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전국국민생활대축전 개막행사에 다녀와서

등록 2005.05.18 09:08수정 2005.05.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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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천안시와 공주시 등 충청남도 일원에서 ‘제5회 2005 전국국민생활대축전’이 열렸습니다. 축구, 야구, 농구 등 29개의 정식 종목과 5개의 시범종목 그리고 보치아, 휠체어마라톤, 배드민턴 등 장애인 종목의 경기가 열렸는데, 이 대회는 주로 동호회 활동을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잔치입니다.


우리 은평구 여성축구단은 서울시 대표로 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창단 4년만에 전국대회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너무 먼 지방에서 대회가 열린 탓에 출전권을 반납하곤 했습니다. 선수들이 대개 연령층이 많은 주부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우리 선수단이 관광버스로 천안 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5시경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린 두 아이를 마땅히 맡길 데가 없어서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특히 중고생들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동방신기, 신화, 장윤정 등 인기 연예인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어르신들도 많이 나오셨는데, 주최 측에서는 떡, 빵, 요구르트 등을 넣은 간식 봉투와 물을 나눠드렸습니다.

이윽고 6시 30분에 식전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재미있게 분장한 김종석씨가 나와 관중들의 흥을 돋구었습니다.

“지우야, 저기 뚝딱이 아빠다!”

어린 아이들에게 유명한 뚝딱이 아빠가 운동장 한복판에 나왔을 때 딸에게 가리켜줬지만 워낙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그 때 맞은편 대형 전광판에 뚝딱이 아빠가 나타났습니다.

“지우야, 저 앞에 큰 텔레비전에 나오네. ”
“정말.”


그제서야 딸아이는 뚝딱이 아빠를 발견하고 좋아라 박수를 쳤습니다. <건강한 미래!>라는 주제로 30여분간 펼쳐진 식전행사에서는 이밖에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래놀이 종합 퍼포먼스' '환영의 박터트리기'가 있었습니다. 하얀 박과 파란 박을 터트릴 때는 너무 단단히 붙여놨는지 오제미를 아무리 던져도 하얀 박이 터지지 않아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a 식전문화행사

식전문화행사 ⓒ 김미옥

뒤이어 개회식이 시작됐습니다. 취타대의 힘찬 연주와 더불어 16개 시도 선수단과 장애인 선수단이 입장했습니다. 각 시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충청도의 16개 시군 선수단이 함께 했습니다.


입장하는 각 시도 선수단의 선두에는 시도의 특색을 알리는 펼침막과 상징물이 앞장섰는데, 경상북도 선수단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펼침막을, 전라남도 선수단은 거북선 조형물과 함께 입장해 관중들의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선수단 입장식이 끝나고 대회기 게양, 축사, 동호인 다짐 등이 이어졌고, 8시가 넘어 개회식이 끝났습니다.

a 입장하는 시도 선수단

입장하는 시도 선수단 ⓒ 김미옥

이제 본격적으로 연예인들의 축하 공연이 시작될 순간이 되었습니다. 지루해 하는 아이들을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 언니, 오빠들이 나온대. 조금만 기다려보자” 하며 달랬는데, 드디어 공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화려한 불꽃놀이, 레이저 쇼와 더불어 박준형이라는 인기 개그맨이 사회자로 나왔습니다. 운동장에 모여 있던 선수단이 본부석과 맞은편에 마련된 무대로 한꺼번에 몰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나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인기연예인에 대한 동경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런데 가수가 나오기도 전에 한껏 기대를 하고 있던 딸아이를 실망시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선수단이 숙소로 돌아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저녁도 먹지 않았고, 또 내일 있을 경기를 위해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엄마, 가수 노래 듣고 가자.”
“다른 아줌마들이 너무 배가 고프대.”
“그래도….”
“내일 공 차려면 엄마도 일찍 자야지. 다음에 또 보러 오자.”

생활체육동호인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기이다 보니 주말을 이용해서 대회가 열렸습니다. 토요일 6시 30분에 시작된 시간을 좀 더 앞으로 당긴다면 우리도 공연을 함께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오전 업무를 보거나 멀리서 오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인 줄은 알지만, 천안 시민들만을 위한 전야제는 사실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대회에 참가한 많은 선수단이 모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전야제였다면 더욱 즐거웠지 않을까 싶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하루 종일 엄마 따라 다닌다고 피곤했을 아이들을 재웠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시합 때문에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뀌고 집이 걱정되는지 모두 잠을 설쳤습니다. 하지만 워낙 잠이 많은 나는 자꾸 뒤척이는 아이들 곁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생각보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다른 언니들이 주고 받는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들었습니다. 축구선수로서 이곳에 와 있지만, 모두가 집안 걱정, 남편 걱정, 자식 걱정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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