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가 90%이상의 공정을 마친 가운데 이 사업을 주도했던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연합뉴스 진성철
'청계천 사업'과 관련하여 서울시의 양윤재 행정2부시장이 체포되었다. 행정2부시장이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장으로 일할 당시 건축업자로부터 청계천 주변의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검찰에서는 다른 서울시 간부들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세간에서는 흔한 뇌물사건으로 치부하거나 또는 차기 대권주자인 이 명박 시장과 관련시켜 흥밋거리로 이 사건을 보고 있으나, '토지정의'의 입장에서는 토지불로소득 환수 제도의 결함에서 생긴 또하나의 필연적인 결과로 본다. 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이런 사건은 재발하게 마련이다.
서울시가 고도제한을 풀면 같은 땅에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건물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땅값은 오른다. 이렇게 오르는 땅값은 토지소유자의 '노력과 기여'와 무관한 불로소득이 된다. 반대로 기존에 없던 고도제한을 신설한다면 땅값이 내려가며 토지소유자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손실을 입게 된다.
이처럼 개발규제의 해제 또는 신설과 관련하여 땅값이 변동하는 경우에는 그 변화액을 토지소유자에게서 완전히 환수하거나 완전히 보상해주는 것이 공평하다. 또 그래야만 개발사업의 타당성을 정상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일부 조기 재건축처럼 사회적으로 불필요한데도 개발이익을 얻으려고 사업을 추진하는 일도 없어지고, 반대로 사설 화장장처럼 사회적으로는 필요한데 개발손실 때문에 건설을 못하는 일도 없어진다.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여 개발이익과 개발손실을 자동적으로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토지임대가치를 징수하고 그만큼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소위 '지대조세제'이다. 다만 상당한 금액을 치르고 토지를 매입하는 현실에서는 매입지가의 원리금을 보장하고 그 이상의 토지가치변화액을 환수하는 '지대이자차액세'를 1차적인 목표로 삼으면 된다.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제안하고 있는 두 제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면 관계로 생략한다.
청계천 비리는 최근 정부가 열의를 보이고 있는 기업도시의 경우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기업도시 시범사업 선정 등 중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업도시위원회가 최근 발족하여 6월에는 기업도시 시범사업 신청지 8곳 중 2~4곳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도시 사업이란, 특정 기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100만 평 정도의 대규모 토지를 취득하여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업을 말한다. 정부의 조치에 의해 토지개발권이 발생하고 땅값이 오른다는 점에서 기업도시 개발허가는 서울시의 고도제한 해제와 닮은꼴이다.
일부에서는 기업이 개발해 기업도시의 땅값이 오르기 때문에 땅값 상승분을 개발자가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종 기반시설을 함으로써 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단지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르는 부분도 상당하다. 예를 들어 허가를 받은 기업이 개발을 하지 않고 다른 기업에게 매각하더라도 원래 땅값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대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허가만으로 상승한 부분은 완전히 환수해야 한다.
나아가서 기반시설을 기업이 건설한다고 해서 그로 인한 땅값상승분까지 기업에게 주는 것도 옳지 않다. 원래 기반시설은 정부가 담당하는 것으로서 특정 기업에게 기반시설 공사를 독점시키는 것만으로도 특혜를 부여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런 특혜에 추가하여 땅값 상승분까지 부여하는 것 안된다. 모든 땅값 상승분을 환수하되, 도시기반시설을 공공부분이 담당했다고 할 경우에 들어갈 비용을 공제 내지 환급해주면 된다.
'토지불로소득을 일부라도 보장하지 않으면 누가 개발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도시에 대한 수요가 있다면, 토지불로소득이 없어도 (예를 들어 정부가 토지를 임대하더라도) 사업을 수주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반면 수요가 없는데도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다면 그 주된 동기는 토지불로소득이므로, 설령 개발기업은 배를 불린다고 해도 사회적으로 실패로 남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가 기업도시에 엄청난 특혜를 베풀려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무슨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개발에서 생긴 '모든' 결과는 개발자의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관념이란 이렇게 무섭다. 개발결과는 개발자에게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토지가치는 그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
청계천 비리를 교훈 삼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업도시 문제도 근본부터 재고하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 김윤상은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자 '토지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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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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