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SM5' 다음은 '뉴뉴SM5'인가?

[분석] 국내 자동차 브랜드 전략을 되돌아본다

등록 2005.05.10 22:11수정 2005.05.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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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라는 차 이름은 대다수 사람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들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차는 어느 나라 차?"라고 묻는다면 적지 않는 사람들이 답변을 못하거나 '미국차 아니야' 정도로 대답할 것이다.

렉서스 승용차
렉서스 승용차도요타
렉서스는 정확히 일본차이며,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도요타'가 만들었다. 렉서스가 만들어진 배경을 보려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0년대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의 한국차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미국 수출은 대부분 소형차 위주, 저가전략으로 시장에 진출, 일본차 하면 작고 저렴한 (나쁘게 말하면 싼) 차 정도로 소비자에게 인식이 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세단을 판매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자신들의 브랜드 또한 BMW나 벤츠와 같은 유럽차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렉서스이다.

렉서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도요타는 철저히 렉서스와 도요타를 분리했다. '렉서스=도요타'의 공식이 성립되면 결국 '렉서스=값싼 브랜드인 비싼 차'의 공식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에 렉서스의 매장에서는 도요타라는 단어를 배제시켰으며 각종 모터쇼와 타깃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결국 이러한 전략이 적중, 오늘날 미국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게도 좋은 선례로 작용한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문제점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문제점을 말한다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브랜드의 비일관성을 말할 것이다. 렉서스나 BMW의 경우 메가브랜드(전체 브랜드)로 접근을 한다. 배기량, 인테리어, 디자인 등의 차이로 개별브랜드는 있으나 대중들의 눈에는 렉서스나 BMW로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 이와는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회사라는 이름 아래 차종별 개별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쏘나타
쏘나타현대자동차
현대차의 경우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 개별 브랜드가 잠깐 생각해 봐도 10개가 넘는 것 같다. 그리고 개별브랜드도 생명력이 길지 않아 10년 이상 장수하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 쏘나타 시리즈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쏘나타에서 시작해 쏘나타1/2/3를 넘어 EF쏘나타 NEW EF쏘나타까지 확장되더니 다시 이것저것 다 떼고 쏘나타라는 단순한(?) 이름으로 되돌아 왔다. 국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한 낭비가 아닌가 한다.

차종별 개별 브랜드 사용은 국내용일 뿐


왜 이렇게 많은 개별브랜드가 태어났을까?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너무 새 제품, 새 차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맞춰야 하는데 소비자의 니즈가 새 제품, 신차이기 때문에 그 욕구를 맞추다 보니 이렇게까지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그런 얘기가 설득력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변명일 뿐,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잘못된 전략이었다. 이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잘못되었다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소비자가 새 차를 사서 느끼는 만족감은 채 1년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할부금은 2~3년 동안 내야하고 할부금을 다 낼 때가 되면 그 차는 단종이 되어 이미 구식인 차가 되어 버린다. 그러다 몇 년이 더 지나면 부품 생산도 중단이 되어 버려 오래 차를 타고 싶어도 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물론 이렇게 극한 상황은 소수의 개별브랜드에서만 발생을 했다).

만약 이 차종이 디자인과 기능은 변경되었지만 차 이름, 개별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차종이 단종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차이가 날 것이다.

또 다른 예도 있다. 보통 소비자가 신차로 바꿀 때 비용 절감을 위해 옛 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고차 시장의 시세 또한 차량이 단종되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이렇듯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동차 회사의 잘못된 전략으로 인해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개별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인가?

렉서스나 BMW, 벤츠와 같이 개별 브랜드 전략을 쓰지 않는 것이 꼭 좋은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렉서스의 모기업인 도요타나 우리나라에 어코드를 판매하고 있는 혼다의 경우도 개별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틀린 것인가라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이다.

종교에서는 진리는 하나라고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진리는 수익을 창출하는 적법한 모든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기업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브랜드 전략을 메가브랜드 전략을 취할 수 있고 개별 브랜드 전략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나 수단일 뿐이지 꼭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개별 브랜드와 메가 브랜드의 장단점

한 가지 브랜드의 차종을 얼마나 많이 팔 수 있을까? 만약 한 도시에 사람이 100명이 산다고 하자. 그러면 A라는 차가 아무리 좋아도 몇 명이나 그 차를 탈 것인가? 사람들은 군중심리가 있어 무엇인가가 유행하면 그것을 갖고 싶어 하긴 하지만 모두 다 갖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다.

