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추리소설] 깜둥이 모세 - 22회

22회 - 눈의 아들 여호수아

등록 2005.05.10 11:02수정 2005.05.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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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지를 벗어난 모세는 서둘러 요새 방향으로 내달렸다. 어쩌면 요새에 힉소스 귀족의 사주를 받은 놈들이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요새 근처의 숲에서 숨을 돌리고 있던 모세는 카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은뎅게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갑자기 카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고 모세는 늪지 쪽을 바라보았다. 은뎅게이가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은뎅게이 뒤로는 수십 명의 테베군이 벌떼처럼 매달려 있었다. 모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돌연 뒤에서 긴 휘파람 소리가 들리더니 숲 속의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게다가 숲 속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수풀들이 움직이며 소란스러워졌다. 모세가 말리기도 전에 카는 동물의 본능으로 숲으로 달려가버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은뎅게이를 뒤쫓던 테베군도 숲 속에 매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추격을 멈추고 되돌아갔다.

한숨 돌린 은뎅게이는 모세의 치료를 받으며 아군이 어디 있냐고 물었다.
“아군?”

꺄악-!

숲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고 이내 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세는 은뎅게이를 치료하다 말고 비명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갔다. 카가 괜한 사람을 다치게 할까 걱정이 됐다.

“카! 가만히 있어!”


여자의 비명 소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보니 어린 소년이었다. 게다가 복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고급 세마포로 짠 옷에다가 황금 귀걸이, 채색 샌들, 그것으로 부족해 왼팔에는 신관의 필기도구까지 들려있었다. 모세의 신분이 지역 총사령관이라 해도 소년의 신분이 신관이라면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그대의 카가 강건하시기를, 라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모세는 평범한 축복의 말을 건넸다. 이제 저 소년 신관의 대답으로 어느 신을 섬기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눈의 은혜가 함께 하리라. 눈의 아들 호세아가 명한다. 저 표범을 치워라.”

소년의 신분은 정말 신관이었다. 게다가 ‘아들’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면 대신관이란 말인데, 소년이 대신관이라는 것도 놀라웠지만 소년이 섬기는 신이 ‘눈’이라는 점이 모세에게는 경이 그 자체였다.

‘눈’은 원초의 물을 상징하는 신이었다. 신들의 아버지에 해당하는 신으로, 신의 가계도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신이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눈에서 원시 태양신 아툼이 나왔고, 아툼은 대기의 신 슈와 습기의 신 테프누트를 창조했고, 둘의 결합으로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가 생겼으며, 그들의 자식이 오시리스, 세트, 이시스, 네프티스였던 것이다.

모든 신전에는 ‘눈’을 기리기 위해 사원 내에 큰 연못이나 작은 호수를 둘 정도였다. 그러나 다만 ‘눈’ 자체를 섬기는 사원은 거의 없었다.

“카, 이제 가만히 있어.”
모세는 카를 쓰다듬어주면서 소년 신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강 봤을 때는 복장이 대단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옷이며 샌들이 낡은 것이었다. 인기 있는 신을 섬기는 게 아니니까 헌물이 많을 턱이 없었다.

“이 근처 눈의 사원이 있는 줄은 몰랐는 걸?”
“이 근처는 갈수기에도 늪지가 마르지 않으니까, 눈신께 어울리는 자리죠.”
소년의 눈에는 사나운 표범을 애완동물로 데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무서워서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카를 바라보았다.

“자, 괜찮아. 와서 쓰다듬어도 돼.”
“그래도 돼요?”
카는 소년의 손길이 좋지는 않았지만 잠자코 있었다.
“호세아라고 했던가? 그럼 함족이 아니고 셈족? 셈족이 세트도 아닌 눈신을 섬기니까 좀 이상한데?”

“노사제께서 고아였던 저를 거둬 키워주신 거였거든요. 이제는 혼자지만.”
“돌아가셨구나. 혹시 아까 새들을 놀라게 해서 테베군을 쫓아준 것이 너였니?”
“수십 명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비겁한 짓이거든요.”
소년은 휘파람으로 새소리를 냈다. 몇 마리의 새가 소년의 휘파람 소리에 반응해서 날아오려다가 카를 보고 물러났다. 소년이 싱긋 웃었다.

“얘가 무서워서 새들이 안 오네요.”
“새들을 부릴 줄 아는구나?”
“아저씨는 흑표범을 부리잖아요.”
창대를 어깨에 걸치고 절룩거리면서 은뎅게이가 다가왔다.

“감사의 절이라도 올려라. 네 목숨을 구해주신 분이다.”
“됐어요. 상처가 심하면 눈신의 사원에서 치료라도?”
상처 치료는 웬만큼 됐지만 눈신의 사원이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기 위해 두 사람은 호세아를 따라갔다.
“신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눈신의 신전이 너무 초라한걸?”

아름드리 석주도 없고 화사한 꽃장식도 없으며 아름다운 여사제의 찬가도 없었다. 흙벽돌로 쌓은 자그만 건물 안에는 늪지의 물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수질의 조그만 인공 연못이 있었다. 인공 연못 속에 허리까지 잠긴 채 서서, 팔을 들어올려 태양의 범선을 지탱하고 있는 눈신의 석조상이 보였다.

호세아는 작은 목소리로 눈신의 찬가를 읊조렸고 모세와 은뎅게이는 예의 상 절을 한번 했다.
“여기 혼자 사니?”

신전 입구의 시든 꽃이 무척 처연하게 보였다. 호세아도 그 시든 꽃을 흘깃 보고 대답했다.
“몇 달 전에 늪에 빠져죽은 사람의 가족들이 바치고 간 꽃이에요.”

덧붙이는 글 |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일찍부터 등장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눈에는 색다르게 등장할 텐데, 다음편에는 미리암도 이색적으로 등장합니다. 미리암에 대한 주석은 이미 소설 내에서 약간 설명을 했습니다. 추후 소설 내에서 미리암의 주석을 더 설명할 예정입니다. 여호수아 역시 소설 내에서 주석을 달 것이라서,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성서에서 여호수아라는 이름이 처음 나오는 곳은,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아말렉과 싸울 때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를 군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장면이죠. 그런데 ‘눈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여호수아가 모세의 후계자로 거의 확정된 부분부터입니다. 모세가 야훼를 대면하는 회막에 여호수아도 따라 들어가 모세보다 오래 신과 대화를 나눕니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눈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단순히 여호수아의 아버지 이름이 '눈'이라는 의미가 아님은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일찍부터 등장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눈에는 색다르게 등장할 텐데, 다음편에는 미리암도 이색적으로 등장합니다. 미리암에 대한 주석은 이미 소설 내에서 약간 설명을 했습니다. 추후 소설 내에서 미리암의 주석을 더 설명할 예정입니다. 여호수아 역시 소설 내에서 주석을 달 것이라서, 이 자리를 빌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성서에서 여호수아라는 이름이 처음 나오는 곳은, 이집트를 탈출한 히브리인들이 아말렉과 싸울 때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를 군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장면이죠. 그런데 ‘눈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여호수아가 모세의 후계자로 거의 확정된 부분부터입니다. 모세가 야훼를 대면하는 회막에 여호수아도 따라 들어가 모세보다 오래 신과 대화를 나눕니다. 이 장면만 보더라도 '눈의 아들'이라는 호칭이 단순히 여호수아의 아버지 이름이 '눈'이라는 의미가 아님은 눈치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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