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를 제외한 다수 학교에는 두발규제가 있다. 학교는 일방적(?)으로 정한 규정대로 학생들에게 지킬 것을 강요한다. 매일 등교시간 또는 며칠에 한번이나 몇 달에 한번 수업시간에 들어와 두발 길이를 검사하기도 한다.
물론 학생들은 규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 만일 규칙보다 머리길이가 길다면 그 자리에서 깎이기도 하고, 벌점, 벌칙 등의 손해를 보게 된다. 불시에 검사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불상사(?)를 당하지만, 검사 일시를 미리 아는 경우에는 미용실에 가거나 자신이 직접 머리를 깎기도 한다.
간혹 교무실에 자진 납세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이럴 경우 종종 선생님이 깎아주기도 한다는데). 자기 머리카락을 깎으면서 과연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친구들 앞에서 머리카락이 깎이는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학생들이 두발자유를 외치는 지금 일부 선생님이나 어른들은 '교권에 대한 도전이다!', ' 어른들에 대한 반항이다!' 라면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반응을 보인다. '왜 두발을 규제하느냐'는 질문에는 늘 같은 대답이다. 일부 어른들은 이 대답을 가장 합당한 대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 머리에 신경 쓸 시간에 책 한 권 더 봐라."
머리가 공부에 방해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다. 두발규제 한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두발규제 한다고 학생들이 다 1등 하는 것도 아니며, 두발규제 한다고 다 좋은 대학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금전적 문제도 있다.
필자 같은 경우 머리가 빨리 자라는 편이어서 짧게는 한 달에 한번, 길게는 세 달에 한 번씩 머리를 깎으러 가야했다. 가장 싼 미용실이 5000원. 12개월에 6만원을 썼다. 물론 한 달에 한번 꼭 깎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 한사람에게 6만원의 돈이 들어가니 한 학교의 학생들이 미용실에서 쓴 돈은 정말 엄청날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간과하는 것이고, 학생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며, 학교라는 손 안에 학생들을 움켜쥐려는 것뿐이다.
지금 두발자유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결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응당 필요에 따라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원에 도전하는 것도 어른들에게 반항하는 것도 아니다. 설사 무리한 요구였더라도, 비논리적인 이유로 윽박지르기 전에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논리적 이유로 학생들을 이해시켜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교육기관이나 가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요구하라고 배워왔다. 교사들은 남이 내게 무슨 요구를 했을 때 내 의견과 반대라면, 힘으로 윽박지르기 전에 논리적으로 이해시키고 정당하게 타협하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런 교사들의 모범을 기대하는 것은 그다지 큰 욕심은 아닌 것 같다.
대통령을 만나는 청소년특별회의 실시나 새로운 청소년기관 설립 등으로 청소년 인권 보호가 많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렇게 작고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고,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해결하려 한다는 건 청소년들에게 그다지 기쁜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의 삶에 가까운 더 필요한 작은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게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제대로 된 인권보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소년 인터넷 방송국 스스로넷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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