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극단 대표 박종우씨나영준
지난 4월 25일 오후 5시경. 그녀를 따라 서울 이문동에 위치한 극단 진동의 연습실을 찾았다. 극단 진동은 청소년 연극 단체로 진아씨는 작년부터 이곳 일을 함께 했다. 20평 남짓한 허름한 연습실이지만 이곳에서 스무살 진아씨의 꿈이 영글어 가고 있다.
저녁 연습 시작 전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그녀에게 "매일 식사 준비를 하냐"고 묻자 "원래 '제조상궁'이 따로 있는데, 오늘은 대타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막내라 특별히 일을 많이 하거나 허드렛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단원들도 번갈아 가며 식사 준비를 거들었고 설거지는 남자 단원의 몫으로 남겨졌다.
진아씨가 극단 진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진동에서 무대에 올린 <렛츠 알바>라는 청소년 극을 만나면서부터다. 진아씨는 다섯 번이나 볼 정도로 <렛츠 알바>에 흠뻑 빠져 버렸고 자연스레 극단 사람들과도 친해졌다.
"이후 여러 번 찾게 되면서 스태프와도 알게 되고 극단 대표님과도 친분을 쌓게 됐죠. 물론 그 이전부터 연극을 너무 좋아했지만요."
저녁 7시 반경 연습이 시작됐다. 준비하고 있는 연극 <지금 해라>(5월 16일~26일, 인켈아트홀)가 권투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배우들은 거울을 보며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조연출을 맡은 그녀는 극 진행에 맞춰 배경 음악을 깔아주는 일을 했다. 극 중간 중간 "암전, 조명 1" 등의 구호를 외쳐가며 진행을 돕기도 했다. 연습에 참여하지 못한 단원 대신 대사를 읊어 주는 것도 조연출 진아씨의 몫이다.
<지금 해라>는 학교의 왕따 현상을 다루고 있다. 본인이 얼마 전까지 몸담았던 교육 현장의 이야기여서일까. 진아씨는 배우들의 대사와 동선을 따라가며 연극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연습은 밤 10시 반을 넘겨서야 끝났다.
스무살, 너는 아직 세상을 모른다
연습실이 마무리되고 자리를 옮겨 단원들과 가볍게 술 한 잔을 나누는 자리. 곁에서 지켜보는 단원들은 언니, 오빠로서 진아씨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근데 말을 안 듣더군요. 솔직히 말해 지금도 진아가 사는 모습이 썩 마음에 차지는 않습니다."
극단 대표인 박종우씨는 소주잔을 털어 넣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박종우 대표는 평소 진아씨가 가장 믿고 따르는 사람으로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까지도 진아씨에 관한 것이라면 그에게 물어볼 정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