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에 입사했는데 하루아침에 팬택 직원?

SK텔레텍 매각 충격 여진 계속...조직 화학적 결합 이뤄낼까

등록 2005.05.13 15:52수정 2005.05.1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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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텍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SK남산빌딩.
SK텔레텍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SK남산빌딩.SK텔레텍 제공
지난 5월 3일 휴대전화 ‘SKY' 브랜드를 생산하는 SK텔레텍 직원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국내 3위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팬택계열이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전격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났기 때문이다.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SK텔레텍이 SK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을 쉽게 받아들이는 직원은 없었다.

특히 이번 인수합병(M&A)은 최태원 SK회장과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 등 양사의 두 최고경영자가가 먼저 SK텔레텍을 매각하기로 합의하고 이후 경영진이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루아침에 회사 주인이 바뀌다니...

때문에 SK그룹과 SK텔레콤, 그리고 팬택계열 주도로 협의가 이루어졌으며 SK텔레텍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김일중 사장 등 핵심 경영진도 매각 발표가 임박해서야 사실을 통보받았을 정도였다.

SK텔레텍은 최근까지 중국 현지공장 설립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큰 공을 들여왔고 지난달 27일 중국 휴대폰 생산공장 기공식에는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하는 등 국내외에서 단말기 사업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열흘도 채 안돼서 회사 매각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직원들의 동요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매각이 발표된지 열흘 정도가 지났지만 당시 충격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었다. 12일 SK텔레텍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SK남산빌딩에서 만난 직원들은‘뭔지 모를 상실감’을 이야기 했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는 A씨는 “회사의 주인이 바뀐다해도 당장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버림받은 듯한 생각이 든다”며 “지난 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서 왔다는 B씨는 “고가 브랜드인 'SKY'를 생산하는 텔레텍이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생산하는 팬택에 인수당하는 모양새 때문에 자부심이나 자존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SK텔레콤에 입사했는데 하루아침에 팬택 직원이 됐다”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SK텔레콤에 입사했는데 팬택 직원됐다”

반면 기대감을 나타내는 직원도 있었다. C씨는 “상실감은 느끼지만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SK텔레콤의 자회사라는 이유로 받아왔던 내수 공급 제한 규제가 풀리면 회사가 더 클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팬택 직원들에게 그동안 보여왔던 모습을 봤을 때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01년 현대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문 현대큐리텔을 인수할 당시 구조조정 대신 현대큐리텔 임직원 1100명의 고용을 100% 승계했는가 하면 급여도 30% 가량 올려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러면서도 적자 신세였던 현대큐리텔을 1년 만에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수많은 ‘점령군’ 대신 여직원 한명만 데리고 현대큐리텔에 들어간 일화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르고 기업문화가 다른 ‘현대맨’들을 큰 마찰없이 ‘팬택맨’으로 흡수해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때문에 현대큐리텔의 경우는 어느 면을 보나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 사례로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박 부회장이 이번 SK텔레텍 인수도 제2의 성공 사례로 이어갈 수 있을까. 관건은 SK텔레텍과 팬택계열의 내부 화학 결합을 어떻게 이루어내느냐다.

외형적인 면에서의 인수 작업은 주식매각 계약이 체결되고 실사에 돌입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SK텔레텍 직원들의 마음을 잡지 못할 경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기업의 핵심역량을 좌우하는 연구개발 인력들의 동요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텍 인수합병 제 2의 성공 사례될까

팬택쪽은 SK텔레텍 인수가 현대큐리텔의 경우와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현 경영진을 포함 3년간 고용보장을 이미 약속했고 임직원들의 임금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팬택 수준으로 맞춰줄 예정이다.

팬택 관계자는 "브랜드 전략 등 인수합병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준비를 했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박병엽 부회장도 지난 6일 SK텔레텍 본사를 방문, 직원들과 간담회 자리를 갖는 등 민심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SK텔레텍 직원들의 동요는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텍) 직원들이 가장 상실감을 느끼는 부분은 ‘SK’라는 울타리에서 배제됐다는 점일 것”이라며 “고용보장과 임금 인상만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이를 상쇄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수합병 후 팬택이 국내외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서 구성원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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