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자유, 교권 도전이 아니라 인권 요구"

[현장] 광화문에서 잇따라 열린 중고교생들의 '두발자유' 집회

등록 2005.05.14 23:53수정 2005.05.15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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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앞에서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참가 학생들은 자율발언 등을 통해 두발단속, 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회 간섭, 교문앞 용의검사, 인터넷 글쓰기 금지, 단체기합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앞에서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참가 학생들은 자율발언 등을 통해 두발단속, 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회 간섭, 교문앞 용의검사, 인터넷 글쓰기 금지, 단체기합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1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에서 두발규제와 학생인권 침해상황을 묘사한 연극이 진행됐다.

14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에서 두발규제와 학생인권 침해상황을 묘사한 연극이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조호진


"폭력적인 바리깡 선생님"
학생들, 공정택교육감 두발자율 "못 믿겠다"

"일진회보다 훨씬 폭력적인, '바리깡을 든 선생님'이 있습니다. 나랏법에 명시된 학생회 자치권을 무시하는, '법치국가를 부정하는 교장'이 있습니다. 인격적 소통과 이해가 실종된 학교공간은, 이미 학생의 성장공간이 아닙니다."

실종된 학생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원성의 목소리다. 두발자유와 학생인권 회복을 외치고 나선 학생들은 두발제한이 "학교 병참화를 꾀한 일제와 군사독재의 잔재"라고 규정하며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 권리를 지키고 미래를 지켜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학생들의 반발은 두발제한 폐지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14일 현재 '두발제한폐지서명운동'에 7만여명의 학생이 동참하는 등 두발자유 움직임이 커지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두발자유를 허용하는 입장을 밝히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학생들은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두발제한폐지서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11일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두발문제 관련 개선안은 5년전 교육부 권고안과 하나도 다를 것 없다"며 "(개선안에는) 학생회의 독립적 토론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학교운영위 생활규정 재개정에 학생의 동수 투표권이 제공되어 있지 않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한 "비민주적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해 결의된 생활규정이 결코 합법적, 합리적이라 할 수 없다"고 불신을 표시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의 두발자유 개선안은 14일 거리축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두발 자유와 학생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학생 집회가 14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잇따라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학생자치회 활동, 학교운영위원회 참가 및 결정권, 두발 결정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학생인권수호전국네트워크(nocut.idoo.net)'는 이날 오후 4시 광화문 정보통신부 건물 앞에서 70여 명의 중·고교생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를 열었다. 이와는 별도로 '두발자유 학생운동본부(nocut2005.net)'는 오후 6시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400여 명의 중·고교생이 모인 가운데 '청소년 행동의 날' 행사를 가졌다.

청소년 포털사이트 '아이두넷' 이준행(20) 대표는 청소년축제 개회사에서 "학생들의 요구는 교사들의 폭력적인 두발 단속을 중지하고 학생들에게 신체 결정권을 달라는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의 인권을 무시한 채 두발 자유의 권리를 빼앗아 갔다"고 성토했다.

두발자유 학생운동본부는 ▲학생들에게 학칙 개정 공개와 학생회 법제화 ▲교사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면 제재 ▲집회 참가나 두발 규정에 문제제기한 학생들의 징계 관련 학칙 조항 삭제 ▲지나친 규제를 풀라고 교육당국에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교육청과 교사들의 사진 체증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는 등 신분 노출을 꺼렸으며, 주최측은 기자들의 학생들의 정면 모습 취재를 제한했다. 주최측은 두발 단속을 위해 학생들을 운동장에 줄 지어 세운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행사장 주변에 전시, 두발 규제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을 수십 대의 전경버스로 에워싼 채 20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서울시교육청 직원과 각 학교 교사 등 800여 명도 행사장 주변에서 학생들의 동태를 살폈다.

