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무대. 지붕의 다섯 칸 구조물이 조금씩 겹쳐 있다. 무대에서 위를 보면 나비가 연상될 터. 그러면 지붕에 매달린 조명등은 꽃에게서 위임받은 꽃가루?박태신
심지어 정원 한곳에 있는 야외무대도 그렇습니다. 무대의 지붕이 오직 한 면만의 지지물에 의지해서 서 있는데 자못 비상감이 느껴집니다. 지지물이 있는 곳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양쪽 측면에도 가림막이 없는, 그야말로 노출할 것 다 노출한, 완벽한 야외무대입니다. 그 지붕의 다섯 칸의 구조물도 서로 조금씩 겹쳐 있어 입체감과 고양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제 수만 마리의 진짜 나비들이 훨훨 춤을 추겠지요.
신간 서적 중에 <나비에 사로잡히다>라는 책이 있어 좀 훑어 보았습니다. 지은이 샤먼 엡트 러셀은 자연과학자이면서 뛰어난 글솜씨를 보이는데, 전문 서술 중간 중간에 나비로부터 유추된 삶의 논리라 할 만한 요소를 심심치 않게 넣어두었습니다. 그 중, 미리엄 로스차일드의 인용문을 다시 인용합니다.
"나비는 정원에 또 하나의 차원을 더한다... 나비는 꿈속에서, 어린시절의 꿈속에서,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햇빛 속으로 탈출하는 꽃과 같다. 공기이며 천사다."
또 지은이는 함평의 나비축제에 귀감이 될 만한 내용을 적어 놓았는데, '나비산업'이라는 절에서 세계 여러 곳의 나비농장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토르투그에로라는 공동체의 일명 '나비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실질적 수입뿐 아니라 자연친화적인 사업으로 인한 부대 효과까지 소개합니다. 함평도 그런 성공의 사례라 할 수 있겠지요.
함평 가시거든 축제장뿐 아니라 시내 곳곳에 터잡고 있는 나비의 형상들도 같이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나비처럼 나비질하여 몸에 붙은 검부러기를 털어내면 좋겠습니다. 위 책에서 그러더군요. 나비가 고통스러운 삶에 위안을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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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번역가이자, 산문 쓰기를 즐기는 자칭 낭만주의자입니다. ‘오마이뉴스’에 여행, 책 소개, 전시 평 등의 글을 썼습니다. 『보따니스트』 등 다섯 권의 번역서가 있고, 다음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https://brunch.co.kr/@brunocloud). 번역은 지금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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