양파를 다듬는 진욱 ⓒ 이선미

지난 주 금요일 요리 교실을 위해 조를 나누었을때, 공부방은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여자팀 남자팀이 암암리에 나누어져있는데 선생님들이 임의적으로 아이들을 갈라놓으니 거센 항의가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은 금요일 노래교실 때 노래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바닥에 하나둘 뒹굴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조를 바꿔달라고 하면 연달아 "나도요!"라고 외치며 아이들이 달려들었고 선생님은 딱잘라 "안돼!"라고 말했다. 그 날은 "그렇다면 요리교실하는 날 공부방 안나오겠어요!"라는 폭탄선언까지 나오면서 거의 동맹 휴강과 같은 분위기로 번졌다.

주말이 지나 화요일, 바로 오늘이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요리교실 하는 날이었다.

a 샌드위치 조의 진규와 가을

샌드위치 조의 진규와 가을 ⓒ 이선미

아이들 대부분 지난 금요일에 한 거센 항의는 깜박 잊어버린 듯했다. 눈 앞에 놓인 식재료들을 보면서 '이걸 지금 그냥 먹어도 되지않을까?'라는 고민들이 얼굴에 꽉 차 있었다.

조는 4개조로 어묵탕조, 떡볶이조, 샌드위치조, 볶음밥조로 나누어졌다. 아이들이 직접 조에서 논의를 해 월요일에 이미 요리할 음식명을 이야기 해놓은 상태여서 식재료들은 미리 구비되어 있었다.

네 명의 공부방 선생님이 각 조에 들어가 같이 음식을 했는데, 내가 들어간 조는 볶음밥조였다. 조원은 맏언니 수련이, 의젓한 태영이, 똘똘한 진욱이, 깜찍발랄한 동선이 이렇게 네 명이었다. 진욱이와 야채를 다듬는 동안 동선이는 햄과 오양맛살 껍질을 벗기라고 시켰건만 미끌미끌거려서 못하겠다면서 막내 티를 내서 결국 맏언니 수련이가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었다.


나는 호박, 당근, 양파를 다듬고 잘게 썰었는데 양파를 썰 때는 눈이 매워서 고생을 했다. 진욱이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눈이 이상하다면서 야단법석이었다.

a 떡볶이조 현희의 떡뜯기

떡볶이조 현희의 떡뜯기 ⓒ 이선미

부르스타의 가스가 잠시 새어서 불이 크게 나와 다들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별 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야채를 채썬 것을 모두 프라이팬에 넣고 식용유를 부어 달달 볶다가 동선이가 떠온 밥을 몽땅 넣고 수련이가 밥을 볶았다. 프라이팬이 우리의 식성과는 다르게 작은 관계로 나머지 밥들은 따로 두었다가 볶음밥에 들어가는 건더기를 따로 내어 주먹밥을 만들었다.


다른 조는 손이 많이 가고 한참 끓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 조는 볶고 양념한 하면 끝이라 가장 먼저 끝났다. 요리를 다 하고 나니 바닥부터 프라이팬 손잡이까지 몽땅 기름투성이다.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a 볶음밥 조의 동선, 진욱, 태영

볶음밥 조의 동선, 진욱, 태영 ⓒ 이선미

아무튼 모두 무사히 떡볶이, 어묵탕, 샌드위치, 볶음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기본으로 자기네 조에서 만든 음식을 먼저 먹되, 다른 조들 것도 나누어 먹기로 했다. 동준이는 역시 중학생이라서 그런지 발빠르게 대접 하나를 내와서 돌아다니면서 음식을 골고루 공수했다.

다들 조마다 칼을 쓰고 불로 가열하는 음식들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이 많아서 시끄럽기는 해도 별탈없이 잘 진행되었다. 다들 양파를 들고 뛰어다니고 밥주걱을 가지고 뛰어다니고 떡을 뜯으면서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a 어묵탕 조의 단체사진

어묵탕 조의 단체사진 ⓒ 이선미

손수 만든 음식으로 꾸러기어린이도서관에 가서 도서관장님에게도 샌드위치를 전해드리고 늦게 오는 친구를 위해 음식도 좀 남겨놓고 하는 아이들의 씀씀이가 참 예쁘다.

우리가 손수 만든 음식! 친구들과 함께 먹으니 두배로 맛있었다.

a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어먹는 기성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어먹는 기성 ⓒ 이선미

덧붙이는 글 |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 후평동에서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선미 기자는 춘천시 후평동에서 <꾸러기어린이도서관>과 <꾸러기공부방>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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