한편,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heemang21.net)'은 오는 21일(토) 광화문에서 '입시경쟁 교육반대'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 단체 '더하기'는 오는 29일 연세대에서 입시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두발 자유 요구, 교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다"

a 14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참가 학생들은 자율발언 등을 통해 두발단속, 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회 간섭, 교문앞 용의검사, 인터넷 글쓰기 금지, 단체기합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두발 단속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마지막 바리깡'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14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참가 학생들은 자율발언 등을 통해 두발단속, 야간자율학습 강요, 학생회 간섭, 교문앞 용의검사, 인터넷 글쓰기 금지, 단체기합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두발 단속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뜻을 담은 '마지막 바리깡'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교육청과 학교의 제재가 우려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강압적인 두발 규제에 대한 의견을 표시하기 위해 왔다. 의견을 표시했을 뿐인데 왜 제재를 받아야 하는가. 두발 자유를 요구한다고 해서 선생님에게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을 사랑한다. 두발 자유를 보장해달라."


청소년 축제에 참석한 중학교 3학년생은 이렇게 호소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대다수 중·고교생들은 학교의 인권침해와 인격모독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성을 쏟아냈다. 이들은 두발 규제를 중단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수원에서 왔다는 한 여중생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두발 자유를 요구했다가 무참히 깨졌다"고 말했으며, J중학교 학생회장이라고 밝힌 한 여학생은 "학생회장에 출마하면서 두발 자유를 공약에 넣었는데 교감 선생님이 이 포스터를 찢어버렸다"고 밝혔다.

일산에서 왔다는 한 고교생은 "뺑뺑이라는 군대식 기합을 받고 있으며 머리가 길면 바리깡으로 밀고 머리카락을 라이터로 태운다"며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두발 규제를 폐지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학생들은 교사들이 '감정적 체벌을 가한 경우 정신상담 의뢰', '인권 침해적 발언을 한 경우 공개사과 및 화장실 청소'를 시킬 것을 주장했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교사들은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학생들의 두발 규제는 교육적 조처라며 두발 자유 요구를 일축했다.

H여고 학생부장이라고 밝힌 교사는 "두발 규제는 간섭이 아니라 생활지도이며 교육적 측면과 위생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두발자유 요구는 학생들의 일반화된 주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부추겨 확산되고 있다"고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두발 자유는 불순한 요구 아닌 권리... 교사가 깨달아야 문제 해결"
[인터뷰] 김원 전 개포고 학생회장

▲ 김원 전 개포고 학생회장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 개포고 전 학생회장인 김원(20)씨는 14일 오후 4시에 열린 '학생인권보장 청소년축제'에서 청소년 인권선언문 낭독을 통해 "학생의 인권은 공공연히 침해당하고 있으며 편견과 인습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암묵적으로 정당화되고 있다"고 항변하며 학생 스스로 인권을 회복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출범 준비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각 고등학교 학생회가 학교의 통제로 인해 자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0개 고등학교 학생회 대표가 참여하고 있는 연합회를 오는 6월 6일 출범시켜 학생회 법제화와 학교운영위의 학생회 참가 및 결정권 확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발 자유를 알리기 위해 모인 학생을 감시하기 위해 수천명의 경찰 병력과 수백명의 교사들이 광화문에 배치된 것을 보면서 군사문화의 잔재를 실감한다"며 "교육부장관을 만나 학생들의 두발 자유를 요구했지만 장관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명목으로 학생인권을 방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씨는 시민단체와 특정 정당이 교사와 학생을 대립구도로 몰고 가고 있다는 교총의 주장에 대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교사들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5년 전에도 두발 규제를 완화했다가 원상태가 된 적이 있다"며 "애매한 자율이 아니라 규정을 만들어 두발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교육당국의 행사 참석 학생들의 징계 가능성에 대해 "5년 전 교육당국은 겉으로는 두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주동 학생들을 징계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 징계할 경우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징계보다는 은밀한 불이익과 인격모독 등 정신적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발 자유 전망에 대해 "억눌렸던 학생들이 두발자유의 권리를 깨달은 이상 이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두발 자유는 불순한 요구가 아니라 보장해야 할 권리라는 것을 교사들이 깨달아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교육당국과 교사들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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