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 세트 (2)박도
-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산' 격이군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지요. 그 뒤 어머니와 저는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 무렵에는 다들 고생하였으니까 …. 봉천예고(안양예고 전신)에서 목공예를 전공했습니다. 사회에 나온 뒤 치악산이 좋아 원주로 내려와서 공방과 수석가게를 15년간 하였지요.
원주는 예로부터 옻 주산단지예요. 그새 원주 옻에 반하여 거기에 듬뿍 빠지게 되고, 마침내 서울농대 옻 연구팀과 함께 우리 옻 정제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칠기공장을 차리자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돈도 없고, 산도 좋아서 1995년에 이 마을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우리 부부에게 내놓은 찻잔이 모양새와 촉감이 좋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칠기의 좋은 점을 물었다.
“만져보다시피 촉감이 부드럽고 열전도율이 낮아서 뜨겁거나 차지 않습니다. 또 옻은 살충, 방부, 방충, 살균의 효능이 있기에 어떤 음식을 넣어도 쉬 상하거나 변하지 않습니다. 아이들 때부터 칠기를 쓰게 하면 성격도 부드러워지고 인성도 고와진다고 합니다. 스님들이 칠기를 많이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옻 예찬론
그는 옻 전문가답게 옻 예찬론을 펼쳤다.
“옻은 독성이 강한 나무로 피부에 닿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나무지만 인체에 더 없이 좋은 나무입니다. 옻을 약용으로 복용하면 만성 위장병, 변비에 좋고 수족냉증이나 생리통 생리불순 등 부인병, 간 기능 회복 신장병, 방광염, 오줌소태, 나쁜 어혈을 없게 해 줍니다. 옻나무에 다량으로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숙취와 당뇨에 매우 좋고, 항암에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른 봄 옻의 새순을 따먹으면 장이 나쁜 이에게 엄청 좋다고 합니다.”
그의 옻 예찬이 끝이 없었다. "독은 인체에 해롭지만, 이를 잘 이용하면 더 없이 좋은 약이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기사를 보고 야생 옻나무가 남벌될 것 같아서 더 들은 얘기는 줄여야겠다. 내가 알기로는 옻나무를 함부로 만지면 심한 피부염을 앓게 된다. 옻나무를 잘 모르는 이는 옻나무 접근에 무척 조심해야 한다.
그의 작업실이 궁금해서 부탁드리자 그가 앞장섰다. 첫 번째 돔이 전시실이었고, 두 번째 돔이 목각 작업실이었다. 목각 작업실에는 나무와 목각기구로 가득 찼다. 세 번째 돔이 접대실 겸 칠기 작업실 겸 건조실이었다. 그는 가운을 입고 세 벌 칠을 한다는 찻잔 쟁반에 옻칠을 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