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개그맨을 폭행해 구속된 KBS 개그맨 김진철.KBS 제공
"개그계 폭행 관행은 사실이며 나도 신인 시절 몇 차례 폭행을 당했다."
개그맨 후배에게 폭행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개그맨 김진철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고 한다. 억울한 마음도 있겠고 '혼자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도 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말하고 싶다. 우선 '무조건 잘못했다'고 엎드려 빌기부터 하라고.
백 번 양보해도 김진철은 할 말이 없다. 그리고 폭력 그 자체에 대한 벌은 엄중하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뒷짐 지고 선 선배들은 책임이 없을까. 과연 그가 '학습 없이' 체벌을 배웠을 것이며 선배들의 압력 없이 '집합'을 시킬 생각을 하게 됐을까. 나이도 형뻘인 사람을 단지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눈꼴시어 '한 따까리'할 생각을 먹게 됐을까?
그런데 조문식 KBS 희극인극회장은 11일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폭행 사건은 관행적이 아니라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개그맨들이 무슨 폭력 집단처럼 비쳐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의 이야기는 다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때린 것은 '이례적'일지 몰라도 적어도 그런 문화 자체는 이례적이 아니라는 것은 코미디 프로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지긋지긋한 서열˙기수˙패거리 문화를 걷어치우자
작년 9월 2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발표에 따르면 세계 70개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9939명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매우 공감' 100점, '전혀 공감 안함' 0점 등의 방식으로 점수화해 평균해보니 '부지런하다'(77.2점), '뛰어난 재능이 있다'(68.1점) 등 긍정적 평가가 나왔지만 '패거리 문화가 있다'에 대한 점수도 61.1점으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번의 사건이 '개그맨들에게만' 있을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은 절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 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문제인 것이다. 제 삼자의 눈으로 바라 본 객관적 모습이기도 한 동시에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서열˙기수문화는 단지 폭력을 수반하는 것 뿐 아니라 각 집단 구성원 사이에 소통의 부재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그 폐해는 심각하다. 부동자세의 아랫사람에게 '할 말 있으면 다 해 봐'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어떤 의사소통을 기대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 막힘없는 토론과 대화를 위해서도 조폭식의 서열˙기수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언제까지 그런 전근대적인 집단 주술에 걸려 소통 없는 세상에서 살아 갈 것 인가. 적어도 아이들에게만큼은 '한 따까리' 없어도 되는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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