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생 돈 없으면 대학 포기해라?

교육부총리 서한문에도 불구 내신등급제 논란 계속, 7일 촛불집회 진행될 듯

등록 2005.05.06 11:30수정 2005.05.0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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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 한 <고딩일기>는 내신등급제를 바라보는 고교생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
"내신이 우리를 미치게 만들었다."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 한 <고딩일기>는 내신등급제를 바라보는 고교생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내신등급제반대카페
내신등급제. 교육부가 새로 내 놓은 대학입시제도의 핵심이다. 내신등급제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인 89년생 청소년들이 대학에 올라가는 2008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이 핵심 제도에 대해 수많은 청소년들이 반발하고 있다. 내신등급제 반대 촛불집회를 열자는 등 청소년들은 관련 사이트에 연일 교육부를 성토하며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내신등급제 논란과 관련, 지난 5일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교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을 비롯한 교육가족 앞으로 서한문을 보냈다.

김 부총리는 서한문에서 2008학년도 대입 제도의 근본 취지에 대해 "학교 성적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대입 전형에 반영되는 비중을 강화하여 교육의 중심축을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끌어오되, 끝없는 등위 경쟁대신 보다 폭넓은 아홉 등급의 여유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찾을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2007년 고교 신입생부터 교과별 독서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등 독서 교육을 강화하고자 한 것"도 같은 이유라며 "토론, 논술, 탐구활동과 봉사 등 특별활동을 활성화하고 학생부에 충실히 기록하면, 각 대학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시험성적 위주보다는 특기, 경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여러 줄 세우기'에 의한 학생 선발을 계속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현재 논란에 대해서 "성적 부풀리기 방지를 위해 교과 성적 표기 방식을 변경하여 평어를 없애고 석차 중심으로 표기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지나치게 '경쟁'을 의식하게 된 것 같다"고 지적한 뒤 "새로운 대입제도에 따른 각 대학별 전형요강이 마련되지 않아, 무조건 1등급을 받거나 모든 과목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오해가 있었다"며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총리 "아홉 등급의 여유 속에서 학생들의 색깔과 향기를 찾아라"


네티즌들은 김 부총리의 서한문에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전체적인 의견은 싸늘한 편.

"1.밤 10시에 끝나는데 토론과 독서는 언제 하나요. 2.내신이 모든 게 아니라고 하면서 내신, 수능, 대학별 논술 등 다양하다고 하시는데, 내신 하나 잡기도 너무 힘들어 하던데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으라는 말씀인가요. 어이없다."(다음 ID : speedkong)


"저도 89년생입니다. 요즘 전 죽을 지경입니다. 내신 1등급이 아니면 서울의 주요대학은 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시험치기 한 달 전부터 하루에 많이 자도 4시간, 2주정도 전부터는 3시간씩 자면서 공부합니다. 쉬는 시간 점심식사 시간도 앉아서 공부하지 않으면 다른 애들한테 밀려서 1등급은 꿈도 못 꿉니다. 이게 인간입니까?"(네이버 ID : prince902)

"모이자! 교육계에서 원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어느 나라가 학교에서의 몇 번 본 시험으로 인생을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대학에 선택권이 없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을 걸! 교사들의 독식이 더 심해지겠군. 이 나라 교육은 있는 자의 횡포만 느끼게 할 뿐 희망이 없다."(네이버 ID : kyeonghe)

'내신에 수능에 12시까지 야자하고 학원에 독서실까지 다녀도 애들 아무 말 않고 묵묵히 해냈는데 요새는 왜 그리 난리래?? 풀어주니까 그렇잖아. 이해찬이가 애들 망쳐 놓은 거지. 미래를 위해 노력하라는 게 교육의 취지지. 싫으면 대학 안 가면 되고 지방대 가면 되잖아~!! 뭐가 불만인거야?? 공부 잘하는 넘 골라내겠다는데..."(다음 ID : 바보온달)

한편 '참이슬의깊은맛ㅋ'이라는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에 "89년생 돈 없으면 대학 포기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폭발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이 글을 보면 내신등급제를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각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발췌한 내용이다.

