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릅 뜬 눈, 학생 400명에 교사 760명

[현장] 7일 고교생 촛불시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등록 2005.05.08 03:04수정 2005.05.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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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 학생들이 참가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기 위해 기자들이 카메라를 대면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였다.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에 학생들이 참가해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지 않기 위해 기자들이 카메라를 대면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숙였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너, 당장 집에 돌아가! 학교 가서 보자!"

7일 광화문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 현장에서 한 교사가 한 학생의 손을 잡아끌면서 한 말이다. 그는 곧바로 교사에게 이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또다른 한 교사는 추모 대열에 있는 한 학생을 발견한 뒤 현장에 나와있던 학교장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a 7일 학생들의 추모 행사가 열리는 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선 교사들이 광화문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7일 학생들의 추모 행사가 열리는 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선 교사들이 광화문역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촛불문화제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려는 교육부의 '의지' 때문에 벌어진 촌극이다. 이 때문인지 이날 촛불문화제 행사가 시작되기 전 광화문에는 학생들보다 교사들의 숫자가 더 많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왼쪽 가슴에 녹색 스티커를 붙인 교사들과 장학사, 교육청 관계자는 무려 76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학생들은 400여명(경찰추산)에 불과했다.

촛불문화제 현장에서는 교사들로부터 야단을 맞고 그 자리에서 울음을 참지 못한 학생들도 목격됐고, 행사장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교사들에 쫓겨 되돌아간 학생들도 많았다. 또다른 학생들은 방송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이 찍히지 않기 위해, 교사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날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촛불 추모제 참석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처벌 움직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종례시간에 선생님이 집회 참가시 퇴학시키겠다,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과 교육부에서는 처벌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믿을 수 없다. 처벌을 한다면 14일 더 많은 학생들이 나올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촛불추모제 참석 학생을 처벌하라고 각 학교에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처벌에 대한 경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행사장에서 만난 한 학생은 고1 내신제도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번 일로 인해 체벌까지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KBS 1TV <심야토론>(내신등급제와 논술고사 논란)을 방청한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오늘 학교 생활지도부장실에 불려가서 매를 맞았다"면서 "같이 출연해서 발언을 했던 친구는 4시간 동안 교감선생님과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에게 불려가 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생님 말로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생을 어떻게 지도했길래 토론 프로그램에까지 출연하게 만드느냐'라면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도 "학생부장 선생님께서 '학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방송에 출연했다, 다음부터 학교에 허락을 받지 않고 방송 프로그램이나 집회현장에 나갈 경우 퇴학 등의 징계 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의 한 관계자는 "학교에 돌아갔을 시에 불이익이 있을 경우 단체로 연락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도와주겠다"면서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14일 오후 3시에는 두발 제한 폐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a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 행사 자원봉사단이 참가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우려해 학생 이외 모든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7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입시경쟁 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촛불 추모제' 행사 자원봉사단이 참가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우려해 학생 이외 모든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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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청소년 회의 기획부 의원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 음악연극과 1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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