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이 충무공 어머니가 사시던 곳이야?"

그곳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등록 2005.04.27 18:09수정 2005.04.27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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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 탄신 460주년을 맞아 기자는 여수시 웅천동 송현마을의 '이 충무공 어머니가 사시던 곳'이라는 동네를 찾았다.

"뭣땜시 도로에다가 그런 안내판을 세웠는지 모르것소."

송현마을 골목어귀에서 만난 정봉정(83)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처음 이곳을 찾은 기자를 의아하게 하였으나 곧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 여수시에서 도로 곳곳에 '이 충무공 어머니가 사시던 곳'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고 난 후부터 외지에서 관광객들이 간간히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a 여수시 웅천동 송현마을 입구와 도로 곳곳에는 이처럼 이정표가 서있다.

여수시 웅천동 송현마을 입구와 도로 곳곳에는 이처럼 이정표가 서있다. ⓒ 김학수

그러나 개인이 살고있는 시골 농가주택에서 기르는 닭, 개 등이 무서워 일반인이 출입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곳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여느 농가와 다름없다. 때문에 힘들게 찾아온 관광객들은 실망하며 되돌아가기 일쑤라는 것.

a 마을 골목 이정표 뒤로 보이는 집이 충무공 어머님이 사시던 곳

마을 골목 이정표 뒤로 보이는 집이 충무공 어머님이 사시던 곳 ⓒ 김학수

이 충무공 자당 기거지(李 忠武公 慈堂 起居地)로 알려진 이곳은 옛날 고음천(古音川 = 熊川)이라고 불렸던 전라남도 여수시 웅천동 1420-1번지에 있다.

이곳은 1591년 충무공이 전라좌수로 부임한 이듬해 왜란이 발생하여 충청도 지방이 전란에 휩싸이자 어머니(초계변씨.草溪卞氏1515~1597)를 이곳으로 모셔와(1593~1597) 5년 동안 조석으로 문안인사를 드렸던 곳으로 이 충무공의 효심이 깃든 충효의 장소로 알려져 오고 있다.


현재의 집은 정대수 장군의 후손인 창원정씨 문중에서 1930년 초에 개축한 건물(39평)이다. 이러한 충무공의 충효 사상들은 난중일기에도 기록되어 있다.

갑오(甲午:1594)년 1월11일(경인) 흐리되 비는 오지않았다.
아침에 어머님을 뵈옵기 위해 배를 타고 고음천에 대었다.
웅성대는 바람에 깨셨는데 기운이 가물가물하다.


1월12일(신묘) 맑음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님께 인사를 고하니
진중(陣中)에 잘 가거라, 나라의 치욕을 씻어야 한다
하시며 두번 세번 타이르시며 조금도 석별의 말을
하지 않으셨다.


이 집에 전해져 내려오던 유물로는 선소병기(船所兵器)의 인수인계서인 반열책(反悅冊)과 충무공 자당께서 사용하였다는 가재도구 중 절구통과 밥솥이 있었으나 반열책은 지금은 보존되지 않고 절구와 밥솥만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a 이 충무공 자당께서 사용하였다는 돌절구

이 충무공 자당께서 사용하였다는 돌절구 ⓒ 김학수


a 이충무공 자당께서 사용하였다는 밥솥. 돌절구에 곡식을 빻아 이 솥으로 충무공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한다.

이충무공 자당께서 사용하였다는 밥솥. 돌절구에 곡식을 빻아 이 솥으로 충무공과 함께 식사를 하였다 한다. ⓒ 김학수

집터 양쪽에는 여수시와 여천군 당시 군수가 세웠다는
"이 충무공 모부인 초계변씨 유적비(李 忠武公 母夫人 草溪卞氏 遺蹟碑)" 2개 만이 족히 수백년 돼보이는 팽나무 숲에 세워져 있다.

a 정대수 장군의 후손인 정봉정(83) 할아버지가 동생 평호씨의 집을 기자와 동행하여 설명하고 있다(구 여천군수가 세운 유적비).

정대수 장군의 후손인 정봉정(83) 할아버지가 동생 평호씨의 집을 기자와 동행하여 설명하고 있다(구 여천군수가 세운 유적비). ⓒ 김학수


a 최근 여수시에서 세운 유적비

최근 여수시에서 세운 유적비 ⓒ 김학수

현재 창원정씨(昌原丁氏)후손인 정평호(71)씨가 살고 있는 이곳은 그 옛날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과 함께 많은 공적을 올리며 왜군을 추격하다 적탄에 전사해 병조판서에 추증된 용서(龍西) 정대수(丁大水) 장군의 생가(生家)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 아무 것도 안겨준 게 없다며 되돌아가는 어느 가족의 푸념처럼 관광명소처럼 이정표만 세워놓고 관리하지 않는 여수시에 대해 느끼는 허탈함과 정대수 장군의 생가가 오랜 세월 동안 외면당하고 있다는 씁쓸한 아쉬움이 교차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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