"교육부에서 아무리 대학에 대고 말 들으라고 소리를 쳐도 대학에서 내신을 믿고 싶어할 턱이 없다. 수능 올 1등급, 내신 올 1등급을 다 모아도 서울대 정원의 5배를 가볍게 초과한다. 이런 상황에 뭘 보고 애들을 뽑나. 결국 본고사다. 과목별 학업성취도를 평가하지 못하므로 논술, 구술로 바꾸었을 뿐 결국 대학 자체 평가로 바뀌는 것이다.

논술, 구술은 학원이든 과외든 평균 이상 되려면 돈이 한 번에 백 단위는 가볍게 초과한다. 사교육을 죽이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자는 게 이번 교육과정의 가장 큰 목표 아니었나. 오히려 우리에게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과정을 위해 돈을 허공에 막 뿌릴 것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 돼버렸으니 참 꼴 좋다.

'내신을 강화하면 공교육이 살아나겠구나' 이런 단순하고 유치한 일차적 발상에서 이런 구린 정책이 나왔으니, 우리는 그저 기준조차 모호한 내신제 아래서 실컷 굴러먹다가 돈이 없거든 조용히 찌그러지는 것이 최선일지니….

12년 교육과정 내내 한 번도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대비해 본 적도 없는 논술에서 감점 당하여 대학에서 뚝 떨어지는 멋진 기분을 만끽하게 되리니, '이것이 돈 없는 노력의 결과다'하면서 기쁘게 웃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의 바라는 바다."


"89년생 돈 없으면 대학 포기해라"

이 글에는 네티즌들의 숱한 댓글이 달리며 논의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의견에 공감이 갑니다. 저 역시 지방 학생으로서 서울대 입학 시험에서 위와 같은 이유로 떨어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능성적만 보면 충분히 합격 가능 했지만 논술, 면접에 대한 정보가 극히 부족했습니다."(조홍근)

"맞아요. 지금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가 수능이나 다름없으니깐 애들 거의 모두가 학원을 다니고 1시 넘어서 끝나서 아침에 6시쯤에 일어나서 학교 갑니다."(애교짱귀엽a)

"동점자 만들면 안 된다고 한 문제당 점수가 3.5점 4.2점 소수점으로 나오고, 문제도 어렵고,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어요. 그리고 아직 등급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선생님들도 아직 잘 모르셔서 저희보고 어떤 조언도 잘 못해 주시더라구요."(김다정)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들이 남의 책이나 공책을 찢고 있고, 시험 범위 잘못 말해주고, 서로 비인격적인 만남이 된다는 것, 인성교육이라는 학교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거, 하지만 우리 나라와 같이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나라에서는 공부에 죽을 수도 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한마디로 인성교육보다는 대학 보내는 게 급선무가 돼버릴 수 있다는 거죠)."(LR령휘)

"89년은 저주 받았네 이런 소리 하지 말길. 교육정책에 피해본 걸로 따지면 저주 안받은 사람 없다. 89부터 중학교 의무였자나. 장점도 있구만 뭐. 징징대지 말고 열심히 해서 대학 가렴. 악조건은 어디에나 숨어 있지만 승자는 그 악조건을 극복하는 법. 인생선배로서 열심히 하길?"(루피)

한편 내신등급제 반대 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고교 1학년들의 촛불집회는 오는 7일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내신등급제 반대 카페는 대문공지사항을 통해 "운영자들이 집회를 계획한 적이 없는데도 집회 소식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이미 운영자들도 막을 수 없이 집회가 거의 확정적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흘렀다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공갈과 협박, 처벌과 징계가 아니라 내신등급제의 병폐와 입시경쟁으로 죽음까지 생각하는 학생들 요구에 교육부에서 깊이 생각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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