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를 이 잡듯 했는데, 또 뭘 하자는 거냐"

한상범 전 의문사 위원장... "과거사법은 국가 빙자한 범죄 조사해야"

등록 2005.05.03 11:21수정 2005.05.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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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과거사법의 취지는 매카시즘이라든지 당시 권력을 장악했던 핵심세력이 반대파를 빨갱이로 몰아죽인 것으로 말미암은 과거청산이거든요. 일제시대 과거청산은 친일파, 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이고. 그런데 해방 후 빨갱이란 걸 이 잡듯이 했는데, 지금 또 뭘 하자는 겁니까."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이민우
한상범 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동국대 명예교수: 헌법학)이 2일 오후 KBS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 출연해 과거사법의 조사범위 문제에 대해 질타하며 한 말이다. 과거사 법의 본 뜻은 "국가를 빙자한 범죄를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상범 교수는 민생 같은 현안도 많은데 과거사에만 매달리느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과거사라곤 하지만 과거로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 일축한 뒤, "일제 시대로 끝났으면 되는데, 친일파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정권에 기생했고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낡은 것을 풀어버리고 가는 게 전환기의 특징입니다. 혁명을 해서 전환기의 낡은 걸 털어내는 것도 있지만 우리는 개혁을 통해 그걸 털어내려는 겁니다. 과거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민족은 망했습니다."

"나쁜 짓 처벌하는 게 정략적이라면, 법이나 인륜은 뭐하러 있나"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과거사와 친일진상 규명과 관련 한나라당이 정략적인 거라며 반발했던 것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바로 과거를 묻지 말라는 게 정략적인 거"라며 단호하게 일침을 놓았다.

"과거에 대해 사죄하고 사과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데 협조했으면 왜 과거사를 따지겠습니까. 나쁜 짓을 했는데, 처벌하는 게 정략적이라고 한다면 법이나 인륜은 뭐하러 있어요."


한상범 교수는 "학자는 우리 사회에서 혜택 받은 계층으로 그만한 값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본의 아니게 제소리를 내다보니까 당시 집권정당이나 집권독재 세력하고 갈등을 빚게 되기도 했다"며 과거청산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자유민주주의국가의 헌법이라면 자유,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봤기에 인권을 탐구하는 걸 학자로서의 기본 과제로 삼았습니다. 인권을 (보장)할려면 민주화가 돼야 하는데. 민주화가 왜 안 되냐 하면 일제 잔재, 식민 잔재 때문에 안 되는 것이란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헌법을 전공한 학자로서 당연히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과거청산이 안 되면 민주화와 인권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진실규명과 함께 윤리적, 법적 심판을 해야"

이어 한 교수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잘못된 제도, 법령, 그 운영에서 나온 관례 관습, 이데올로기는 물론 잘못 운영한 범죄인들을 노출을 시켜 바로 정리해야 한다"면서 "나라를 팔아먹었든지, 독재에 기생해 반성도 안하고 요직에 있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거진상을 밝힌다는 건 정치적 폭정에 의한 암살, 고문치사 등 모순된 제도와 이데올로기를 밝혀 왜 이런 제도가 운영됐는가 소상하게 정리해서 윤리적, 법적인 심판을 해야 하는 겁니다. 아 과거에 이랬고, 누가 김구 선생을 죽였구나 이런 걸로 끝내는 게 아니에요."

제대로 된 과거청산은 진실규명과 함께 '범죄자'들에 대한 윤리적, 법적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또한 역대 정권에 대해서도 "이승만은 간판은 독립운동가지만, 그 사람을 에워싼 집권 요직은 친일파"였으며, "박정희는 자신이 일본군관학교를 나온 친일졸개고, 전두환·노태우는 박정희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신생 친일파로 오히려 자유당 때보다 일본군국주의세력과 연관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가차없이 비판했다.

"박정희가 경제 발전 시켰다고? 아이엠에프 당하고도 그걸 모르나"

박정희를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것에 대해 한 교수는 "이승만은 12년, 박정희 18년 집권했는데. 현재 대통령들은 5년 단임"임을 지적하며, "18년을 철권통치하며 '우리대통령 박정희'하면서 충효를 국가이념으로 하면서 박정희식 세뇌를 주입시켰기 때문"이라 꼬집고, 박정희가 '산업화에 공이 많다'는 건 터무니 없는 주장임을 질타했다.

"박정희씨가 경제 발전 시켰다고 그러는데, 그건 박정희씨가 한 게 아닙니다. 신화를 꾸며 논 거예요. 박정희씨 개발독재 했기 때문에 온전한 발전이 안 되고, 정경유착이 돼서 구십칠팔년에 아이엠에프 경제 파산을 당하고도 그걸 모릅니까.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기여한 게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돌려놨죠."

한 교수는 또 "친일파들의 논리는 일본 졸개 노릇 아니면 한국은 발전하지 못한다는 일본사람이 심어놓은 민족적 열등을 강요하는 나쁜 논리였다"며 "단순히 친일, 친미가 나쁜 게 아니라 민족자주와 독립을 저버리고 사대하면서 외세의 앞잡이 노릇을 하니까 나쁜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이날 첫 방송을 내보낸 KBS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평일(월-금)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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