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행복한 사람들

최성현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와 남난희의 <낮은 산이 낫다>

등록 2005.05.09 09:40수정 2005.05.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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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안겨 살며 배우는 사람들. 그들은 자연에 머물며 단순하고 소박한 삶에 감사한다. 나는 최성현과 남난희의 산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중한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세상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a 최성현 글, 이우만 그림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최성현 글, 이우만 그림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 도솔출판사

숲 속의 단순한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 풀, 나무, 벌레와 새가 친구인 사람. 흔한 풀 한 포기에도, 벌레 한 마리 앞에서도 자신을 낮추는 사람.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의 저자이자 '바보 이반 농장'의 주인이기도 한 최성현. 그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바보 이반 농장'은 그가 톨스토이의 글을 좋아하여 붙인 이름이다. 그는 땅을 갈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풀과 나무도 그대로 두고 씨앗을 뿌리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자연에 손을 적게 대는 방식이다. 재배를 최소로 줄이고 숲을 가꾸면서 절로 나는 것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한다.

자연주의자들의 길잡이로 알려진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란 한 권의 책. 우연히 읽게 된 그 책이 그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산이 있어 틈만 나면 가고 있다. 5분이면 산 입구에 닿는다. 캄캄한 밤에도 간다. 거기 가서 숲 속을 왔다갔다하다 보면 비로소 부끄러운 줄도 알게 되고 한심스러운 줄도 알게 된다. 그리고 산다는 것의 기쁨도 느껴진다. 교회도 절에도 다니지 않는 내게는 숲이 그 대신인 셈이다. 술 마신 날에는 "사실은 말이야,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모두 나무의 제자라네. 자네, 그것은 몰랐지? 두 분이 다 매우 착하기 때문에 나무가 하시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을 뿐이야"라고 허풍을 떨기도 한다...(107~108쪽)


요즈음 그는 사람에게 허락된 단 한 가지 일은 숲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숲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숲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것이 사람이라는 교만한 마음을 버리라고 일깨워 준다. 이 세상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조차도 그 존엄성을 인정하고 평등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해 준다.

그는 배추흰나비 애벌레에게 말을 걸며 그의 밭에서 떠나 주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할 때 아주 가끔 나비나 잠자리가 날아와 손등이나 어깨에 앉으면 참으로 고마워하기도 한다. 이따금 한 포기 풀이나 한 그루 나무를 향해 절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무처럼 늙고 싶다

a 남난희의 <낮은 산이 낫다>.

남난희의 <낮은 산이 낫다>. ⓒ 도서출판 학고재

1984년 1월 1일부터 76일 동안 눈덮인 백두대간을 단독 종주한 여자. 그 등반으로 산악인이란 이름을 얻은 남난희. 그로부터 2년 후, 1986년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봉(7455m)에 도전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 그가 아들과 둘이서 지리산 화개골에서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된 사연을 그의 저서인 <낮은 산이 낫다>에서 편안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산이 보인다는 남난희. 그동안의 산은 오로지 오르는 것만이 목적이었는데, 이제는 오르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은 편안한 산을 만났다 한다.

..게다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들의 삶은 내겐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때 나무들을 보면서 항상 방황하고 항상 떠돌아다녔던 내게 정착이라는 말의 의미가 새로이 다가왔다. 나무에도 체온이 있다는 것을 그 산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166쪽)

..오래된 나무를 보면 존경스럽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도 어찌 저렇게 당당하고 편해보일 수 있는지. 어쩌면 한자리에서 저리도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자신을 비운 삶이기에 저렇게 넉넉할 수 있는지. 그래서 그들이 부러운 것이다. 그들을 닮고 싶은 것이다... (169쪽)


그는 자만심을 버리고 보면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식구처럼 지내는 닭들, 그리고 아들 기범이도 때로는 자신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덧붙이는 글 | 최성현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는 2003년 8월 16일 초판 1쇄를 발행했으며, 2003년 10월 15일 초판 3쇄를 발행하였다.

남난희의 <낮은 산이 낫다>는 2004년 6월 28일 초판 1쇄를 발행하였으며, 2004년 7월 15일 초판 2쇄를 발행했다.

덧붙이는 글 최성현의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는 2003년 8월 16일 초판 1쇄를 발행했으며, 2003년 10월 15일 초판 3쇄를 발행하였다.

남난희의 <낮은 산이 낫다>는 2004년 6월 28일 초판 1쇄를 발행하였으며, 2004년 7월 15일 초판 2쇄를 발행했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최성현 지음, 이우만 그림,
도솔,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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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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