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재보선 열린우리당 0석의 의미 ①

열린우리당의 패인과 과제

등록 2005.05.02 13:14수정 2005.05.0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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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30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6개 선거구 중 5개소에서 승리를 거둔 반면 열린우리당은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전체 의석수는 열린우리당 146석, 한나라당은 다섯 석이 증가한 125석이 되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5석의 의석을 잃어버린 열린우리당은 특별한 일(민주당과의 합당)이 없는 한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의정활동을 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0석이라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분석가들은 3:3의 구도를 많이 예측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2(우리당):4(야당)의 구도를 예상하기도 하였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완패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야당에게 거대여당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던 열린우리당이 이번 4.30재보선에서 왜 패배하게 되었을까?

이번 선거는 노무현 대통령 및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지난 1년간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에 이르면서 꾸준히 상승해온 반면,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답보 및 하강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4.30재보선이 한국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열린우리당의 패인에 대해 살펴보고 후속 기사에서 지역 분석과 함께 향후 정국의 방향을 전망해 본다.


기대에서 실망, 대안세력의 부재

2004년 4월 17대 총선은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여과 없이 보여준 사건이었다. 3월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적 의사 표출은 우리 사회가 과거에 발목 잡히고 현재에 답보되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정치세력으로는 정치개혁과 한국의 재도약을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판단은 소수여당 열린우리당에게 국회 과반수 의석이라는 큰 결실을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탄핵에 앞장섰던 한나라당을 역사의 뒤안길로 가게 한 것은 아니었다. 열린우리당에게 과반 의석(152석)을 허락해 주면서 한나라당에게는 121석을 줌으로써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또한 새천년민주당이 가지는 상징성과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였고, 진보세력의 원내진출을 허락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런 만큼 탄핵 이후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에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기대했고, 그 기대는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과반 의석 확보 이후 열린우리당은 개혁세력으로 자임하면서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보여주었다. 지난해 6.5재보선의 여당 패배는 그 신호탄이었다.


작년 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광역단체장 4곳 모두 졌고, 기초단체장도 19곳 중 3곳에서만 승리했으며, 광역의원의 경우 38곳 가운데 6곳에서만 승리하였다. 열린우리당의 완패였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에 위험을 알리는 노란불이 들어왔음에도 열린우리당은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와 개혁의 추진이라는 정체성을 살리는 데 실패하였다.

작년 12월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신문법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의 처리에서 보여준 미숙함과 현재까지의 답보상태는 열린우리당의 전통적 지지자 즉 개혁, 진보세력의 이탈을 초래했다. 이전과는 다른 정치를 기대했던 적지 않은 지지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고,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농촌지역 선거, 낮은 투표율은 현 여당에 불리

열린우리당은 20, 30대 젊은층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다. 작년 17대 총선에서는 특히 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40대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함으로써 열린우리당 과반수 의석 획득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그만큼 중장년의 지지도는 두텁지 못하다.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진 곳은 성남 중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농촌지역에 가까운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추진되어온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이미 우리 농촌은 고령화되었고,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나가게 되었다. 따라서 4.30재보선이 치러지는 곳 대부분은 농촌지역의 특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선거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령인구가 미치는 영향도 매우 컸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열린우리당은 비도시지역에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고전했으며, 결과 역시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이번 선거구들에서 유권자 연령분포와 실제 투표를 비교분석해야 정확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농촌지역에 중장년층 인구가 많다는 실정에서 생각해볼 때, 이번 열린우리당 패인 중 하나를 중장년층이 많은 농촌 지역 인구분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말과 평일, 낮을 수밖에 없는 투표율

이번 4.30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은 33.5%로 지난 2004년 10월 재보선보다는 0.3% 증가했다. 증가했음에도 당선된 국회의원의 정치적 대표성이 10명 중 1명의 지지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은 이번 투표에서 많은 사람들이 투표보다는 기권을 선택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다.

애초부터 보궐선거는 좋지 못한 일(선거법 위반 등)로 인해 실시되는 것이니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이번 선거에서도 가감 없이 나타났다.

투표기권행위가 발생하는 조건으로 1)유권자의 자발적 기권 2)정치로부터 배제되는 구조적 요인에 따른 기권 등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민주화된 이후 민주주의 절차적 정당성이 우리의 선거제도에 녹아 있는 만큼 후자의 요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의 자발적 기권행위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경쟁의 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유권자들에게 후보자들이 많이 노출되고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정렬이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 불신, 후보자간 정책적 차이성 발견 어려움, 보궐선거인 점 등으로 인해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기권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였다. 그리고 그 권리는 젊은 층에서 더 많이 행사했다.

따라서 전통적 지지세력인 20, 30대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열린우리당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화창한 주말, 또는 일하는 날이라는 이유는 그들의 기권행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당간 정책과 비전의 부재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이나 후보간의 정책적 차이점을 크게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 총선에서는 탄핵이라는 거대이슈와 함께 지역주의 청산과 진보/보수간의 이념적 논쟁까지 벌어졌지만, 이번 4.30 보궐선거에는 정당간, 후보간 정책대결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별한 쟁점이 없었다. 다만 각 지역별로 지역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공기관 유치나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 등이 주를 이루었다.

총선이 아닌 보선인 만큼, 지역 유권자들은 중앙의 이슈와 함께 각 지역의 이슈도 중요하게 다루었을 것이다. 중앙 정치권에서의 큰 이슈들 중 지역선거에 미칠 만한 것이 있었다면 행정중심복합도시 및 공공기관 이전 정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중앙 정치권의 이슈가 부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카드만으로는 열린우리당이 여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행사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제약이 있었다.

열린우리당뿐만 아니라 야당 역시 정책적 참신성이나 차별성은 가지지 못했다. 따라서 인물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이번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4.30 재보선은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회고적 투표

이번 선거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의 1년간 활동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평가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충청권의 표심을 잡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 점, 목포시장의 민주당 후보 당선, 김해 선거구의 한나라당 후보 당선 등은 지난 1년간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30%를 넘지 못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번 선거의 결과를 볼 때, 비록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패배로 귀결되었지만, 여기에는 열린우리당이 살 길이 제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민의 가려운 것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살에 와닿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원내정책정당, 그리고 상향식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화를 이룩하는 당원이 중심이 된 정당, 그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이 나아가야 할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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