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팔찌보다는 성범죄자 처벌 강화를"

[토론회] 한나라당, '전자위치확인제도' 전문가 공청회

등록 2005.05.03 13:06수정 2005.05.0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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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성폭력 범죄근절을 위해 3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자위치확인제도 도입 마련 정책간담회에서 관계전문가들이 전자팔찌의 실효성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근절을 위해 3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자위치확인제도 도입 마련 정책간담회에서 관계전문가들이 전자팔찌의 실효성 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사대체 : 3일 오후 2시 30분]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고통과 충격이 너무 크다. 아동 성폭력은 기소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이의 진술을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경찰에서 오히려 벌레취급을 받기도 한다. 전자팔찌도 좋지만 성범죄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한 아동 성폭력 피해자 어머니의 호소다. 최근 한나라당이 준비하고 있는 전자위치확인제도(전자팔찌)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한우섭 여성의전화 대표 역시 "경찰·검사·판사의 의식이 기본이 안된 상태에서 법만 계속 만든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라며 "기소·구속도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런 것(전자팔찌)를 시행하겠나"라고 반문했다.

3일 국회 도서관 2층 멀티미디어실에서는 한나라당이 마련한 '전자위치확인제도 도입방안 마련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여성단체 대표들과 전문가들은 '설익은 열매'에 대한 구체화를 주문했고 성폭력 피해자 가족들은 성폭력 관련 법안의 강화를 요구했다. 이날 공청회는 오전 10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지난달 8일 박근혜 대표는 '전자팔찌 도입'을 공론화했고, 같은 달 26일 진수희 한나라당 제6조정위원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매년 증가하는 성폭력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전자팔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실효성·인권침해 등이 논란이 됐다.

"전자팔찌? 성범죄자 처벌 강화도 중요"


진수희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는 최원기 여의도연구소 사회·문화팀장의 발제 뒤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는 이계경 한나라당의원과 한 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이은희 여성부 인권복지과장, 장일영 경찰청 여성게 경감, 김주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BS 팀장 등. 또 아동 성폭력 피해자 어머니들도 함께 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 팀장은 ▲성범죄 발생율의 증가(세계 3위 성범죄국 오명) ▲기존통제제도의 인권 및 실효성 문제 ▲성범죄의 높은 재범율 ▲성범죄자 처벌 후 통제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등을 이유로 '전자팔찌' 도입을 주장했다.

특히 최 팀장은 논란이 일고 있는 가해자 인권에 대해 "인권보호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인권을 따로 봐야 한다"며 "피해자 인권보호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유형 등은 아직까지 나와있지 않다. 다만 위성을 이용한 GPS 방식이나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한 Cell ID 방식 등 몇 가지 안을 놓고 실효성을 따져보고 있는 상태.

진 의원은 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심장박동으로 범죄자의 상태를 안다'는 논란은 문답시간에 나온 일부 얘기를 기자들이 과장해서 보도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도입하려는 법은 성폭력 범죄자에게 국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국민에게 충격주기 위해 전자팔찌 도입?"

이런 한나라당측의 입장에 대해 여성단체 대표들과 전문가들은 기본 취지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처음 발표했을 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와서 보니 이 안(전자팔찌)에 대해 자체 논의를 더 하고 전문가를 설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발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이번 한나라당의 안을 보면 '전자'에다 '팔찌'까지 붙는다. 이 단어가 주는 심리적인 충격이 크다"며 "뭔가 억압받고 강압 받는다는 느낌이 큰데 한나라당에서 충격을 주기 위해 발표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도 "이 안에 대해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정부의 정보 독점에 대한 염려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안이 만들어지면 현장에서 적용해야 할 여성부와 경찰 관계자도 치밀한 준비의 선행을 주문했다.

장 경감은 "한나라당의 안은 보호관찰 정도의 수준이라고 본다"며 "경찰이 출동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데 경찰과 범죄자와의 잦은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성범죄를 하려는 징후 이외에 단순 이탈을 했을 때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 이 인권복지과장은 "인권침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검토를 해야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의견을 밝혔다.

"성폭력 근절 목적 부합한다면 모두 도와달라"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이계경 의원은 "위치 추적을 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러나 우리는 이미 핸드폰 등을 통해 위치를 추적당하고 있다"며 "충격을 받았다는 말이 내게는 더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희생자를 막아야 한다는 목적을 공유하고 이 법안이 그 목적에 부합한다면 모두들 도와줘야 한다"고 도움을 청했다.

이날 공청회는 차분한 가운데 한나라당의 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도로 이뤄졌다. 발제를 맡은 최 팀장은 이번 건에 대해 지난해 12월부터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 왔던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전자팔찌 안이) 구체적이지 못한 것에 답답함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에서는 법안 초안을 완성해 오는 13일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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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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