그러면 '가'라는 회사와 '나'라는 회사가 도시에 사는 사람 100명에게 차를 판다고 가정을 해보자. '가' 회사는 메가브랜드 전략을 취하는 회사이고 '나'라는 회사는 개별 브랜드 전략을 취하는 회사이다. '가' 회사에는 'A'라는 브랜드를 가진 차만 판매하고 '나'라는 회사는 'B'라는 저가형, 'C'라는 일반형, 'D'라는 고가형 브랜드를 판매한다. 물론 'A'라는 회사도 인테리어나 디자인별로 가격에는 차이를 두었다.

분명 '가'라는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개별 브랜드로만 놓고 본다면 1:3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익면에서는 '가' 사가 '나' 사의 수익을 크게 앞지를 것이다. 그 이유는 생산라인 구축이나 브랜드를 알리는데 비용이 적게 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의 가치 면에서는 '가' 사가 '나' 사를 크게 앞지를 것이다.

현재 메가브랜드의 차종을 본다면 모두 고가의 차들이다. BMW, 볼보, 렉서스, 벤츠,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등, 고가의 세단이나 스포츠 카들이다. 반대로 개별 브랜드 전략을 취하고 있는 회사의 주요 차종은 상대적으로 저가이다. 혼다, 현대, 도요타, GM처럼.

국산 자동차 회사의 개별 브랜드 전략 문제점

국산 자동자 브랜드의 대표 주자는 현대, 기아차이다. 현대, 기아차는 너무 많은 개별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데 지쳐 이제는 과거 브랜드를 다시 가져 다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쏘나타'와 '프라이드'이다.

필자가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것은 개별 브랜드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가격대 또한 이리저리 중복되다 보니 구매시 소비자의 입장에는 불필요한 시간소비를 해야 하고, 타 회사의 브랜드와 비교되기보다 자사 브랜드간 경쟁이 발생되는 일도 생긴다. 이러한 손해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현대, 기아차는 가격면으로 저가(초저가를 추가 가능), 중가, 고가(초고가 추가 가능)형으로 기능면으로 승용차와 RV로 나누어 각각의 부분에 자사 브랜드간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분하여 개별 브랜드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개별브랜드의 유지 관리 또한 이전의 방법처럼 몇 년간 반짝 써먹다 폐기하고 마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대, 기아차를 바짝 뒤따르고 있는 브랜드는 르노삼성차이다. 과거에는 대우차의 위상이 현대, 기아차와 같이 했지만 모기업의 부도와 GM으로의 합병, 그리고 마티즈 이후 히트상품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 SM5
뉴 SM5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는 매가브랜드와 개별브랜드 전략을 동시에 취하고 있다. 크게 봐서 SM이라는 메가브랜드에 3, 5, 7이라는 개별브랜드가 판매되고 있다. 처음 판매 당시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택시기사들 사이에 좋은 차라고 구전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하여 대중에 널리 확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르노삼성차에도 브랜드 전략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두 가지, SM7의 어중간한 판매와 NEW SM5의 출시이다.

SM7는 출시 때부터 말이 많았다. SM3는 소형, SM5는 중형, SM7는 대형으로 출시되었는데 SM5와 SM7 사이에는 크기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또한 디자인면에서도 SM7보다는 SM5가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비록 가격은 분리해 놓았지만 대중들이 SM7의 가치를 대형, 고급차로 느끼지 못하다는데 있다.

NEW SM5의 경우는 현대, 기아차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신차를 가장 알리기 쉬운 방법이 앞에 NEW를 붙이거나 뒤에 1, 2, 3를 붙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브랜드를 유지, 관리하는데 가장 나쁜 방법이기도 하다.

과연 무엇 때문에 그리 나쁜 것인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NEW를 붙인 후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디자인을 교체하려 할 경우 애매하기 때문이다. NEW 앞에 또다시 NEW를 붙여 NEW NEW할 수도 없고, NEW를 떼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갈 수도 없다(그러면 그것이 새것이 아닌 것을 인정하는 꼴이니까).

해외에선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해외에 나가본 분들이라면 해외에서 많은 국산 브랜드의 차가 질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차와 같은 브랜드나 아니면 현지화 전략으로 이름이 바뀐 채로 말이다. 이와 함께 이런 말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엔진소리가 심하지 않아요" "대체로 싼 차입니다" 이런….

브랜드의 특성이 소비자의 인식 속에 굳어져 버리면 그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차라리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의 인식을 얻어내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물론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는 해외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대, 기아, 대우와 같은 국내 브랜드로 박리다매를 취할지 아니면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새로운 브랜드로 공략할지.

만약 필자가 최고경영자라면 후자의 예를 신중히 검토할 것 이다. 렉서스의 성공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여러 전략들을 추가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기업의 관점에서 가능성만 가지고 이와 같은 큰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국내 기업이 도요타처럼 새로운 브랜드로 미국에 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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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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