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를 주제로 펼치는 <2005 전주종이문화축제>가 5월 1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태조로' 일원에서 개막되었다. '태조로'는 경기전, 전주 객사 등의 중요한 문화재가 위치한 곳으로, 고도(古都) 전주에서도 역사의 거리라 불러도 좋을 고풍스런 곳이다.
이 축제는 정평있는 한지공예공모전인 <전국한지공예대전(11회)>, 창작한지공모전인 <대한민국청소년창작한지공모전(1회)> 등 경쟁부문과, 국제종이조형협회원들의 <세계종이작가 초청전(2004년 기증작)>을 비롯해 빛을 응용한 한지조명전, 전주 일원 금석문 탁본전, 각종 한지관련 체험 등의 일반 전시로 이뤄진 한지 축제의 종합판이다.
한지공예 작품의 완성도 향상
이번으로 11회를 맞는 '전국한지공예대전'은 이미 정평 난 한지공예공모전이다. 전통부문, 현대부문, 문화상품부문으로 세분하여 각각 분리 심사하되 대상 수상작은 부문을 넘나들며 시상하는 것은 이 공모전만의 특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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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수상작 '닥종이 인형모빌과 소품'. 최윤정 작. 색채와 재료의 질감이 환상적이다. ⓒ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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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부문 특선 '옷칠지호장독'. 한경림 작 . ⓒ 곽교신
이번 공모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예년에 비해 수준이 월등히 좋아졌다. 또 '대상'이 문화상품 부문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공모전과 관련 이동희 종이축제 실행위원장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심사체제를 원천적으로 바꾸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한지공예가이자 전구기전여대 문화전통과 김혜미자(64) 교수는 전시장을 둘러본 뒤 "예년에 비해 출품작품의 수준이 50% 정도 올라간 것 같다"고 이번 전시회를 평가했다.
제1회 청소년창작한지공모전
전주역사박물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제1회 청소년창작한지공모전'도 한지의 본향 전주다운 발상이 듬뿍 담긴 대회다.
이 대회의 실질적인 산파격인 차종순 예원예술대학 부설 한지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대회의 취지는 전통한지의 바탕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해 한지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여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전통한지는 옛 모습을 보전하며 유구한 맥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공예작품의 원재료로 쓰일 목적으로, 또는 닥종이로서의 물성은 유지하면서 외관만 변형시킨 새로운 창작한지는 또 다른 의미에서 한지의 지평을 여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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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려상 '과일한지'. 예원예대 하미영 작. 키위를 넣어 '어떤 것이던 한지에 넣을 수 있다'는 시도가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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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선작 '꿈'. 한국전통문화고교 이슬비 작. 닥섬유의 탈취성능 흡음성능을 이용하면서 미적 감각이 풍부한 2차 소재로 사용이 가능해보인다. ⓒ 곽교신
이번 대회의 문제점으로 중학생에서부터 대학생까지 구분 없이 경쟁하게 한 것을 비롯해 출품자의 일부가 창작한지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출품작이 지역적으로 편중된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제1회인 점을 감안, 190여점에 달하는 응모작 수량이나 작품 수준을 놓고 볼 때 대회가 성공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심사를 맡았던 ㅇ아무개 외부초청 심사위원은 대상을 차지한 '지푸라기'(김유미 작. 원광대4)는 곧 바로 상품으로 개발하여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응모자가 아직 자라나는 청소년들임을 고려하면 한지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우리 전통문화의 발전의 토대가 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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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 수상작 '지푸라기'. 원광대 김유미 작. 볏짚이 일부 드러나도록 닥섬유를 얹어서 공예나 인테리어 소재로 바로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는 평이다. ⓒ 곽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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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선작 '태양 속으로'. 예원예대 전현영 작. 닥죽을 채반에 눌러 문양을 낸 작품. 여기서 발전된 것이 특허가 난 '입체문양한지'다. ⓒ 곽교신
시행 착오와 희망
전주종이문화축제 관계자는 "전주가 전통한지 주요 본향임에도 일반인의 한지에 대한 관심은 타 지역 평균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내의 많은 관람객을 보면, 대중들이 한지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관람자들의 관심이 좀 더 진지해질 수 있도록 한지 문화를 이해하는 공간과 유흥성 공간을 분리해 전통 문화 주체로서의 한지 품격을 배려했으면 한다.
또 주 무대의 마이크 소음이 지나치게 커서 차분히 한지를 바라보고 싶은 관람객에겐 방해가 되는 것도, 한지축제라는 품격 있는 행사 주제와 아직 8일이나 남은 일정을 고려할 때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축제는 5월 9일까지 계속되며 야간에도 각종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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