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덤프트럭, 꾸물거리는 정부

덤프연대 3일째 파업... "알선업체 불법 단속하라"

등록 2005.05.03 17:15수정 2005.05.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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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집회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파업중인 덤프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115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집회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파업중인 덤프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장에서 500만원 어치 일을 하면 그 이상으로 세금계산서를 끊는다. 조달청의 품셈단가 기준에 맞추려고 그렇게 한다. 그래도 현찰이 나오면 괜찮다. 하지만 어음이 나오고 거기에 '깡'까지 제한다. 결국 4명 중 1명은 신불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운동노조 덤프트럭연대(이하 덤프연대)의 한 관계자는 자신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이와 같이 토로했다. 품셈단가 보다 적은 임금, 그것도 어음으로 돌아오는 결제방식, 거기다 '깡'까지…. 도저히 이대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전국의 덤프트럭이 멈춰선 지 벌써 3일째다. 3일 현재 2만5000여대의 덤프트럭 가운데 덤프연대 소속의 1만5000여대의 시동이 꺼졌다. 건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자재 운반이 어려워져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덤프연대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고 지난 2일 과천 정부청사를 찾았다. 청사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쪽이 아직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45일 지난 뒤 어음받고 '깡' 당하고...결국 신불자 전락

건설공사 표준품셈이란

건설공사 표준품셈이란 정부 등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의 적정한 예정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일반적인 기준을 정해놓은 것을 일컫는다.

통상 국가·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및 위 기관의 감독과 승인을 요하는 기관에서는 본 표준품셈을 건설공사 예정가격 산정의 기초로 활용하고 있다.
덤프연대의 요구사항은 ▲부당한 과적 단속 철폐 ▲유가보조비 지급 및 면세유 지급 ▲불법재하도급 및 다단계 알선 금지 ▲적정운반단가 보장 등으로 요약된다. 모두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요구들이다.

덤프연대와 건교부에 따르면 현행 건설공사 표준품셈단가(15톤 트럭, 8시간 기준)대로라면 조건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한차례 운송실적을 달성할 때마다 대략 40만원 가량을 지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배차사무소'라는 덤프트럭 알선소개업체가 끼어 알선 수수료를 떼먹는다고 한다. 건설교통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형태다.


그렇다고 배차사무소에서 40만원에 해당하는 단가를 지급받는 것도 아니다. 덤프트럭 연대에 따르면 트럭 기사 대부분이 30만원 이하밖에 받지 못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이 유류비로 쓰인다.

하지만 배차사무소는 품셈단가에 맞춰 세금계산서를 끊어간다고 주장했다. 이마저도 '현찰' 아니라 '어음'으로, 운송 수행 뒤 45일이 지난 다음에야 지급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결국 카드로 '긁어놓은' 유류비와 생활비 등은 고스란히 빚으로 돌아오고 급기야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라는 것. 이미 덤프연대 조합원 4명 가운데 1명은 신불자 상태이고 나머지는 잠재적 신용불량 상태라고 덤프연대쪽은 주장하고 있다.


파업현황 엇갈려...정부, 유류비 부분 '일부 수용' 뜻도

건교부도 이러한 실태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일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파업 현황과 급박성에 대한 시각차로 인해 기민하게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건교부 건설지원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전국의 덤프트럭이 5만여대 정도인데 덤프연대에 소속돼 동원되고 있는 트럭은 약 2000여대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현장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진단했다. 아직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건교부 등 정부는 현재 유류비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지원책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과도한 과적차량 단속도 건교부 도로교통과에서 긍정적으로 수용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중이다.

건교부, 알선업체 불법 인정하지만 단속은 '글쎄'

하지만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느껴졌다. 덤프연대는 당장 법적 근거도 없이 활개치는 알선업체의 영업활동을 금지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교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덤프트럭 사업자들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 놓은 사업체를 굳이 단속까지 하며 금지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

건교부 건설지원담당관실의 다른 관계자는 알선업체의 영업행위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작 단속여부에 대해서는 "불법이라고 해도 단속하기에 애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행위임을 인정하지만 단속은 어렵다는 말로 풀이된다. 그는 앞으로 덤프트럭 연대 집행부와 만나 "타협점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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